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의 세계는 계속 팽창 중

모델과 배우, 보석 디자이너에서 작가까지 영역을 넓힌 안재현이 팽창하는 세계.
BY 에디터 김정현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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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MSGM, 재킷 인스턴트펑크, 샌들 처치스, 실버 링 락킹에이지, 브레이슬릿 이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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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 셋업 베르사체, 샌들 처치스, 펀칭 슬리브리스 톱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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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카디건과 슬리브리스 톱, 쇼츠, 레이스업 슈즈 모두 프라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소설 <데미안>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치열한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발현하는 고민과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에서 인간은 나약함과 비범함, 균열과 갈등을 마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고통은 성장이라는 화합으로 찬란히 빛난다. 안재현은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데미안>의 구절을 읊었다. “저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배우라는 직업 외 나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골몰했어요. 그러던 중 한 친구가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라는 영화를 추천해줬는데 주인공 제임스의 모습이 딱 저와 같았죠. 한없이 절망하며 자신을 파괴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밥이라는 고양이를 만나 위로받고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내용인데 누군가는 저를 통해 그런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발전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일을 할 때 늘 손에 쥐고 있던 대본, 스무 살 무렵 친구들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치기 어린 마음에 파고들었던 고전 문학 등 책과 글이 늘 그의 가까이 존재했던 터였다. 절망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안재현의 기록은 지난 6월 2일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책의 시작은 안재현의 투고다. 그는 자신의 이름과 직업 등을 밝히지 않은 채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출판사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은 뒤 본격적인 책 작업에 돌입했다. 1년반 동안 약 700편의 글을 썼고 이 중 226편을 모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어엿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서점에 깔린 책을 마주하며 출간을 실감한 그는 ‘무거운 책가방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유의 기쁨,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오더라고요. 책을 쓸 때 정말로 무거운 책가방을 이고 다니며 작업했어요. 이제 그 가방을 내려놓을 수 있으니 좋아요(웃음). 동시에 한창 뜨겁던 축제의 준비 기간이 끝난 기분이에요. 축제는 즐길 때보다 준비하는 기간이 더 설레고 즐겁잖아요.” 치열한 준비 과정은 안재현의 몸 곳곳에도 훈장처럼 남아 있다. 안재현은 책 속에 자기 자신을 거침없이 내던졌다. 700편에 달하는 글은 모두 펜으로 종이에 직접 작성했고, 집필 과정 내내 함께한 사진 기와 두꺼운 노트는 그가 한 몸처럼 달고 다닌 가방의 무게를 짐작하게 했다. 여전히 그의 오른쪽 검지는 퉁퉁 부어 있다. 그의 작업 과정은 성실한 고행자의 여정과도 닮아서 성찰과 고백, 반성 역시 책 안에 단정히 자리 잡고 있다. 때로는 실체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개인의 내면을 과감하게 풀어놓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안재현은 ‘성장’에 추를 뒀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에세이를 쓰는 것 자체가 성장의 밑거름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저에게 실망할 것 같았죠. 저를 향한 이미지가 있으니 물론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극복 하는 과정에서 저는 또 발전할 것이고 더 겸손해질 거예요.” <기억할수 있는 것들의 목록>이 온기를 띤 위로로 다가오는 건 어쩌면 그의 간절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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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 재킷과 팬츠 모두 벨루티, 슬리퍼 렉토, 네크리스 락킹에이지.
글을 쓸 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전 6시다. 안재현에게는 감정과 이성이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하루를 시작하는 건 그가 여전히 배우로 생활하던 삶의 루틴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할 때는 저녁 10시에 잠이 들어 새벽 3~4시쯤 일어났어요. 지금도 이 시간표를 계속 지키고 있어요. 그 루틴을 한번 놓치면 다시는 배우라는 직업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늘 준비된 자세로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그 시간에 신문을 보고 글을 쓰고, 전시도 준비하며 버텼어요.” 혹독한 시간 속에서 안재현의 최선은 현실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직조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의 신념은 더욱 견고해졌고 깊게 뿌리내렸다. 이 과정에서 더 커다란 가치로 다가온 개념이 있다면 ‘틀림보다는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언젠가 친구가 새해 덕담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뭐 어때. 언밸런스하게, 우리는 힙하게 나가자’고 하더라고요. 틀림이 개성이 될 수 있고 저 역시 다름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자신의 시간을 촘촘하게 쌓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진짜 중요한 건 어느 순간 눈에 보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열심히 쓴 글, 정성 들인 요리, 운동 으로 쌓인 근육 등 시간과 노력은 어느 순간 선연해지더라고요. 사람 역시 마찬가지죠. 평소의 시간과 행동이 쌓여 말투, 목소리, 태도 등에 묻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는 시인 류시화의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수록된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모델에서 배우, 보석 디자이너에서 작가로 그가 하나씩 깨고 나온 알은 장르와 경계를 오간다. 예능 프로그램 <운동천재 안재현>을 통해 서는 무려 6가지 운동에 도전했다. 이쯤 되면 ‘프로 도전러’인 안재현 에게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를 물었다. 긴 침묵이 이어졌고 그는 결국 답을 내리지 못했다. “제가 말을 하면 지켜야 하는 몹쓸 병이 있어요 (웃음). 그래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질문을 바꿔 도전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 묻자 그의 말에 속도가 붙고 목소리가 커졌다. “‘오늘 정말 재미있게 잘 봤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유쾌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인상 찌푸리지 않고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있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그는 화보 촬영 현장에 인터뷰를 위해 다양한 책을 바리바리 싸 오고,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출발해 백화점에서 스태프를 위한 간식을 사 왔다. 안재현과 함께 등장한 친절과 배려, 열정은 현장의 흥과 분위기를 높이며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그가 살아가는 충실한 오늘은 뭐든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려는 성향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을 좋아해요. 직접 보고 실천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발로 뛰는 걸 즐겨요. 경험하지 않으면 100% 제 것이 되지 않기에 몸을 움직이죠. 척하는 것보다 착한 게 낫더라고요.” 끊임없이 깨지며 견고해진 그의 세계는 앞으로 더 확장될 것이다. 그 성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의 226번째 글은 ‘아직도 나는’이라는 제목 이다. “사람이 싫어질 때, / 사실 가장 싫은 사람은 ‘나’다”로 시작한 글은 “아직도 나는 / 나도, 세상도, 어렵다”며 막을 내린다. 막다른 길에서 답을 찾고 개척한 안재현에게 이는 곧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안재현 다운 다짐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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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베스트 렉토, 네크리스 이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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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 셋업과 부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탠드 라문.

사진

박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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