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어떻게 즐기고 있나요?

뜨겁고 발칙하며 까다롭고 예민하다. 2022년 섹스를 즐기는 다채로운 방법.
BY 에디터 김경민 | 2022.01.28
‘섹스리스’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단어가 목격되는 곳은 의외의 문장이다. 2030, MZ, 청춘이 주어가 된 문장에서 많은 이들이 자발적 금욕을 택한다. ‘일단 누구를 좀 만나야 뭐라도 해볼 텐데’라는 생각에 코로나19의 영향인가 싶다가도 최근 친구들과 나눈 대화 주제를 돌아봤을 때 꽤 건전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각자의 침대 위 경험과 취향, 짜릿한 순간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던 나날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서른 이후 달라진 변화라고 단언하기에는 뉴스와 기사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섹스리스’ 단어가 신경 쓰인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로 여러 뉴스의 헤드라인에 오르내린 연세대 염유식, 최준용 교수의 연구 결과 또한 섹스리스가 하나의 사회현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지역의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6%나 됐다. 이런 현상은 특히 20대 여성층에서 두드러졌다. 흥미로운 지점은 남성들은 성관계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파트너가 없어서’라고 대답한 반면 여성들은 ‘아예 관심이 없다’라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것. 여성을 중심으로 스스로 섹스를 하지 않는 자발적 섹스리스가 늘었다는 점은 분명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시사한다. 실제로 <싱글즈> 설문조사에 참여한 330명의 응답자 중 최근 6개월 이내 섹스 경험을 한 사람은 47%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의 성비가 여성 95%, 남성 5%라는 면에서 여성들의 입장이 짙게 반영된 결과다. 우리의 섹스 라이프는 왜 이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다음의 결과를 통해 확인해보자.
섹스의 새로운 정의
달라진 섹스 라이프를 분석하기 전 섹스의 의미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섹스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생리적, 육체적 교접이다. 애정의 표시이자 성욕의 충족을 위해 이루어진다. 조금 더 원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섹스의 궁극적 의의는 생식에 있다고 한다. 성감을 극대화해 종족 번식을 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세스인 셈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다양한 성적 정체성이 존중받고 공중파 방송에서는 나 혼자 사는 삶을 중계하고, 비혼과 싱글을 타깃으로 한 상품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무섭게 쏟아진다. 싱글의 삶은 식탁과 주거 등 여러 산업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스며든 주체적인 삶은 섹스의 의미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섹스는 곧 사랑이라 생각하던 것도 지난 시절의 이야기이지 않나. 섹스를 하는 방법은 다양해지고 섹스토이 편집숍도 심심찮게 보인다.
섹스의 동기를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서 찾는 성향이 요즘 여성들에게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섹스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80%에 가까운 응답자가 ‘나’를 주체로 한다. 이들이 섹스를 하는 이유는 나의 정서적 만족과 육체적 만족이다. 섹스를 하지 않은 이유는 마땅한 상대가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1%에 달했지만 섹스를 하지 않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섹스인 만큼 그 중요도와 가치, 빈도는 결국 주체적으로 결정된다.
나의 사적인 섹스 판타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만큼 섹스 취향은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부끄럽거나 숨기는 대신 할 때는 확실한 애티튜드를 취한다.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면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불만족스럽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섹스를 할 때는 상황을 보고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는 방법(45%)을 가장 많이 활용하며, 필요하다면 직접적으로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섹스토이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섹스 또한 바쁘디바쁜 현대 사회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 하는 시간인 만큼 체념하거나 견디는 대신 직접 행동하며 개선의 방향을 도모한다.
