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현대적 해석이란
전통의 아름다움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온 브랜드 미미달의 대표 한상미가 전하는 뉴노멀 디자인.
BY 에디터 김정현 | 2021.11.25
대학 졸업 후 미미달을 론칭했다.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작품 위주의 오브제를 만들었는데 늘 아쉬움이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만든 물건을 쓰며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성취감을 느낀다. 자연스럽게 작품이 아닌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전통을 활용하기로 한 직접적인 계기는 일본 여행이다.
일본 여행을 통해 전통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게 된 건가. 일본인들의 생활용품에 전통 디자인이 접목되어 있는 풍경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기념품 가게 등에서만 전통을 활용한 물건을 볼 수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외국인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 편집숍에서도 전통 디자인을 만날 수 있더라. 왜 우리의 전통은 외면받을까 고민하던 중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제품이 일월오봉도 필통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티프가 되는 전통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은 누구나 알고 친숙하게 느끼는 게 핵심이다. 일월오봉도는 조선 왕실 어좌 뒤에 있던 그림이다. 1만원권 지폐에도 인쇄돼 있고 사극에도 자주 등장한다. 텀블벅 펀딩으로 처음 제품을 선보였는데 목표 금액의 1123%를 달성했다.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일월오봉도 외에 지금 우리가 전개하는 시리즈는 단청과 고려청자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상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하나. 품목이 아니라 모티프가 될 문화재를 먼저 선정한다. 그리고 그 문화재의 숨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반영할 수 있는 디자인과 품목을 찾는다. 고려청자 시리즈는 값비싼 옥을 대신해 흙을 사용했던 제작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2021년 흙을 대신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비색의 스마트폰, 무선 이어폰 케이스 를 떠올렸고 운학 문양을 넣어 발전시켰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진화와 훼손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하는 편인가. 매번 고민하는 지점이다. 타 문화권 사람이 봐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자인을 멋지게 하고 싶지만 늘 어렵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변형해도 되는지 정해진 답은 없다. 경계가 모호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단청 우산의 경우 무형문화재 단청장을 찾아가 디자인 피드백을 받았고, 각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청이나 고궁박물관 연구원에게 문의하기도 한다.
제품 외에 홈페이지와 룩북, 패키지도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소비자가 제품을 마주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여러 과정을 거친다. 온라인을 통해 미미달이라는 브랜드를 검색하고, 홈페이지에서 이미지와 상세 페이지를 보며 제품을 고른 뒤 주문해서 택배 포장을 뜯는다. 고객이 브랜드의 실물을 확인하는 첫 단계는 패키지다. 제품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 일련의 과정 자체가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이미지다. 고려청자 케이스는 일회성 소비재가 아닌, 작품을 매일매일 내 손에 지니고 다닌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한 폭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이미지를 작업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디스플레이에 힘을 준다. 단청 우산은 패키지를 기와 문양으로 만들었는데, 진열할 때도 원기둥의 패키지를 일렬로 배치해 실제 기와처럼 보일 수 있게 디스플레이하는 식이다.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할 때 미미달이라는 브랜드가 더욱 확실히 각인된다.
시리즈 하나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길다. 1년에 2개의 시리즈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는지. 기념품 시장에 국한된 전통문화 상품을 일반 쇼핑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게 목표였다. 론칭 초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결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입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전통을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박물관을 떠올렸다. 박물관 기념품은 공모를 통해 상품을 선별하는데 2020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공모전에 고려청자 케이스가 채택됐다.
지난해 1월 제품을 출시하고 6월에 박물관 납품을 시작했다. 그리고 9월쯤 스마트폰으로 주문 알람이 미친 듯이 울리더라. 한 커뮤니티에서 ‘요즘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로 화제가 됐는데 그때 매출이 확 올랐다. 이후 올해 3월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셀피에 케이스가 등장하며 그날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임에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발장구 치던 시간을 보상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

미미달을 수식할 때 ‘MZ’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한상미 대표가 생각하는 뉴노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변화에 발맞춘 디자인. 외부 요인으로 인해 변화하는 생활 문화에 맞춰 디자인도 진화해야 한다. 전통이 가진 고유의 가치는 유지하되 시각적으로나 실용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을 주제로 전개하며 품게 된 사명감은 무엇인가. 미미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활용한 브랜드의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싶다. 업계를 보면 대부분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 기념품 숍에 납품하는 게 끝이다. 제품에 브랜드명조차 쓰여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기념품은 일회성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만드는 사람도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기념품 시장으로 국한된 전통 소재의 활용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현재 네 번째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엔 소반에서 영감을 받았다. 소반은 평민은 물론 양반가, 왕실에서도 사용하던 물건이다. 소반의 다리와 상판은 형태에 따라 의미가 전부 다르다고 하더라. 소반에서 찾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과 MOU를 맺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장진욱
사진제공
www.mimid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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