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아티스트 조윤진, 브랜드와 만나다

다채로운 색깔의 테이프를 조합해 인물의 초상화를 그리는 테이프 아티스트.
BY 에디터 최원희 김정현 송혜민 | 2022.05.11
ARTIST
조윤진
1, 2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 팝업 전시에서 선보인 캐릭터 초상화. 3 삼다수의 맑고, 청량한 이미지를 조윤진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표현했다. 4 유명인의 초상화는 조윤진의 주요 작업 중하나다. CL, 남우현 등 국내 아티스트뿐 아니라 퍼렐 윌리엄스처럼 동경하던 인물과의 협업도 진행했다.
직선적 창의성 “100개의 선을 사용해 튤립을 그리는 것보다 10개의 선으로 그리는 게 훨씬 창의적일 수 있다”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말을 좋아한다. 처음 테이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당시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테이프가 물감이나 기존 미술 재료보다 색깔도, 모양도 제한적이라 표현하기 힘들긴 하다. 하지만 사람은 한정적인 상황에서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휘한다고 여긴다. 한계를 극복해서 작품을 완성하거나 때로는 우연히 나오는 조각으로 디테일을 더하는 재미도 있다. 그게 바로 테이프라는 소재의 매력이다. 컬러나 직선의 이미지 덕에 어떤 그림을 그려도 감각적으로 보인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계 없는 협업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디다스와의 협업이다. 브랜드와의 첫 작업이었는데, 오래전부터 동경해온 아티스트인 퍼렐 윌리엄스의 초상을 그렸다. 작업을 하면서도 ‘나한테 이런 기회가 와도 되나?’ 하고 믿기 어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1년에 몇 번은 감사한 기회가 찾아온다. 작년에는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의 글로벌 아트 포스터를 만들었다. 내가 원래 갖고 있던 크루엘라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작업이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 팝업 전시에도 캐릭터 초상화 작업으로 참여했다. 그 밖에 현대카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예거 마이스터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와 함께했다. 개인의 성장 사실 게임은 하나도 모르고, 게임 원화의 작법도 잘 모른다.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 팝업 전시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몰랐던 분야를 공부하고 표현하는 것과는 별개로 완전히 다른 세계의 팬덤과 만나는 경험이 색달랐다. 게임의 인기 덕분에 전시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는데, 게임 팬들에게 나의 존재와 작품을 알릴 수 있어서 기뻤다. 또 개인적인 작업 수준이 이제는 테이프로 뭐든 표현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다 보면 제한된 환경과 표현법 안에서 새로운 스킬을 얻기도 해서 한층 성장하는 기분을 느낀다. 예술의 역할 예술은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를 색다르게 보여주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빠르게 흥미를 끌어모을 수단으로 예술만큼 강력한 게 또 있을까? 내 작품만 놓고 보자면 테이프 아트라는 장르의 희소성도 있고, 강렬하고 팝아트적인 색채로 인상에 강하게 남는다. 그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은 대충 만들지 않는다. 하나의 아트피스를 제작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브랜드 가치의 진정성과 연결시키기에도 좋은 것 같다. 보여주고 싶은 것 테이프는 감정이 결여된 소재다. 차갑고 도시적이고.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걸로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성공이다. 그래서 모든 협업에 다소 비장한 자세로 임한다. 잠깐 보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작업이 완성된다면 브랜드 입장에서도 좋으니까. 양날의 검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트라는 매개체로 계속해서 화두를 던지는 건 분명 좋은 징조다. 아티스트에게도, 대중에게도. 우리는 스스로를 알리는 게 중요한 사람들이고, 이런 작업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증명하기도 한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이제 막 시작하는 아티스트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걸 보면 최근 높아진 아트에 대한 관심을 체감한다. 다만 이 현상이 너무 상업적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바란다. 예술을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만 사용한다거나 아티스트 처우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로 결정한다거나. 자본주의 논리가 아닌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사진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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