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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의 다섯 가지 얼굴

김민주가 말하는 포근하고 달콤한 겨울 향기

은비와 민주의 오늘

니트 톱 모스키노, 아우터 유저.

블레이저와 팬츠 모두 머스트 고 온, 슈즈 손신발.

<레 미제라블>의 마리우스 퐁메르시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을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고. 
내가 연기를 할 거라 고는 상상도 못했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욕심은 있었지만 어떤 무대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 확신이 없었다. <레 미제라블>은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건드리는 작품 이었다. ‘만약 내가 이 작품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그중에서도 마리우스의 넘버 ‘Empty chairs at empty tables’가 특히 강렬했다.

에디 레드메인의 필모그래피 속 5가지 캐릭터를 콘셉트로 화보 촬영을 했다. 
단독 화보 촬영은 처음인데다 가장 좋아 하는 배우를 오마주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대니쉬 걸>의 에이나르 베게너를 재연한 컷이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얼굴이 보이더라.

그의 작품 중 하나를 직접 해본다고 상상해보자. 
가장 욕심 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에디 레드메인에게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들을 표현해내는 에디 레드메인의 섬세함에 감히 도전해보고 싶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호기심이 생기는 역할이다.

전작 <군검사 도베르만>의 노태남도 표현하기에 어려운 인물이었을 것 같다. 
노태남은 김우석과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 당연히 오디션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 작품에 합류하고, 촬영 시작까지도 감독님께 “저 괜찮아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내 경험에서 찾을 수 없는 감정을 표출하는 인물이라 내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니 부딪히는 점이 너무 많았거든. 나중에는 김우석이 노태남이라는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재미있었다. 정상적인 사고의 범주를 벗어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던 것 같다.

차기작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에서의 역할은 비중이 더 커졌다. 이전과 다른 책임감을 느끼겠다.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변화는 없다. 하지만 더 넓게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내 역할 바깥의 것들을 더 공부하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그 속에서의 내 역할은 무엇인지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닫는다.

블레이저와 팬츠, 스니커즈 모두 디올 맨, 셔츠 스튜디오 게이지.

사극은 첫 도전이다. 
확실히 현대극과는 많이 다르다. 어려운 점을 꼽자면 여름 내내 더위와 싸워야 했다는 것,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라 연기 톤앤매너를 설정하는 게 미묘하게 쉽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무술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발견했다는 것. 매력적인 점은 화면 속에 한복을 입은 내가 새롭게 보인다는 거다. 사극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시기에 필요한 역할을 만난 기분이다.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미팅으로 오디션을 본 첫 작품이다. 감독님과의 미팅 자리에서 평소보다 훨씬 더 내 얘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꼭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였다. 가끔 내게 주어지는 기회가 분에 넘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덤덤하고 차분하게 잘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왕의 가장 가까운 친구, 절절한 순애보를 가진 무사. 흔하게 봐온 캐릭터를 새롭게 연기하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오히려 그래서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다. 다만 아무리 비슷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배우마다 각기 다른 매력은 분명 드러날 거라 믿는다. 내가 준비한 것, 공부한 것을 현장에서 충실하게 해내려고 노력한다.

이신원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나. 
전작과는 작품 자체도, 캐릭터도 너무 결이 다르다. 바보 같을 정도로 지순한 짝사랑을 하는 무사의 모습은 처음으로 보여주지 않나. 보는 사람들이 ‘이런 얼굴도 있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좋겠다.

뮤지컬 배우 커리어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무대 공연을 계속할 생각인지. 
커튼콜에서 받는 박수 소리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자부한다. 공연 내내 관객석과 팽팽하게 긴장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압박을 이겨내고 모든 걸 무사히 마쳤을 때 오는 쾌감은 아무나 느껴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뮤지컬도 계속 하고 싶다.

에디 레드메인을 두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꽃미남 배우’라고 표현한 적 있다. 대중이 김우석을 어떻게 바라봤으면 하나. 
세상엔 대단한 배우도 많고, 깜짝 놀랄 수식어도 많다. 결국에는 모두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연기로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1차 목표다. ‘김우석 작품이라면’ 하는 얘길 듣는다면 성공이다.

기대했던 배우로서의 내 모습을 지금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은지. 
내 꿈을 그림에 비유한다면 아직은 밑그림도 그리지 않은 단계인 것 같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어떤 색으로 칠할지 고민하며 물감을 고르는 때라고 하는 게 맞겠다. 세상에 색깔은 너무 많으니까 그중에 내게 어울리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잘 찾아야겠지?

셔츠 디올 맨, 니트 베스트 행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