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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이라는 탈을 쓴 마라맛 드라마

현대인들의 힐링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전국 2521 과몰입러 오열주의! 조형우X박강현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로 간 거장들

<옷소매 붉은 끝동>이 종영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놓아주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드라마 N회차 관람은 기본. 강미강 작가가 쓴 원작 소설도 정주행을 마쳤다. 그래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이참에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독파해야겠다며 책을 사고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까지 집어드는 팬들도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월 중순 미리 주문해놓은 무삭제판 대본집 세트가 드디어 도착했기 때문이다. 초판 한정 굿즈로 제공하는 엽서 모음집과 포토 카드까지 있어 애지중지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최근 들어 드라마 대본집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만 해도 <그해 우리는> <술꾼도시여자들> <서른, 아홉>의 대본집이 출간됐다. 심지어 방영한지 4년이나 된 <나의 아저씨> 대본 집도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는 명작이니만큼 대본집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종영한 지 몇 년이나 지난 드라마의 대본집 출간이 별다른 이슈 없이 이뤄지는 건 이례적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4일까지 집계한 드라마·시나리오 분야 서적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배나 증가했다. 애타게 대본집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출판사도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예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사와 함께 대본집 출간을 논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작품의 대본집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드덕’들의 입장에서는 대환영. 드라마 마지막 화와 동시에 밀려오는 헛헛함을 대본집을 통해 달랠 수 있다. 드라마 대본집의 열풍 이유는 종영으로 인한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본집을 읽어 내려가는 것에는 드라마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을 통해선 미처 읽지 못한 행간의 의미를 텍스트를 통해 발견하기도 하고 배우들이 지문을 어떻게 연기했는지 곱씹어 볼 수도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형태의 드라마를 물성이 있는 형태로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을 사야 하는,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하인드 스틸컷이나 배우들의 사인, 제작 후기 같은 ‘드라마에는 없는 것’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갯마을 차차차> 대본집을 펴낸 북로그 컴퍼니는 집필을 맡은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이를 대본집에 수록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의 아저씨> 대본집에는 배우와 감독의 인터뷰를 실었다. 예약 주문을 하는 이들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이벤트 상품도 마련돼 있다. 그동안 아이돌 굿즈로 여기던 포토 카드가 대표적이다.

대본집을 예약 주문해놓고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것은 영화관에서 몇 초짜리 쿠키 영상을 보기 위해 타이틀롤이 모두 올라가길 인내하는 관람객의 심정과도 같다. 깨알 같은 정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드라마를 향유하는 기쁨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드라마 팬들은 대본집을 굿즈처럼 소비하며 드라마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긴다. 대본집이라고 해서 대본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포토 에세이, 작품집 등 다양한 형태로 발간되는 것만 봐도 ‘굿즈로서의 대본집’의 역할을 알 수 있다.

OTT를 통해 종영한 드라마를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더 많은 대본집이 발간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방영이 끝난 드라마라도 새로운 팬들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대본집이 꾸준한 판매고를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같은 선순환을 통해 기획력이 돋보이고 소장 가치가 뛰어난 대본집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봐도 좋겠다.

대본집 출시가 시급한 드라마들

출판사 관계자분들, 보고 계시나요? 애타게 대본집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드라마를 뽑았다.

사내맞선 로코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라 오히려 대박이 난 <사내맞선>. 인기 웹툰의 드라마화가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라마 <사내맞선>을 대박으로 이끈 대본이 궁금하다. 게다가 <사내맞선>은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많은 드라마로도 잘 알려져있다. 김세정을 한국의 엠마 왓슨으로 불리게 한 ‘사만다, 레이첼 신’, 엔딩 장면 등이 거의 애드리브였다고. 대본을 통해 배우들의 연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종영한 후 대본집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아직 대본집 출시 소식이 들리지 않아 ‘대본집 출시하나요? 나만 모르는 거 아니죠? 대본집 어떻게 구하나요?’ 같은 글이 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라온다. 결말에 논란이 많아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정주행 할 용기는 안 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본집이 더 궁금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속 과거를 들춰보는 느낌이 들 것 같다.

품위있는 그녀 <나의 아저씨> 대본집의 출간 소식이 더욱 반가운 건 예전에 종영한 드라마의 대본집도 속속 출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2017년 방영한 <품위있는 그녀>는 1화부터 죽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녀를 누가, 왜 죽였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류사회가 배경이라 눈이 즐거운 동시에 매 신마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니 대본집 또한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백미경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한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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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집

드덕

대본으로 보는 드라마

‘드라마 종영 후 대본집 출시’는 최근 들어 생겨난 새로운 공식 중 하나다. 일종의 현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뜨거운 대본집 열풍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