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보다 주식 선물하기
터치 몇 번으로 뚝딱 주식을 선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BY 에디터 장혜정 | 2022.01.24
초등학생도 주린이를 자처하는 시대다. 주식, 코인, 금, 아트, 음원, 심지어 송아지까지 투자란 투자엔 다 MZ세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을 선호하는 한편 돈과 물질에 대한 욕망을 더 이상 터부시하지 않는 그들에게 ‘자본주의 키즈’라는 별칭도 생겼다. 그리고 얼마 전 대학생 사촌동생과의 대화에서 언론에서만 듣던 자본주의 키즈를 체감했다. 생일 선물로 무얼 줄까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삼성전자 주식 한 주’.
혹시 주식 살 돈을 달라는 얘기냐고 재차 묻는 내게 동생은 요즘 몇몇 증권회사에서 개시했다는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에 대해 들려줬다. 일단 선물하고자 하는 종목을 내 주식 계좌에 사들인 다음, 이를 문자 보내듯 타인에게 전송해 선물한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개인 정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상대의 이름, 전화번호만 알면 충분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기사에서 아이에게 나이키 운동화 대신 나이키 주식을 선물했다는 아버지의 사연을 본 것도 같다.
쓰고 없어지기 쉬운 물건보다 소액이나마 배당금도 챙기고 앞으로 떡상의 기대도 걸어볼 수 있는 주식이 훨씬 더 임팩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라는 동생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게 나는 사촌동생에게 삼성전자 주식 한 주를 선물로 쏴줬다.

선물에는 많은 옵션이 있다. 비싼 선물, 저렴한 선물, 현금, 실물, 상품권 등등. 요즘은 고려해야 할 선물의 종류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주식이다. 이제 상대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만 알면 원하는 종목을 원하는 만큼 전송해 뚝딱 ‘주주의 지위’를 선물할 수 있다. 테슬라, 구글, 애플, 삼성전자, 하이닉스까지. 누구에게 어떤 회사 주식을 몇 주나 선물할까 고민하게 될지 모른다.
‘주식 선물하기’가 탄생한 배경
취향 저격 선물, 가성비 좋은 선물, 의미 있는 선물, 쓸모없는 선물 등 각양각색의 선물 카테고리에 주식이라는 또 하나의 항목이 추가된 건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투자에 진심인 MZ세대가 주식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전에 없던 활력이 돌기 시작했는데, KB증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월 말 128만 명이던 MZ 개인 고객이 1년 만에 211만 명으로 65%나 늘어났다.
타사의 상황도 비슷해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비대면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에 가입한 신규 고객 130만 명 중 57%(76만 명)가 2030세대였다. 2020년 주식에 처음 뛰어든 초보 투자자 300만 명 중 53.5%가 30대 이하라는 통계도 등장했다(출처: 한국예탁결제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젊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직관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모의 주식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관련 웹툰을 연재하거나 각종 굿즈를 출시해 친숙함을 쌓기도 한다.
