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이기주의자가 되라
매일 마주치는 누군가가 제멋대로 무례하게 내 영역을 침범해오는 것 같다면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좋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2.03.24
좀 뻔뻔하게 살면 안 될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나.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 그냥 다 놔버리고 마음껏 반항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닌지, 사회성 부족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지 걱정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든 있었을 테다. 하지만 명백하게 불편한 질문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엔 단호하게 “No”를 외쳐도 좋다. 특히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은 일과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는 곳이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에 뻔뻔한 마인드가 어디에서보다도 절실하다. 제멋대로 내 영역을 침범해오는 사무실의 빌런 아닌 빌런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뻔뻔한 이기주의 실천법을 소개한다.
CASE 1 주간 회의 시간마다 주말에 애인과 뭘 했는지 묻는 A부장
“박 주임은 주말에 남자친구 만나서 뭐했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 봤다는 똑같은 대답을 벌써 몇 달째 한 것 같은데, A부장은 월요일 주간 회의 시간만 되면 녹음기를 켠 듯 개인적인 질문을 또 반복한다. 요즘 아이들은 뭘 하고 노는지 궁금하다며 멋쩍게 웃기까지 하니, 정말 순수한 호기심 때문인지 이젠 헷갈릴 지경이다.
how-to 대답하고 싶은 말에만 대답하겠습니다.
회사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선 용납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이를테면 애인과의 주말 일과처럼 너무나도 개인적인 질문은 용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 판단되면 “사적인 일이라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대답을 회피하거나 “오늘 안건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라고 주제를 돌려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 외의 사적인 대화는 결코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상대의 질문이 무례하고, 불필요한 것임을 인식시키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니 너무 예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길.
CASE 2 시도 때도 없이 급한 도움을 요청하는 B대리
“선배, 죄송한데요. 지금 지난달 실적 자료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월말이라 마감 업무가 한창인 와중에 후배 직원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식의 전화가 이달만 벌써 세 번째다. 처음 한두 번은 너무 정신없어 보이기에 만사 제쳐두고 나섰는데, 이제는 ‘내가 버릇을 잘못 들인 건가’ 하는 꼰대 마인드가 피어오른다.
how-to 나도 너만큼이나 바쁘다
내게 여유가 있는 때라면 얼마든지 돕겠지만,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중력이 올라왔을 때해치워야 하는데,시도 때도 없이 ‘당장’ 해결해달라는 건 상대의 리듬을 흩트려놓는 일이다. 친분이 있는 후배의 부탁이라면 거절하기는 몇 배로 어렵다. 이럴 때는 부탁을 들어주는 건 온전히 내 의사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당장은 어려우니 30분만 기다려달라” “자료를 한 번 더 검토해야 하니 데드라인을 알려달라”고 상대의 템포를 한 단계 늦춰볼 것. 처음엔 미안해도 내가 방해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해야 마음이 한결 편해질 거다.

CASE 3 사사건건 참견하는 C과장
“내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C과장은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꼭 ‘가족 같아서’라는 말을 앞세운다. 연애, 결혼, 커리어, 인간관계, 재테크까지 대화의 주제는 어찌나 넓은지 무슨 얘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사사건건 한마디씩 얹는다. 성격 같아선 칼같이 잘라내고 싶지만, 선의로 건네는 조언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될 것만 같다.
how-to 내 가족은 집에 있는데요?
가족 같다는 핑계가 언제나 좋은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꼭 한마디씩 참견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동생, 자식, 조카처럼 손아래 사람 대하듯 한다. ‘우리 엄마 같아서’ ‘삼촌 같아서’라는 말은 쓰지 않는 걸 보면 이런 참견은 묘하게 서열을 나누고, 제멋대로 연장자의 위치를 점하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곳이 회사라면 가족 같은 사이라는 말을 방패막이 삼는 사람에게 단호히 선을 지켜줄 것을 요구해도 좋다. 진짜 가족이라 하더라도 침범해선 안 될 선은 있는 법. 선을 지켜달라는 요구에 ‘사람이 정이 없고 너무 차갑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괜찮다.
