우리들의 일그러진 섹스 판타지

유튜브에 범람하는 여성의 몸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우리는 영상 속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BY 에디터 송혜민 | 2021.11.12
별 의미 없이 유튜브를 배회하던 어느 날, 알고리즘이 낯선 콘텐츠로 나를 이끌었다. 노골적인 썸네일, 자극적인 제목,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애매한 모자이크까지. 선정적인 영상을 봐온 것도 아닌데 정말로 맥락 없는 노출이었다. 해당 채널을 둘러보니 구독자는 수십 만에다 100만 조회수가 넘는 영상도 적지 않았다. 일본 AV 배우 출신이라는 유튜버가 다루는 건 ‘여성 공략법’이나 각종 성 지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일본 AV 배우가 한국어로 채널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만든다는 사실도 뜻밖이었다. 썸네일이나 주제가 조금은 불쾌했지만 이런 영상에선 어떤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도저히 보고 싶지 않은 제목의 영상 몇 개를 건너뛰고 그중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를 클릭해봤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 중에 고개를 몇 번이나 갸웃했다. 자극적인 것은 물론 여성의 몸과 의사표현에 대한 세간의 잘못된 인식이 사실인 양 다뤄지고 있었다. 물론 나름의 근거나 경험에 의한 사실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성인 인증 없이 볼 수 있다는 사실 외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누구에게나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 꽤 심각해 보였다. TV, 뉴스보다도 유튜브를 더 많이 보는 시대다. 웬만한 검색도 유튜브에서 한다. 왜곡된 성 지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건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성인 콘텐츠에 대한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있다. 동영상에 노골적인 언어 또는 외설적 표현이 사용됐는지, 동영상의 인물 동작이 성적 행위를 도발하는지, 선정적인 이미지나 오디오가 노출되는지 등 8가지 항목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콘텐츠에는 이른바 ‘노란딱지’를 붙인다. 노란딱지가 붙은 영상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거나 광고를 차단하는 등의 페널티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서 제작하기도 하고, 필터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채널들에서 발견한 또 다른 폐해는 댓글이었다. 구독자들은 ‘이것이 바로 진짜 성교육’이라며 찬양(?)했다. 유튜버는 갈수록 더 자극적인 영상과 자막, 토픽을 내세웠다. 선정적인 썸네일을 내걸었다. 일부 구독자들에게 ‘진짜 성교육’이라는 극찬을 받는 이들의 콘텐츠는 정말로 현실성 있을까? 여성의 몸, 섹스, 언어에 대해 어떤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오해와 혼란,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이 있진 않았는가? 실제와 동떨어진 그야말로 ‘섹스 판타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의학 전문가와 여성들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준 뒤 질문을 던졌다. ‘이거 정말로 믿을 만한 콘텐츠인가요?’
YOUTUBER SAYS ‘나 생리 중이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대처법 성관계 요구 시, ‘생리 중’이라는 그녀의 반응에 사실은 세 가지 의미가 숨어 있다. 첫 번째는 완곡한 거절의 표시일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녀도 관계를 원하지만, 생리혈이나 냄새로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여성들도 생리 중에는 성욕이 높아지니 관계를 더 원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답했는지 잘 파악하자. IN FACT 선택지는 없다 애인에게 성관계를 요구했을 때 ‘생리 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면, 대처법은 단 한 가지다. 섹스하지 않는 것. 생리 중엔 피임 기구 없이 관계해도 된다는 둥, 여성의 만족감이 더 높다는 둥 하는 썰 등은 가볍게 무시하자. 월경 기간에는 질부터 자궁내막까지 여성 성기전체가 평상시보다 약해진다. 관계 중 발생하는 작은 상처나 세균에도 밸런스가 쉽게 무너진다. 또 삽입에 의해 생리혈의 일부가 역류할 우려가 있고, 복강 내로 들어갈 수 있다. 평소 질염 등의 증상이 있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자궁 안으로 염증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 생식기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의 근육, 관절의 컨디션도 떨어져 있는 상태라 격한 운동도 지양하길 권한다. 김명수(가명, 산부인과 전문의)
