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웹소설이 연 새로운 기회

더 이상 마니아들만 즐기는 장르가 아니다. K-19금 웹소설은 이제 소설 너머를 바라본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2.06.21
누가 <시맨틱 에러>의 성공을 예상했을까?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의 웹소설로 연재를 시작해 웹툰으로도 사랑받던 작품이 마침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원작 팬들은 기대와 달리 우려의 목소리를 먼저 냈다. 팬들은 원작이 성인물이라는 점, 동성 간의 연애를 담은 작품이라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시맨틱 에러>는 이른바 BL(Boys Love)이라는 인기 장르의 작품. 하지만 대체로 웹소설, 특히 성인 웹소설은 늘 마이너, 서브 컬처로 분류되곤 한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서브 컬처는 음지에서만 즐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배적이기에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 소비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 하지만 <시맨틱 에러>는 팬들의 걱정을 달래기라도 하듯 대중의 편견을 뛰어넘으며 오히려 콘텐츠 IP로서 성인 웹소설이 가진 막강한 힘을 증명했다. 드라마 흥행 이후 출시한 OST 앨범과 대본집은 없어서 못 팔 정도인데다, 출연 배우가 속한 보이 그룹의 앨범 판매량은 전작에 비해 100배나 증가했다. 2차, 3차 창작물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맨틱 에러>의 행보는 신드롬과 같다. 슈퍼 IP로 향하는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따르고 있다고 봐도 모자람이 없다. 더욱이 세간의 선입견을 깬 성공이라는 점에서 더 유의미하다. 반면 영상화되지 않고도 수년째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하는 작품도 있다. 리디의 메가히트작 <상수리나무 아래>다. 성인 웹소설로 시작한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이미 웹 콘텐츠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이제 이 작품의 다음 타깃은 글로벌이다. 영문판 웹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미국 로맨스 판타지 부문을 비롯해 5개 나라에서 정상에 올랐다. 리디는 지난해 연말 <상수리나무 아래 시즌2> 연재를 기념해 틱톡 챌린지를 진행했는데, 60억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팬덤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K-웹툰이 그랬듯 이제 K-19금 웹소설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19금 웹소설의 슈퍼 IP 가능성은 절대적인 시장 논리로 설명 가능하다. 우선 웹소설은 초기 제작에 필요한 자본이 웹툰,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현저히 적다. 갖춰야 할 전문 장비도 없고, 대규모 투자를 받을 필요도 없다.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기에 진입 장벽도 낮다. 순수 문학계에서처럼 등단하지 않아도 글만 준비된다면 플랫폼을 통해 소개할 수 있다. 이는 시장의 미래를 더 밝힌다. 창작자의 신규 유입이 활발해지면 양적, 질적 성장도 훨씬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원천 IP 제작에 드는 품은 적지만 콘텐츠의 파급 효과가 다른 장르 못지않다는 사실은 <시맨틱 에러>를 비롯한 여러 웹소설이 증명하고 있다. 또 성인 웹소설은 기본적으로 ‘돈을 써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팬덤이 확보된 장르다. 대부분의 성인 웹소설은 플랫폼에서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충성 고객이 보장된다는 의미. 2차 창작물 제작자도 흥행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제작에 임할 수 있다. 어느 미디어 관계자는 앞선 성인 콘텐츠의 성공을 두고 “소수 취향을 위한 콘텐츠 개발 기회가 늘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또 그 원인으로 모바일 기반 미디어 환경의 보편화를 꼽았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비가 확산되며 대중의 관심이 한 장르에만 집중되지 않고 날이 갈수록 개인화, 세분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대 산업을 변화시키는 건 언제나 대중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만이 자본을 투자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움직인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 창작자 모두에게 희망적이다. 그동안 대중적인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당했던 장르에서도 우리가 몰랐던 잠재력을 찾기 위한 시도가 활발해질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낯선 것도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여러 번 증명되다 보면 좀 더 다양한 취향을 담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필연적으로 따라올지도 모른다. 성인 웹소설로 촉발된 장르의 다양화가 다른 시장에까지 흘러 들어간다면 그것 또한 유의미한 성과일 테다. 그렇게 되면 창작자는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소비자는 지루할 틈이 없어서 좋은 시장 환경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확실한 주의 사항도 존재한다. <시맨틱 에러>의 팬덤이 걱정했던 것처럼 콘텐츠가 서브 컬처 영역에서만 소비될 때와 전통 미디어 시장에 노출되었을 때의 영향력은 명확히 다르다. 플랫폼에 가입하고, 유료 결제를 해야만 접할 수 있던 콘텐츠가 누구든 소비할 수 있는 시장으로 나올 땐 그에 맞는 포지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창작자도, 소비자도 잊지 말아야겠다.

일러스트

김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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