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실수러에 대처하는 법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의 실수가 내 일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실수도 곧 실력이라는 회사에서 민폐만 끼치는 동료는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
BY 에디터 김희성 | 2022.07.25
실수가 잦은 동료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지쳐 그의 메일을 실수로 공유한 것처럼 팀 전체에 회신한 썰이 블라인드에서 오랫동안 화제였다. ‘누가 더 빌런이냐’는 주제로 끝장 토론이 벌어진 것만 봐도 실수 빌런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동료의 실수가 내 탓은 아니지만 실수가 잦은 유형이 곁에 있으면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함께 피곤해진다. 내 업무도 바쁜데 ‘프로수발러’ 역할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손해보는 것 같아도 결국엔 당신의 일손을 더는 길이 될 것이다.
디지털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매일, 매주, 매월 단위 로 모니터링을 하며 인사이트를 집계해야 한다. 내 가 맡은 일의 양과 업무 영역이 늘면서 함께 수치를 모니터링할 동료를 한 명 더 뽑아주었다. 하루 종일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늘 빠듯하게 보고를 하질 않나 그마저도 수치가 틀린 경우가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의 모니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엑셀에 숫자를 입력하며 아이폰 계산기로 하나하나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Do 1일 엑셀 강사 되기
잔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문명의 혜택(?)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엑셀의 기본적인 기능을 몰라 하나하나 수동으로 처리하느라 하루에 할 일을 한 달 동안 끌고 간 자신의 동료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털웃음을 짓던 친구도 있다. 기본만 알아둬도 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스킬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그동안 일한 직무 환경에 따라 유독 서식에 서투른 이들이 있다. 스스로 공부해서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느니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서식과 툴의 기본적인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겠다. ‘어떻게 저것도 모르나’ 싶은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힌지 얼마 되지 않 아 또 못보던 게 나오는 요즘 업무 환경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다’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보자.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어차피 N분의 1을 해야 하는 업무라면 그를 위해 투자한 1시간이 결국 당신의 일을 더는 효과를 낸다. 만약 그 동료가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저절로 도태되기 마련일 테니 손해는 아니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하나는 정시 퇴근이다. 내가 빠릿빠릿하게 일처리를 하는 일잘러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변수가 하나 있다면 실수투성이 동료의 뒤치다꺼리다. 실수가 많아 일처리도 늦어지니 그가 못다한 일이 나에게 넘어오는 경우가 잦다.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Don’t 분노의 일대일 면담 신청
아무리 ‘참을 인’자 세 개를 마음에 새기고 하는 회사 생활이라도 매번 실수를 연발하는 동료 때문에 계속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가만히 있긴 어렵다. 더 이상 분을 이기지 못하고 “ oo 씨, 잠깐 얘기 좀 할래요?”라고 말하며 그동안 쌓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의 감정만 악화시킬지도 모르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핵심은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내는 것이 아닌 그의 상태를 개선하는 것. 힘들겠지만 며칠의 시간이 흐른 후 평정심을 되찾은 상태에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대놓고 할 이야기가 있다며 면담 신청을 하는 것은 마치 결투를 신청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탕비실이나 회사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될 때를 노려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잠깐 이야기할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는 편이 낫다. 같은 이야기라도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말한다면 동료는 자신의 실수를 끝까지 인정하려 하지 않아 이후의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 놓아보자. 자신의 실수로 당신과 주위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 쓸 것이다. 때로는 화를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동료와 함께 둘이서 모 브랜드의 홍보 대행을 맡고있다. 최근 새로운 제품 론칭을 앞두고 인플루언서 협찬, 보도자료 작성, 행사장 준비 등 거의 모든 업무를 2인 1조로 숨 쉴 틈 없이 쳐내고 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홍보 일정 속 사소하게 챙길 것은 왜 그리 많은지. 명찰, 배너 준비부터 케이터링 예약, 제품 시연 부스 제작 등 이 중 하나만 빠뜨리거나 삐끗해도 큰 차질이 생긴다. 동료의 성격이 평소 꼼꼼하지 못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가 진행하고 있는 준비상황을 중간중간 체크해보면 어김없이 빠뜨린 게 나온다. 최대한 챙겨주려 하지만 그의 모든 업무를 체크할 순 없다. 상사와 미팅하며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큰 실수를 발견해 나의 임기응변으로 넘어간 적도 여러 번 있다.
