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에 맞선 디자이너의 행보
자신의 신념과 방식을 고수하며 친환경적인 옷을 만드는 두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었다.
BY 에디터 김명민 | 2022.04.20자연의 힘을 빌려 만든 독자적인 방식
JIYONG KIM.
수천만 톤의 의류 폐기물에 대해 디자이너로서 사명감을 가진 김지용은 자연의 힘으로 염색하는 친환경적인 염색 기법을 고안했다. 그의 옷 위에는 태양, 바람 그리고 빗물이 아름다운 패턴으로 내려앉는다. 지금 막 석사과정을 마친 디자이너 김지용은 패션계의 주목을 받으며 루키로 떠올랐다. 전 세계로 이름을 떨칠 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1 친환경 염색 기법이 더해진 트러커 재킷. 2, 4, 5 최근 공개된 지용 킴의 2022 F/W 컬렉션. 비비드한 색감과 드레이핑 디테일이 특징이다. 3 친환경 염색법으로 옷을 만드는 과정.
브랜드를 대표하는 친환경 염색 기법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여러 곳에서 패션 공부를 하며 친환경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패션계가 만든 환경오염 중에 염색이 큰 부분을 차지하더라.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염색 방식은 자원 낭비는 물론 화학 염료를 사용하기에 엄청난 수질 오염을 발생시킨다. 일본 문화복장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패턴에 관심이 많아 친환경 염색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학사 졸업 작품을 준비하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염색 기법을 만들었다.
염색을 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햇빛, 바람 그리고 비를 이용해 패턴을 만드는 방식이다. 옷을 마네킹이나 철조망에 걸어두고 장시간 방치하면 자연광에 변색되어 프린트 효과가 생긴다. 바람이나 비가 더해지면 그러데이션 패턴이나 탈색 효과가 더해져 더욱 역동적인 패턴이 완성된다. 자연과 날씨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각 피스는 각기 다른 문양이 생긴다. 처음 염색 방법을 선보였을 때는 이 기법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지금은 ‘선블리치(Sun-bleach)’ 혹은 ‘선페이딩(Sun-fad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옷의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전체적으로 보면 염색에 의한 큼직한 패턴이 보이지만 그 안에 재미있고 세세한 디테일이 녹아 있다. 디자인적 요소로는 드레이핑 디테일을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졸업 패션쇼 직후에 브랜드가 꾸준히 성장했다.
학사 졸업 패션쇼에서 일본 편집숍 ‘GR8’의 바이어 눈에 띈 것이 큰 전환점이 됐다. 당시 선보였던 전 제품이 바잉됐다. 몇 개월 후 판매가 이뤄졌는데, 시작과 동시에 솔드아웃 행렬이 이어졌다. 제품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받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이 옷을 구매해 정말 놀랐다. 가격이 꽤 비쌌는데도 말이다.
최근 두 개의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먼저 학교를 대표해 런던 패션위크에 참여했다. 마지막까지도 쇼에 뽑히리라고 확신하지 못했는데 선택되어 놀랐다. 패션위크 직후 새로운 컬렉션을 앞두고 있었기에 부담감이 컸다.
새 컬렉션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반응이 매우 좋았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지용 킴의 제품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새로운 협업 제안도 많이 받았다. 더욱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은 무엇인가?
사실 더 이상 새로운 옷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존재하는 옷이 너무 많지 않나. 재고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매와 재구매를 이루어내는 것이 지속 가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올 계획인가? 한국 팬들도 기다리고 있다.
머지않아 돌아갈 계획이다. 국내에도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이 많다고 들었다. 좋은 기회가 생겨 한국 팬들에게 직접 지용 킴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
ANCHOVI.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며 브랜드 ‘앤초비’를 전개하는 디자이너 김근혁. 옷을 만들며 나오는 불필요한 낭비를 막기 위해 친환경적인 방법을 전방위적으로 실천 중이다. 그렇게 지은 그의 옷에는 지속 가능한 이야기가 한땀 한땀 채워져 있다.

1, 2 돈키호테를 모티프로 한 2022 F/W 컬렉션의 캠페인 이미지. 3 자투리 원단을 패치워크해 새로운 원단을 만드는 과정. 4 빈티지 타이를 레이어링한 팬츠. 5 슬로건이 돋보이는 2022 S/S 컬렉션.
브랜드 내에서 지속 가능성 이슈를 실천하고 있나?
‘제로웨이스트’를 가장 큰 목표로 한다. 옷을 만들면서 나오는 쓰레기와 팔지 못한 재고들이 넘쳐난다. 그것을 먼저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혼자서 운영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일을 찾았고 그중 하나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먼저 불필요한 재고를 만들고 싶지 않아 제품을 오더메이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소재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원부자재의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빈티지 의류와 자투리 원단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재들이기도 해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디자인에 패치워크나 자수 디테일을 즐겨 사용하는데, 자투리 원단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빈티지 소재는 주로 중고시장에서 찾는다. 리사이클링 작업에 사용되기도 하고 캠페인 촬영에 쓸 오브제로 변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페트병을 활용한 라인도 등장했다.
지난 컬렉션에는 직접 모은 페트병으로 로봇을 만들어 캠페인에 등장시켰다. 그뿐 아니라 이번 시즌에는 재활용 소재를 안감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시도했다. F/W 컬렉션이어서 재킷과 코트 등 아우터를 많이 출시했는데, 안감으로 전부 재활용 원단을 사용했다. 친환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매 시즌 발전시키면서 차근차근 늘려가고 있다.
매 시즌 컬렉션과 함께 독특한 콘셉트의 캠페인 이미지를 공개한다.
새 시즌을 준비하기에 앞서 오래된 영화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릴 적에 본 TV 프로그램 <명화극장>에 나왔을 법한 오래된 영화를 좋아한다.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영화나 이미지를 바탕으로 테마를 정한다.
이번 2022 F/W 컬렉션에는 어떤 이야기를 숨겨놓았나.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시작했다.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인 돈키호테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17세기 전사들의 갑옷에서 디자인적 요소를 많이 얻었다. 캠페인 역시 같은 무드로 촬영했다.
지속 가능한 영역을 포함해 앤초비가 지향하는 미래의 목표는 무엇인가?
친환경적인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싶다. 그것은 새로운 소재가 될 수 있고 운영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또 브랜드의 대중성을 키우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옷을 쉽고 편안하게 즐겨주길 바란다.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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