지난 8월, 주식 초보자용 앱 ‘M-able 미니’를 선보인 KB증권의 행보는 조금 더 적극적이다. 이 앱에서는 마치 홈쇼핑처럼 주식 전문가들의 방송을 보다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관련 주식을 주문할 수 있다. 요즘 잘나가는 라이브커머스 형식을 차용한 셈이다. 또 한 달 1만원의 이용료로 필요한 투자 정보와 컨설팅까지 받아볼 수 있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도 시행한다. 2030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토스증권도 주린이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차이점, 알쏭달쏭 어렵기만 한 주식 용어 등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점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한편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금융업계와 F&B가 협력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GS25는 2019년 삼성증권과 ‘돈벌라면’을, 2020년에는 BC카드와 ‘부자될라면’을 출시해 해외 주식 투자 지원금을 경품으로 내걸었으며 이마트24는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와 ‘주식 도시락’을 출시해 도시락 구매자에게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10개 기업의 주식 한 주를 무작위로 선물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그런가 하면 최근 CJ제일제당은 햇반 안에 ‘주식 1주 응모권’을 넣어 눈길을 끌었다. 이 응모에 당첨되면 CJ제일제당, LG화학 등 9가지 종목 중 1주를 랜덤으로 선물 받을 수 있다. 한편 NH투자증권에서는 최근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설해 고객을 맞고 있다. MZ 고객에게 새로운 투자 경험을 제공하고자 함인데 고객의 아바타가 사옥에 들어와 상담을 받거나 투자 강의 영상을 시청하는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정리하자면 업계가 MZ 고객 모시기에 사활을 거는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기획됐고, 그 일환으로 ‘주식 선물하기’까지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비교적 최근 개시된 서비스인 만큼 그 파급 효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가볍고 재미있으며 실용적인 면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성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상품권으로 선물하는 주식
주식 선물은 크게 2가지다. 상대에게 주식 상품권이나 쿠폰을 선물해 원하는 종목을 사도록 하는 방법과 직접 특정 종목을 콕 짚어 선물하는 것. 전자의 경우 현재 11번가, 롯데온 등에서 ‘KB증권 1만원 국내주식쿠폰’ ‘이베스트투자증권 5만원 상품권’ 등의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상품권은 모바일로 전송되는데 쿠폰 번호를 각각의 증권사 앱에 입력하면 상품권 가액만큼 예수금이 충전된다. 같은 원리지만 확실히 흥미로운 상품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에 있는 스탁콘이다.
이는 신한금융투자의 해외 주식 상품권으로 ‘시켜줄게 테슬라 주주’ ‘시켜줄게 애플 주주’ 같은 재미난 문구를 달고 있다. 4100원짜리 스타벅스 주식부터 5만원짜리 아마존 주식까지 가격도, 회사도 다양한데 상품권의 가액만큼 다른 주식으로 변경이 가능해 실질적으로는 종목보다 가격을 고려해 상품권을 선물하면 된다. 신한금융투자는 해외 주식 소수점 투자를 활용해 이런 주식 상품권을 내놨다.
1주 단위로 거래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0.001주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쪼개 사고파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테슬라 주식 3만원어치’ ‘디즈니 주식 1만5000원어치’를 주문할 수 있는 것. 참고로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작한 곳이 신한금융투자였으며 금융위원회에서 20대 증권사에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허용한 만큼 곧 활발한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스탁콘은 기프티콘 보내기와 동일한 방법이라 선물하기도 쉽지만, 받는 사람도 어려울 게 전혀 없다. 신한금융투자의 앱을 다운로드해 상품권에 적힌 일련번호를 등록하면 곧 예수금이 생성되고, 이를 활용해 소수점 투자가 가능한 종목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매수하면 된다.
종목 콕 짚어 선물하는 주식
반면에 특정 종목을 정해 상대에게 선물하려면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하다. 현재 KB증권, 토스증권, 대신증권 등 여러 회사에서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일단 보내고자 하는 주식을 직접 매수한 뒤 이를 다시 상대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회사마다 다르지만 당일 구매 주식은 2일이 지나야 선물할 수 있다는 식의 제약이 있다. 토스증권은 1일 최대 500만원, KB증권은 1일 최대 300만원만 선물할 수 있다는 상한도 있다.
다만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선물할 주식의 종목과 수량을 체크한 뒤 상대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만 누르면 된다. 간단한 메시지도 보낼 수 있어 선물하는 기분도 톡톡히 낼 수 있다. 이제 선물 받는 쪽이 준비해야 할 것은 계좌다. 기존 계좌가 있다면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없다면 신분증과 인증을 통해 연결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이후 수신받은 코드를 입력하면 특정 주식이 본인 계좌로 입고돼 주주가 된다.
선물은 거절할 수 있지만 도착 후 2~3일이 지나면 자동 취소되므로 받을 생각이 있다면 꼭 수령 버튼을 누를 것. 주식이 품 안에 안착했다면 이제 등락을 반복하는 차트를 볼 때마다 선물한 이를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갖자! 한편 이토록 쉽고 편리한 주식 선물하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것으로 관망하고 있다. 서로서로 주식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건강하고 즐거운 투자 문화가 확산되리라는 것. 노골적인 돈 얘기를 천박하고 속물적인 것으로 치부하던 시절은 확실히 멀고 먼 옛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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