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도 큐레이션이 필요해
인생을 원하는 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목적에 따른 말하기 스킬을 연마해야 한다. 상대는 모르는 사이에 은밀하게 목적을 달성하는 대화의 기술.
BY 에디터 김희성 | 2022.05.16
분명 말을 꺼낸 목적이 있는데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 적 있는지? 원하는 바가 있었지만 시간만 낭비하고 별 소득 없이 대화를 마무리해 본 적은 없는지. 하루에도 수많은 이들과 대화를 하며 의도한 것을 얻으려 애쓰지만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상대에게 끌려다니느라 진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대화의 목적에 따른 적절한 말을 고르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설득을 해야 할 땐 설득의 언어가, 거절을 해야 할 땐 거절의 언어가 필요하다. 각기 다른 상황에 따른 대화의 기술이 요구되는 것. 그렇다고 해서 대화의 기술이 ‘화려한 말발’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상대와 눈을 맞추고 따스한 차를 건네는 행동이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있다.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당신만의 무기를 여럿 준비해두고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틈타 잘 조준하면 바라는 대로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다.
CASE 1 원하는 것의 일부만 이야기하라
업무 특성상 나보다 훨씬 높은 분이나 선생님급의 인사에게 연락을 취해야 할 일이 많다. 다들 너무 바빠 시간 내기 힘든 분들이라 부탁을 자주 거절당하곤 한다. 어떻게 해야 더 수월하게 그들의 시간을 살 수 있을까?
HOW-TO
거절도 어렵지만 부탁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부탁할 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구구절절 사정을 늘어놓는 사람도 많은데 오히려 더 만만하게 보여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책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의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심리학에서 ‘이븐 어 페니 테크닉(even a penny technique)’이라 일컫는 방법을 제안한다. 아주 사소한 부탁을 했지만 상대는 그 이상의 호의를 베풀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꼭 만나서 얘기를 나눠야할 상대가 있는데 도저히 약속을 잡기 어렵다면 ‘10분만 시간을 내달라’는 말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유명 인사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면 ‘한 줄이라도 좋으니 코멘트를 써주실 수 있나요?’라는 말로 제안을 한다면 의외로 쉽게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를 받아들인 상대는 애초 요청받은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CASE 2 상대에게 선택권을 줘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이해 집단을 컨트롤해야 한다. PM으로 느끼는 고충 가운데서도 가장 난감한 경우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그렇게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라고 할 때는 정말이지 진땀이 난다. 부탁도 지시도 아닌 애매한 요청을 관철시키기 위한 필살기가 있을까?
HOW-TO
서로 얻고자 하는 것이 있어 의기투합한 일이라도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다르니 삐걱거리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모두가 으으 하면서 어려운 일도 불사하는 그림이 가장 좋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이미 광고주의 컨펌을 받아 반드시 정해진 대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싶다면 두 가지 옵션을 제안해 상대방이 선택하게끔 해볼 것. A안, B안을 제시하고 그중 어떤 게 더 나을지 물어본다면 결과적으로 자신이 고른 것이 되기 때문에 일방적인 답정너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분위기가 매끄러워진다. 그 과정에서 상대도 답정너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채겠지만 두 가지 안을 제시하기 위한 당신의 고민을 배려로 받아들여 최대한 성심성의껏 일을 진행하려 할 것이다.
CASE 3 완곡 거절 키트를 준비하라
일을 하다 보면 ‘된다’는 말보다 ‘안 된다’는 말을 해야 할 때가 많다. 평소에도 거절을 잘 못하는 내게 누군가가 간곡한 요청을 할 때면 난감해서 식은땀이 난다. ‘이거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이 예산을 써도 되나요?’ 같은 부탁을 거절해야 할 때면 늘 대화가 어색하게 끝난다.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잘’ 거절하는 방법은 없을까?
HOW-TO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기 위해 ‘죄송해요’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건 오히려 상대에게 빚을 지는 느낌을 준다. 반대로 딱 잘라서 ‘그건 어려워요’ ‘안 돼요’라고 하는 것은 매몰차 보일 뿐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미안한 마음에 너무 저자세를 취하는 것도, 그렇다고 고자세로 대처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거절을 하기 어려워 리액션이 고장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고자세로 응답했다가 나중에 상대에게 부탁할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하신 건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저희 사정이 여의치 않네 요’ ‘좋은 제안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번에는 타이밍이 잘 안 맞았네요. 다음에는 꼭 될 수 있도록 힘써볼게요’처럼 평소 거절에 관한 완곡한 표현을 몇 가지 익혀두고 이를 적절히 꺼내어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분명 거절을 했지만 예의 바르면서도 사려 깊어 보이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CASE 4 미안하다는 말이 다가 아니다
비즈니스 관계로 알게 됐지만 오래도록 친분을 쌓은 지인이 부탁한 일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하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이로 인해 상대가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 괴롭 지만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연락을 하기도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했다가 이대로 손절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HOW-TO
살다 보면 사과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 사과를 한다고 해서 그 일이 매듭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어설픈 사과는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연예인들의 자필 사과문이 오히려 후폭풍을 불러올 때가 많다는 것만 봐도 사과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있다. 사과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다.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말은 ‘실수였다’는 것. ‘본래 그럴 의도가 아니었습니다’는 뜻으로 실수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작든 크든 피해를 입은 상대의 입장에서는 상황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하지만…’으로 시작되는 말도 금지. 사과는 그 자체로 마무리되어야 할 일이지 그럴 수밖에 없던 당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화만 돋울 뿐이다. 무작정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하지 말고 무엇이 어떻게 미안한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상대가 이해하고 사과를 받아들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CASE 5 공감의 말은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든다
어느덧 연차가 쌓여 디렉터가 되었다. 막상 디렉터가 되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디렉터라는 자리는 팀 내 이슈를 조율하고 팀원들의 결과물을 잘 컨펌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다른 팀, 광고주, 협업 파트너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8할이었다. 타 부서와 원치 않는 밀당을 해야 할 때도 많고 적군을 아군으로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협상에도 공식이 있다면 좋을 텐데.
HOW-TO
미국 대통령, 법무부, FBI, CIA에 협상 자문을 해온 50여 년 경력의 협상 전문가 허브 코헨은 자신의 책 <협상의 기술>을 통해 세상일의 80%가 협상이라고 말한다. 소소하게는 물건값을 흥정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는 것부터 연봉 협상, 인질 구출까지 협상의 기술만 잘 알아도 인생을 절반쯤은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의 저자인 펜실 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협상학 교수 모리 타헤리포어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말한다. 특히 돈 얘기가 많이 오고 가는 비즈니스 테이블에서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마법의 워딩 중 하나는 ‘제 생각에는요’. 전혀 공통점이 없는 상대에게 반대 의견을 내거나 그가 원치 않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때 이 단어를 적절히 사용하면 이익에만 몰두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는 것이란 점을 기억하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잘 듣는 것도 좋은 결과로 이끄는 대화의 기술이다.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의 저자 김호는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라고 조언한 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가장 걱정되는 게 무엇인가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상대의 걱정거리와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챙기는 동시에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이야기해보자. 꽁꽁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일러스트
노여진
관계
대화
언어
대화의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