Don’t 무조건 총대 메는 착한 신데렐라병
동료의 실수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팀 전체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일 것 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쌓인 동료와의 우정 때문이거나 그의 실수가 당신의 능력 부족으로 비쳐질까 걱정돼 자신도 모르는 새 준비물 챙기는 엄마처럼 행동하고 있다면 당장 멈출것. 당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갉아먹는 착한 신데렐라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급한 불은 꺼야 하기에 어떻게든 동료의 실수를 수습하려 하는 경우도 많다. 상사에게 들키기 전에 ‘짜잔’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면 족하다. 여러 번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때마다 대신 책임져주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네가 보고해’ ‘이번에는 나도 못 도와주겠어’라며 스스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실수해도 ㅇㅇ가 도와주겠지’ ‘실수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인드를 버리고 새 사람이 될지도 모르니.
부서의 특성상 분기별, 연간으로 내는 보고서가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 시즌이 되면 일주일씩 야근을 할 정도로 바쁘다. 최종 보고를 앞두고 각자 작성한파트를 취합하기로 한 디데이. C는 이번에도 자기가 하기로 한 내용을 몇 페이지나 빠뜨렸다. 이쯤 되니 하기 싫어서 일부러 빼먹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왜 안 했는지 물어보니 까먹었단다. 분명히 같은 회의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매번 잊어버렸다는 그의 말은 핑계일까? 진짜일까?
Do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학교 과제든 회사 일이든 ‘팀플’에는 반드시 빌런이 존재한다. ‘빌런 보존의 법칙’에서 팀의 멱살을 끌고 가는 역할을 도맡는 당신이라면 이미 몇 가지 노하우는 탑재하고 있을 터. 하지만 학교가 아닌 회사에서 빌런을 만나면 짜증이 배로 솟구친다.나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 동료의 수발을 들어줘야 하니 말이다. 결과물을 제출하기 전 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동료가 빠뜨린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다시 채워달라고 요청하느라또 시간이 지연된다. 몇 번은 더 파일이 오가야 비로소 일이 마무리되니 데드라인을 앞두고 이런 일이 잦다면 여러모로 피곤하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지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중간 점검을 하는 것. 데드라인에 앞서 1차 마감을 정해놓고 서로 놓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일을 실행하기 전 사전 회의를 하는 것도 좋다. 지시를 받은 후 바로 각자의 몫을 실행하는 대신 보고서를 쓰기로 한 동료들끼리 모여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을 한 번 더 체크하고 상대가 잘 기억하고 있는지도 상기시켜주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팀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A씨 때문에 최근 큰 소동이 벌어졌다. 행사용으로 제작한 에코백 발주를 할때 0을 하나 더 써 100개가 아닌 1000개가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팀원 전체가 예정에도 없던 야근을 하며 남은 에코백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실수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활용할 참고 자료에 상대방 회사 이름이 잘못 기재되는 치명적인 오타를 내 진땀이 났던 적도 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동료이기에 함부로 나무랄 수도 없고 매번 무슨 실수가 나올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Do 동료의 속도를 기다려주기
일잘러로 평가받던 사람이 이직 후 일못러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입도 아닌 경력직으로 입사한 동료가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한다면 이를 고운 눈초리로 볼 사람은 없다. ‘대체 팀장님은 레퍼런스 체크를 제대로 하고 뽑은 거야?’ ‘저 능력으로도 연봉 올려서 들어왔겠지’ 등 비아냥거리는 이들의 냉대를 받기 십상이다. 조직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료가 자꾸만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는 그의 부주의라기보다 환경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이직한 경력직에게는 적응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고 바로 실전, 실전, 실전이다. 업무 프로세스도, 동료들도, 조직 문화도 모든 것이 낯설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새도 없이 계속무언가를 해내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 여러 가지 요소에 평소보다 더 신경 쓰느라 하지 않던 실수를 하기도 한다. 적응력이 빠른 타입이라면 큰 문제 없이 업무를 소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이직 스트레스가 이혼 스트레스에 버금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새로운 일터에 적응하는 것에는 극한의 어려움이 따른다. 그가 회사에 적응할 몇 달 만이라도 당신이 마니또 역할을 해주자. 모든 것이 낯선 그에겐 회사 생활을 하는 데 의지할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사람은 모두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 프로실수러인 줄만 알았던 그가 적응 패치를 완료하면 당신에게 예상치 못한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러스트
노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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