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애니메이션을 만났을 때
패션 디자이너들이 계속해서 애니메이션과 협업을 시도하는 이유.
BY 에디터 최원희 | 2022.07.06
1 로에베×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로에베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입체적 형태로 해석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캐릭터.
2 지방시×디즈니 사랑스러운 디즈니 캐릭터의 실루엣을 통해 향수 어린 상상의 세계를 표현했다. 전 세계에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답게 론칭 전부터 관심이 뜨겁다.

3 미우미우×타이거 마스크 호랑이해를 맞아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거 마스크>와 협업했다. 어린이들의 영웅을 티셔츠에 새겨 넣어 활기찬 한 해를 보내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4 스텔라 매카트니×디즈니 판타지아 분방한 면모가 돋보이는 <디즈니 판타지아> 속 캐릭터를 통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망을 반영한 스텔라 매카트니의 새로운 협업.
5 컨버스 × 피너츠 70년이 넘도록 사랑받아온 애니메이션 <피너츠>와 컨버스의 만남. 척테일러는 물론 원스타, 어패럴까지 준비했다.

6 JW 앤더슨×달려라 하니 만화 <달려라 하니>가 2022 F/W JW 앤더슨 컬렉션을 통해 재해석됐다. 수많은 애니메이션 중 1980년대 방영된 한국 만화가 선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7 리바이스 ×더 심슨 MZ세대가 좋아하는 실용적인 스타일에 감성을 자극하는 <더 심슨> 캐릭터를 삽입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사 주는 장난감과 동화, 만화로 세상을 익힌다. 몰입을 방해하는 사건이나 사고도 없던 시절이다. 인과관계를 따져가면서 피곤한 코멘트를 달기엔 어렸고, 지식과 노하우도 부족했다. 어려서 즐긴 이야기 안에는 세상을 향한 분노도, 걱정도, 근심도 없다. 그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던 어린아이만이 존재한다. 어릴 적 즐겨 보던 만화 속 장면만 마주해도 그리움과 반가운 마음이 요동치는 이유다. 패션 브랜드가 만화 캐릭터를 주목하는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다. 이른바 ‘동심’에 주목한 것. 세상 모든 것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소모되는 시대에 어린 시절의 향수를 이끌어내 소비의 윤활제로 사용하려는 묘안이다.
느리고 진중하게 변화하는 것들이 높은 가치를 가질 수는 있지만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에 반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옷으로, 그것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는 방식은 꽤나 확실한 결과를 낳는다. 말 그대로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2020년 초 미국의 통계 플랫폼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18~29세 성인의 27%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엄청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증거.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 리서치는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이 9.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15.5%로 더 큰 성장폭을 예고했다. 로에베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JW 앤더슨과 <달려라 하니>, 나이키와 <헬로, 키티>, 컨버스와 <피너츠>, 지방시와 <디즈니> 등 브랜드들이 애니메이션과의 협업에 열을 올리는 근거다. 캐릭터 선정의 기준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영된 작품, 수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패션은 엄연히 비즈니스에 기반한다. 글로벌 브랜드의 비즈니스 마케팅은 전 세계인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리스트가 필요하다. 물론 M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함도 있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극적이거나 자기 표현을 할 도구를 찾는다.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싶어 하는 심리다. Z세대 중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일부 소비자에 국한되겠지만, 사람들에게 패션월드의 근황을 알리기에 이만한 방법도 없다.
‘애니메이션 협업이 정말 효과적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2021년 돌체앤가바나와 일본 만화 <주술회전>의 협업을 예로 들수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SNS에 올린 단 6개의 홍보 게시물로 틱톡과 트위터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팬들이 만든 틱톡은 약 250만 뷰와 65만 개의 좋아요로 이어졌다. 공유 게시물 수만 해도 2만3000개를 훌쩍 넘는다. 과거 루이비통이 슈프림과 파격적인 협업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방법과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비자의 관심을 얻지 못하면 소멸되고 마는 생태를 고려한다면 투자가치가 있는 행보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일부 문화권에서만 더 큰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만화 속 주인공이 전달하는 친숙한 감정은 어떤 소재로도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가 행하는 협업의 형태에는 어쩌면 어른에게도 동화를 선물하고자 하는 산타클로스의 마음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주야장천 입고 싶었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지금도 입어도 된다며 건네는 조용한 위로라 생각하면 언제까지고 동심을 지켜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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