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러셀이 차지한 새로운 아이콘의 자리
당찬 신예 테일러 러셀. 각종 영화제와 럭셔리 브랜드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만의 서사를 그려가는 중이다.
BY 에디터 최윤정 | 2022.12.15
도톰한 입술과 까무잡잡한 피부,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자존감과 고정관념을 깬 패션.... 배우 젠데이아와 닮은 구석이 많은 뉴 페이스가 등장했다. 영화 <본즈 앤 올>의 주인공 테일러 러셀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섣불리 넥스트 젠데이아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실례다. 처연한 눈빛과 수줍은 미소, 관능적인 보디라인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돋보이게 하는 쇼트커트 등 ‘두드러진 고유함’을 내세운 아이콘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니까.
영화 <이스케이프 룸>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테일러 러셀은 영화 <웨이브스>로 국제영화제에 참여하며 패션계에 입문했다. 프라다와 미우미우, 샤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2020년 샤넬 19백 캠페인 뮤즈로 선택받아 배우 마거릿 퀄리와 마린 팩트 등 당시 촉망받던 신예들과 뷰파인더 앞에 나란히 섰다. 배우 박소담과 함께 패션지 <베니티 페어>의 장대한 파노라마 화보를 장식한 것도 같은 해의 일이다.
테일러 러셀에게 올해는 끓는점과도 같았다. 천천히 달궈지다가 비로소 전방위로 주목받을 만큼 뜨거워진 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지휘한 <본즈 앤 올>에 출연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티모시 샬라메와 잭 딜런 그레이저 같은 감독이 그간 발굴한 신예들이 그러했듯, 사람을 흡입하는 묘한 매력으로 평단은 물론 패션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그는 올해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본즈 앤 올>에 함께 출연한 티모시 샬라메의 곁에서 그의 존재감에 주눅 들지 않고, 심지어 그의 현란한 패션센스에 뒤지지 않는 레드카펫룩을 선보이는 한 여인에게로 현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도 그럴 것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하이더 아크만의 백리스 톱을 입은 티모시에 대항해(?) 마찬가지로 등을 훤히 드러낸 발렌시아가의 전위적인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착용하기도 하고, 런던 국제영화제에서는 스키아파렐리의 코르셋 의상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멀끔한 화이트 슈트 차림의 티모시를 조연으로 만들 정도였으니까.
이 밖에도 발렌시아가의 미니드레스에 판탈레깅스를 착용한 캣우먼 스타일부터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랄프 로렌의 빈티지 드레스 그리고 최근 아카데미 뮤지엄 갈라 아이콘 어워드에서 입은 알렉산더 맥퀸의 블랙 백리스 레더 드레스까지 각종 시상식에서 선보인 의상은 언제나 생경하고 파격적이나 동시에 매혹적이었다. 패션 에디토리얼을 기획하는 에디터 입장에서 이런 배우는 지면에 담고 싶은 매력적인 피사체다. 루카 구아다니노 역시 자신이 지휘한 <판타스틱 맨> 35번째 이슈에 배우 줄리안 무어와 클로에 셰비니, 그리고 테일러 러셀을 나란히 등장시켰다.
<옴므 걸>과 <디 매거진>도 재빨리 재목을 알아보고 테일러 러셀을 표지 모델로 택했다. 테일러 러셀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3 S/S 로에베 컬렉션에 오프닝 모델로 깜짝 등장한 데 이어 글로벌 앰배서더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테일러 러셀은 지금 자신이 누리는 인기를 SNS에 거창하게 전시하거나 일상을 매 순간 공유하는 흔한 셀러브리티의 행보를 걷지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알고 싶게 만든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티모시 샬라메를 두고 ‘4년 만에 소년이 남자가 되고, 직관이 지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 배우’라고 했다. 테일러 러셀의 4년 뒤 모습은 어떨까? 예측 불가하지만 테일러의 눈빛에 실린 확실한 신념을 보자니 그의 빛나는 미래에 과감한 베팅을 걸어보고 싶다.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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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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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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