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으로 시작하는 아침
아침 7시. 평소 기상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눈을 뜬다. 출근 전 한 잔이라도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서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2.01.25
아침이 밝기를 기다린 적이 있었나? 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 7일쯤 되던 날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알람이 울릴 시간이 되면 ‘5분만’ ‘10분만’ 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게 일상이었다. 늘 출근은 임박해왔고,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만원 버스에 올랐다. 운 좋게 빈자리를 찾아 앉아도 눈을 간신히 뜨고 회사까지 실려가곤 했다. 나에게 아침은 출근을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기만 하는 시간이라 대부분 의미 없는 공백이었다.
그건 조금만 바꾸면 원하는 만큼 온전한 나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행동으로 차를 마시는 리추얼 구축하기다. 차는 하나의 수단일 뿐, 오롯이 나만을 위해 아침의 여유를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하루 10분, 차 마시는 시간은 몸은 물론 마음 건강, 회사에서의 일상에도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다.
10분은 꼭
차 마시기의 첫 번째 과정은 명상이다.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고, 온도가 적당히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한 잔을 비워내는 일련의 과정을 온전한 사색의 시간으로 삼아보자. 사실 명상과 다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특히 불가에서는 차를 매개로 한 명상인 ‘다선’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다. 차를 마실 때 아무런 생각도, 감상도 하지 않고 오직 감각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다선, 차의 빛깔에만 집중해 번뇌를 없애는 오색다차선, 차 맛의 변화를 관찰하는 맛한마음다선 등 10가지도 넘는 방법이 있다.
핵심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음악을 틀지 않고 적어도 10분 정도는 마음과 생각을 비워내는 것. 아직 세상이 다 깨지 않은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만끽해보자.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도 하고, 창으로 스며들어오는 아침 햇빛을 느껴봐도 좋다. 하루 중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일지 모른다.
내 몸에 맞는 차로 순환하기
제아무리 좋은 습관이라도 신체 상태와 맞지 않는 방법이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차 마시기 전 가장 먼저 관찰할 것은 내 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처음 섭취하는 음식물이기 때문에 평소 위와 식도 등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더 신중히 고르는 것이 좋다. 녹차나 홍차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종류의 차에는 의외로 많은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빈속에 마셨을 때 위와 식도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곡물차(보리, 현미 등)나 캐모마일, 히비스커스, 루이보스 등을 추천한다.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아서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종류들이다. 체질에 잘 맞는 차를 골랐다면 그 효과를 누려볼 차례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혈액순환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공복일 때 뜨겁게 해서 마시면 체온을 올리고, 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체온이 적당히 유지돼야 면역력이 높아지고, 신체 구석구석 영양 전달에 도 도움이 된다. 추운 겨울에도 ‘얼죽아’를 고집하는 현대인이라 면, 더더욱 아침 외출 전의 따뜻한 차 한 잔이 필요하다.
짧은 예습의 힘
차 마시기 루틴이 몸에 익었다면 5분씩, 10분씩 더 일찍 일어나기를 시도해보자. 본격적으로 아침을 나만의 영역안에 들이는 연습이다. 명상을 좀 더 길게 해도 좋지만,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사용해도 좋다. 출근 후 오전에 할 일, 퇴근한 뒤 집에 돌아와서 해야 할 집안일 등을 천천히 떠올려보자.
어제 다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를 복기하고, 잊어선 안 되는 일이 있다면 스마트폰에 메모하거나 알림을 설정해둔다. 출근 후 사무실 책상 앞에서 할 일을 아침에 미리 하는 셈이다. 짧은 예습으로 오전 일과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발표나 미팅이 있어서 유독 긴장되는 날에는 상황을 미리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운동선수들이 경기에 나가기 전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듯 공간과 시간, 내 행동을 더 선명히 떠올릴수록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다.
내 멋대로라도 괜찮아
다도라 하면 다구를 갖추고, 엄격한 형식에 따라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잎차로 차를 내려 마시고 싶어도 어떤 다구가 필요한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어렵기만 하다. 모든 취미가 마찬가지겠지만, 차 입문자에게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차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집에 있는 머그잔과 전기포트, 먹다 남은 유자차 같은 재료로 ‘하찮게’ 시작해도 괜찮다.
일단 처음에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티백을 활용해보자. 녹차, 홍차는 물론이고 가향차나 과일차 등 이름난 브랜드에서 수많은 종류의 차가 출시되고 있어서 선택의 폭도 넓다. 티백으로 차를 즐기면, 특별한 도구도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취미는 장비발’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입문자용 다기 세트를 들여도 좋겠다.
뜨거운 물과 찻잎을 넣고 우리는 다관, 끓인 물을 옮겨 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식힘 그릇 숙우, 그리고 찻잔 정도로 간단하게 구성한 세트면 충분하다. 각각의 다구가 하나로 결합된 일체형 다관도 출시되고 있어서 차를 캐주얼하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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