YOUTUBER SAYS 여성 가슴의 모든 것 여성은 가슴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노력하는데, 생활하다 보면 브래지어 위치가 움직여 가슴이 삐져나오거나 끈이 길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로 체크해줘야 한다. 가슴이 브래지어 안에 잘 고정되도록 화장실에서나 혼자 있는 공간에서 확인할 것. 또 잘 때는 나이트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가슴의 모양을 아름답게 관리할 수 있다. IN FACT 슬기로운 노브라 생활 노브라로 생활한 지 족히 2~3년은 됐다. 가슴이 적지 않은 편인데도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볼륨업 패드가 두툼하게 들어간 제품만 찾아 입었다. 브라를 착용하지 않으면 가슴 모양이 망가질 거라는 강박 때문에 심지어 잘 때도 꼭꼭 브라를 입었다. 속옷 가게마다 사이즈가 다르고, 세탁 후 모양이 변형돼 편안한 속옷을 찾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영상에서처럼 일상적인 움직임에도 속옷 위치가 바뀌거나 끈이 길어지면 내 사이즈에 맞지 않는 거다. 그렇게 ‘속옷 유목민’으로 지내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에게 선물 받은 브라렛을 착용했는데, 그 해방감이란…! 그날로 노브라의 길로 들어섰다. 평소에는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을 애용하고 집에서는 완전한 노브라 상태로 지낸다. 학창 시절부터 10년 넘게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렸는데, 증상이 씻은 듯 나은 것도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가슴을 ‘예쁘게 만들어준다’던 브라를 착용할 때와 비교해도 모양이나 크기가 변한 것 같지 않다. 예쁜 것보다 중요한 게 편안한 거라는 걸 알고 나면 다시는 와이어 브라로 돌아가지 못한다. 정현지(가명, 회사원)
YOUTUBER SAYS 미투 안 당하는 3가지 방법 첫째, 돈, 명예, 권력을 보지 않는 여성을 만나라.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다. 둘째, 잠자리에서 끝내주게 잘하라. 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답게 했다면 뒤끝이 없다. 셋째, 그녀와의 마지막을 생각하고 관계하라. 비극적 결말이 예상되는 상대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관계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IN FACT 공부 먼저 하세요 잠자리가 완벽했다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준 그녀와 관계했다면 미투를 안 당한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미투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2017년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불씨였다. 이 밖에 대부분의 사례가 위계질서, 권력에 의한 성폭행이다. 연인 관계의 성범죄는 미투라 부르지 않는다. 해당 유튜버의 말은 미투 가해자를 미화하고, 피해자를 호도하는 주장이다. 미투를 안 당하는 방법은 성범죄를 안 저지르는 것. 권력이나 힘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닌지,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관계인지 이성적이고 상식적으로 판단해보라. 박소연(가명, 회사원)
YOUTUBER SAYS 그녀를 만지는 마성의 손기술 여성의 감각을 깨우는 건 조심스럽지만 뭉근한 터치다. 초속 3~5cm의 속도를 기억할 것.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쓰다듬어주자. 시간은 얼마든지 들여도 좋다. 당장의 내 만족을 위해 서두르지 말고, 그녀의 신체가 충분히 예열될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슴에서 30초 정도 머무른 뒤, 옆구리에서는 손을 둥글게 원을 그리듯 다섯 번 정도 움직이며 자극해보자. IN FACT AI 같았던 X의 터치 관계 때마다 예측 가능한 패턴과 순서로 온몸을 쓰다듬던 X의 기억이 떠올랐다. 숙제를 하나씩 해내는 것처럼 ‘만지기’에 집중하던 그. 귀와 목, 어깨와 옆구리, 등, 엉덩이, 발가락까지 샅샅이 애무하느라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흥분했던 몸도 차갑게 식어버리기 일쑤였다. 그 긴 시간 동안 그가 ‘어디가 좋으냐’고 한 번도 묻지 않은 건 비밀이다. 기다리다 못해 ‘여기만 만져도 충분하다’는 완곡한 피드백을 했으나 애무의 정석은 정성이라고 굳게 믿는 그 덕분에 X와의 섹스는 지루하기만 했다. 김하은(가명, 회사원)
YOUTUBER SAYS 구강성교를 거부하는 그녀 한껏 달아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구강성교를 거부하는 이유는? 별 느낌이 없어서, 수치스러워서, 냄새가 걱정돼서? 가장 큰 원인은 그녀에게 아직 ‘이성적 사고’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성적 사고가 불가능할 정도로 흥분했다면 그녀도 자연스레 받아들일 거다. 말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적극적으로 밀어내지 않는다면, 혹시 그녀도 내심 원하는 건 아닌지 반응을 잘 관찰하라. 섹스는 본능적인 행위이므로 그녀가 부담감이나 두려움을 내려놓고, 본능에 충실해지는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IN FACT 거절은 거절일 뿐 여성의 ‘No’는 ‘Yes’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니다. 거부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 ‘부끄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 다른 방법으로 요구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는 일 자체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위다. 또 구강성교를 섹스의 한 단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을 동반한다. 성 접촉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보균자라면 구강암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HPV는 남녀 모두에게 작용한다. 성별과 관계없이 보균자일 수 있다. 구강성교로 성기와 입이 접촉하면 두경부암(구강 내 발생하는 악성종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콘돔을 착용해도 전염될 수 있다. 예방법은 단 하나,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접종이다. 꼭 애인과 함께 손잡고 남녀 모두 접종할 것. 이지현(가명,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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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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