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형 인간 길들이기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잘못이라고? 자신에겐 관대하지만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내로남불형 인간에게 맞서는 법.
BY 에디터 김희성 | 2022.11.26
“그대만의 논리로 우리를 길들이려 하지 마세요.” 내로남불형 상사 때문에 회사에서 고통받은 적 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좋은 점이 상대와 몇 마디만 나눠봐도 그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저절로 쌓인 빅데이터 덕분이기도 하고 각기 다른 선택지에 따라 상황이 어떤 결과로 흘러가는지 수많은 퀘스트를 수행하며 알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이런저런 언변으로 상대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엮일 일을 만들지 않는 기술도 생긴다. 사회생활 레벨이 높아져도 피하기 힘든 건 자신에게 너그럽고 상대방에겐 엄격한 내로남불형 인간이다. 지뢰도 어디 있는지 알아야 피할 텐데 내로남불형 인간은 겉모습이나 몇 번의 대화로는 티가 잘 안 나 잘못 밟으면 터지는 지뢰처럼 집단 곳곳에 숨어 있다. 마음이 음흉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겉모습에도 티가 나면 좋겠지만 내로남불형 인간은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우아한 미소와 너그러운 말투로 상대방의 호감을 산다. 100% 연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실제로 자신이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내로남불형 인간의 실체는 나르시시스트 혹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철저히 가면으로 무장한 소시오패스형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 둘 중 어떤 유형이든 내로남불형 인간과 엮인다는 건 인생이 괴로워진다는 의미와 마찬가지다. 다정하고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던 그는 우리가 대비하지 못한 사이에 서서히 숨통을 조여온다. 남들에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비난하던 일도 자신이 같은 실수나 잘못을 하면 온갖 사정을 다 들어가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한다. 상대방이 지각한 건 집에서 더 일찍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유죄, 자신이 지각한 건 오늘따라 집 앞 도로가 공사 중인 데다 지갑을 놓고 나와 다시 가지고 오느라 무죄. 수많은 이유로 남을 돌려까기 하거나 대놓고 깐다. 참다 참다 한 번 마음먹고 화내는 건 그리 현명한 대처는 아니다. 그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렇게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난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지. 진작 말하지 그랬어.” 미안하다는 말 대신 진작에 말했으면 자기가 알아차렸을 거라고 미리 말하지 않은 우리를 또 탓한다. 수많은 처세술, 심리학 서적을 요약하면 내로남불형 인간은 고칠 수도,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기도 어렵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중적 잣대를 지닌 인간에겐 심리적 결핍이나 자격지심 같은 이유로 잘못된 사회통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성인이 된 이들의 이기심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손절’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우리의 마음 건강에 이롭다. 일적으로 엮여 완전한 손절이 어렵다면 조금 머리를 굴릴 필요는 있다. 당신이 파워 E 성향의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대처법 중 하나는 상대가 자기의 입으로 늘 말하던 핑곗거리를 미리 말해줘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지각한 상사에게 먼저 “어떡해요. 오늘 같은 날은 차가 많이 막히죠. 이런 날 제 시간에 도착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요즘 지하철 배차 간격이 왜 이렇게 긴 줄 모르겠어요. 팀장님도 지하철 환승하기 힘드셨죠”라며 여우 같은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이것은 아양도 아부도 아닌 그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의미 없는 스몰토크 같은 것. 스스로 합리화하기 전 누군가가 먼저 자신의 상황을 알아주는 것에 무척이나 감동해 무한 수긍을 할 것이다. 내로남불형 인간에게 이런 이야기를 먼저 건넬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리고 다음번에 당신이 지각하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때 평소처럼 다른 잣대를 들이대려던 그에게 다가가 이렇게 선수치는 것이다. ‘어머 팀장님, 오늘도 역시나 배차 간격이 긴 거 있죠.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요즘 교통 상황이 왜 이러나 몰라. 팀장님 동네는 요즘 어떤가요?” 은근슬쩍 그가 스스로 수긍했던 이유를 소환해 당신을 그와 같은 상황으로 한데 엮어버리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가까이에 있어 늘 마주쳐야 한다면 최대한 업무적인 말투로 대하고 점심 먹자는 등의 제안은 다른 핑계를 대며 가급적 많은 말을 주고받을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비대면으로 소통할 땐 사적인 메시지에는 최대한 늦게 확인하거나 “네, 알겠습니다”와 같은 형식적인 답만 하는 것이다. 장담컨대 내로남불형 인간이 자주 꼬인다면 당신은 모진 말을 잘 못하는 착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가급적 무대응하는 방식으로 쓸데없는 잔소리를 차단하고 침묵으로 그보다 우위에 올라서는 방법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겐 머리를 조아리고, 약한 사람에겐 강하게 군림하는 내로남불형 인간의 옹졸한 심리를 역이용해 더 이상 친절한 말투는 금지하고 강하게 대응하면 그가 알아서 당신에게서 떨어져 나와 다른 약자를 탐색하러 갈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조금 더 용기가 있다면 그가 하는 말을 맞받아치며 상대가 조금은 무안하도록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나르시시스트인 그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곤란해지는 상황을 참을 수 없으니까. 그야말로 ‘개소리엔 개소리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일러스트

노여진

라이프스타일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인간관계
대화기술
직장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