CASE 4 모든 회사 스트레스를 내게 토해내는 D동기
“도대체 이 과장은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점심시간, 식당에 함께 간 동기 D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 부장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제와 똑같은 레퍼토리다. 동기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유독 부당한 업무 지시도 맞는 듯하고, 구구절절 억울할 만하다. 그렇다고 마냥 들어주고 있기엔 1시간뿐인 내 점심시간이 너무 아깝다.
how-to 스스로 감정 쓰레기통이 될 필요는 없다
동기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더라도 반복되는 불만 토로에 갈수록 지치는 건 어쩔 수없다. 내 멘탈 건강은 지키면서 앞으로 계속 함께 회사를 다녀야하는 동기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다면 ‘공감하되 동조하지 않기’ 전략을 써보자. “불공평한 상황에 화나는 걸 이해해”라고 공감의 말은 건네되 “이 과장이 잘못했네. 김 부장은 그걸 두고만 봤어?” 하며 동조하지는 말자는 거다. 공감을 넘어 동기와 한편이 돼 이 사람, 저 사람 판단하다 보면 덩달아 부정적인 감정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건 회사 생활을 오래 지속하는 데 꽤나 중요한 부분이니까.
CASE 5 야근하지 않는 팀원을 나무라는 E팀장
“최 대리는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데, 김 대리는 어제도 일찍 집에 가더라?”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E팀장은 마치 누가 누가 일을 더 많이 하나 지켜보는 것처럼 팀원들의 근태 상황을 꿰고 있다. 팀장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야근 여부까지 관여해 ‘팀워크’ 운운한다는 거다.
how-to 팀워크가 대체 뭐길래
E팀장이 말하는 팀워크는 뭘까. 옆 사람은 일하고 있는데, 내 할 일을 다 했다고 가버리는 사람은 정말로 이기적인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협업은 중요하지만, 본분을 다한 개인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오히려 책임은 적절히 업무 분담을 하지 못한 리더에게 있지, 할 일을 다 하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팀원에게는 죄가 없다. 이기적이라는 비난에 괜히 움츠러들어 오늘의 업무를 다 끝내고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주춤거리지 말자. 그렇다고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돕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끝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인 방법이다.
CASE 6 매일 퇴근 후 후배들을 불러 모으는 F선배
“오늘은 ○○ 맥주에서 모이자. 최 대리는 오늘도 집에 가? 참 친해지기 어려운 타입이야. 그치?” 진정한 친목 다지기는 퇴근 후에 시작된다고 믿는 선배 F는 매번 불참을 고하는 후배에게 친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며 농담 섞인 진심을 던진다.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나는 오늘도 맥줏집으로 향한다.
how-to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다
세상에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법은 수천수만 가지가 있다. 퇴근 후에 맥주 한 잔이라도 같이 해야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될 일이다. 또 각자가 생각하는 직장 동료와의 적정 거리는 다르다. 친분은 없어도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옆팀 대리, 출근길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준 후배와 쌓은 무언의 신뢰와 내적 친밀감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애초에 무리에 섞이고 싶은 마음도 없다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괜한 걱정은 넣어두자. 맥줏집에 앉아 흥미롭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듣고 있느니 당장 집으로 가 마음에 드는 안주에 혼맥을 털어 넣는 게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CASE 7 팀원들의 SNS를 염탐하는 G과장
‘△△△님이 회원님의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일요일 아침, 낯선 계정으로부터 온 좋아요 알림이 잠을 깨웠다. 아이디를 눌러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우리 팀 G과장이다. 서로 팔로도 되어 있지 않았고, 내 계정을 알려준 적도 없는데 이건 분명 몰래 구경하다 손가락을 헛디딘 것임을 직감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내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걸까?
how-to 너와 나의 관계까지 차단할 수는 없잖아요
훔쳐볼 거라면 들키지나 말지. 친한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자 만든 SNS에서 회사 동료의 눈치까지 보게 된 현실이 불편해졌을 테다. 평소에는 별 생각도 없이 올리던 게시물을 한 번 더 검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피로감마저 몰려든다. 그렇다고 계정 자체를 비공개로 돌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면 과감히 G과장 계정에 차단 버튼을 눌러도 좋다. 마음대로 개인적인 부분까지 침투해왔으니, so 영역에서의 의사 결정권은 내게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현실 관계까지 차단하는 것보다는 온라인에서 해결해버리는 게 나으니까. 제아무리 G과장이라 해도 ‘왜 차단했느냐’고 따지지는 못할 것이다.
일러스트
김가빈
참고서적
<이럴 거면 혼자 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최민지, 남해의봄날
심리상담
관계
심리
이기주의
사회생활
일상
직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