확실한 섹스 취향은 구체적인 판타지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응답자의 34%는 나름의 확고하고 분명한 섹스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다. 체위나 이상형을 넘어 영화의 한 장면을 묘사하듯 섬세하게 자신의 섹스 판타지를 설명한 응답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 중 무려 51%는 실제로 판타지를 구현해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부끄러워하거나 아닌 체할 것도 없이 섹스가 당기는 날,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날에는 도전하고 시도해본다는 응답에서 위풍당당하게 섹스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섹스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삶의 면면은 이 지면을 전부 다 채워도 모자랄 정도겠지만 그중 섹스 라이프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텐가가 전국 만 18~54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대한민국 성인 남녀 성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24.9%의 응답자가 성생활 횟수가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스트레스 증가와 시간 부족, 개인 사생활 공간의 부족을 꼽았다. 섹스라는 행위 자체가 일단 누구를 만나야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만남의 기회를 빼앗긴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싱글즈>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섹스 라이프의 요소로는 위생과 청결의 기준이 50%를 차지했다. 개인 위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호텔, 모텔과 같은 외부 공간 출입 역시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 코로나19가 섹스 침체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애무의 달인이 만족도를 높인다
섹스는 사적이다. 같은 상대라 할지라도 매번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고 만족도는 널을 뛴다. 섹스에서 ‘좋았다’와 ‘싫었다’는 다소 복합적인 의미로 쓰인다. 이 말은 곧 만족스러운 섹스에 성공하는데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와 같다. 엉덩이를 쓰다듬는 손, 유두를 애무하는 혀, 삽입의 타이밍과 각도 등 구체적인 감각부터 섹스의 전체적인 시간과 그날의 온도, 계절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최고의 섹스는 찰나의 감각과 기억이 완벽한 합을 이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꼽는 만족도의 기준은 테크닉(37%)이다. 그중에서도 응답자의 절반이 애무를 가장 중요한 테크닉으로 꼽았다. 섹스를 하는 전체적인 시간 중 ‘본 게임’이라고 여기는 삽입보다 중요한 건 섹스의 유희를 만끽할 수 있는 상태로 몸과 기분을 한껏 끌어올리는 거다. 테크닉 중에서도 애무라는 응답에서 우리가 도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결론은 섹스는 절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섹스는 몸의 언어로 이루어지는 대화이자 정서적 만족이 중요하다. 다양한 변수를 모두 충족시킬 자신이 없다면 일단 애무라도 확실히 하자.
섹스를 대체하는 시대가 올까?
자발적 금욕을 택한 이들은 섹스 욕구가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사실 이 설문조사를 기획하고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성적 욕구라는 본능은 제어의 영역이 아니며 감각의 기쁨을 완벽히 대체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러 추측과 달리 섹스 해결책은 간단했다. 54%의 응답자가 섹스를 하고 싶을 때면 대체재를 찾는 대신 그냥 참아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 뒤를 이은 건 성인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답이었다. 성인 콘텐츠를 시청하는 이유 또한 접근성이 높고 편리하다는 이유가 주요했다. ‘야동’으로만 통칭되던 성인 콘텐츠의 영역이 풍부해진 것도 한몫했으리라.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 19금 콘텐츠는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콘텐츠에 이어 많은 이들이 선택한 건 섹스토이다. <싱글즈> 역시 섹스토이를 현대인의 반려 가전이라고 인정하며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한 적 있다. 섹스토이에 대한 만족도는 압도적인 결과를 낳았다.
섹스토이를 사용하는 이들 중 무려 95%가 실제 관계보다 만족하고 있으며, 1~3개 정도의 토이를 소유한 이들이 89%에 달했다. 다양한 섹스토이 중에서도 클리토리스 자극, 삽입 자극 순으로 애용하고 있었으며 제품을 고를 때는 사용자의 후기(29%)와 디자인(20%), 안전성(19%)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섹스토이를 사용해 자위하는 이들의 경우 응답자 전원이 앞으로도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세상의 발전처럼 섹스 라이프 또한 진화한다. 섹스에 정답은 없다. 몸과 마음의 유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최고이자 최선의 섹스 라이프인 셈이다.

사진

이기현

일러스트

김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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