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함정
“MBTI가 뭐야?” 질리도록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사람을 성향으로 구분하는 MBTI를 냉정하게 다뤄야 할 때가 있다.
BY 에디터 류창희 | 2022.01.31
처음 사람을 만나면 일단 MBTI 유형부터 말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MBTI 유형이 자기소개의 도구가 되거나 대화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서먹서먹한 사이에 우선 MBTI로 물꼬를 튼 후에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진다. MBTI 성격 유형별 특징을 다룬 콘텐츠는 급증했고, 혈액형처럼 하나의 신드롬이 되어 유형별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BTI를 통해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늘었고, 그 판단에 따라 자신과 맞는 유형의 사람만 골라서 사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참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MBTI를 대하는 법과 MBTI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을 소개한다.
타인의 시선에 눈을 돌릴 것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잘 아는 것은 다르다. 주변에서 “난 낯가림이 심해”라고 말하는 이들 중 실제로 낯가림이 심한 사람은 거의 없다. 스스로 나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를 정의하려면 타인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판단하는 척도인 MBTI에서 그치지 않고, 타인과 자신의 판단을 더해야 한다.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들, 유튜브의 심리 상담 채널 등 모든 매체에서 스스로에게 집중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파고들수록 물음표만 자꾸 생겨난다. 자신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이 자기 자신이다. 진짜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MBTI는 선호도 검사다
사실 MBTI만큼 속이기 쉬운 검사도 없다. 실제 내가 어떤지보다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를 알아보는 검사기 때문이다. 외향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E’ 척도 점수를 높게 받도록 얼마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MBTI를 선호도 검사라고 부른다. 실제 어떠한가를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라 뭘 좋아하는지, 대체로 어떤 선택을 주로 하는지에 대한 검사라고 보기 때문.
바로 이 점에서 MBTI가 속이기 쉬운 검사임과 동시에 강점이 분명한 검사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면 성향에 맞는 직업, 연인을 찾는 것에 좋은 지표가 된다. 스스로를 좀 더 세부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MBTI가 선호도 검사라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 가볍게 접근해보자.
완벽한 J(판단형)도, 완벽한 P(인식형)도 없다
서로 반대 성향인 J와 P. 미리 계획해서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J와 즉흥적으로 융통성 있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P는 이렇게 다르다. 하지만 P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즉흥적이지도 않고, J가 모든 상황에서 계획적이지도 않다. 충동적인 J도 존재하고, 계획적인 P도 있다. 예상할 수 없어서 재미있는 게 사람 간의 관계 아닌가. 상대방의 MBTI를 듣고, 이 사람은 무조건 이럴 거라고 예단하지 말 것. 속단보다 무서운 것이 예단이며 예단이 계속되다 보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줄어든다.
MBTI는 다름을 인정하는 도구다
MBTI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재미에서 끝나면 되는데 다들 너무 진지해. 이제는 MBTI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것 같아.” 실제로 그렇다. 타로카드, 별자리 운세처럼 재미로 하면 큰 문제가 없는데 MBTI를 상대를 판단하는 도구로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 가장 리더십 있는 유형, 연애를 잘하는 타입 등 MBTI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좁은 통에 가둬버린다. 평소 A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도 그가 “나 ENTJ야”라고 하면 갑자기 그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리더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정 성격 유형이 리더에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이 무서운 이유다. MBTI는 단점이나 장점을 부각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참고는 참고일 뿐, 바이블이 아니다.
유형은 클론이 아니다
애초에 이 많은 사람을 16개의 성격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를 모순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유형이 같은 사람이라도 각자가 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정도는 모두 다르고, 네 가지 알파벳 중 가장 도드라지는 성향의 알파벳이 무엇인지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고 MBTI를 맹신하다 보면 타인의 행동을 유형에 끼워 맞춰 억지로 해석하는 오류를 낳는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검사로 인해 오히려 제대로 된 이해를 방해하는 꼴이다. 선천적인 성향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선천적 성향 외에도 각기 다른 환경과 매일의 경험이 쌓여 다양한 측면을 가진 개인으로 성장한다. 같은 MBTI라 해도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경험치가 다른 사람들을 ‘같은’ 성격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같은 유형에 속지 말 것. 우리 모두는 다르고, 그래서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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