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혁의 기록 일기

누군가의 매일은 차곡차곡 쌓여 그 사람이 되는가 하면, 또 누군가의 하루는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만다. 배인혁의 매일은 그의 안에 남아 촘촘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자란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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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사이즈 블루 재킷, 팬츠 모두 무홍.
<치얼업>이 종영했다. 촬영이 끝난 뒤 오랜만의 휴식을 얻었다고 들었다. 최근에는 첫 영화 <동감> 프로모션 일정이 있어서 매주 무대인사를 다녔다. 그것도 어느 정도 마무리돼서 거의 1년 만에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가에 가서 부모님도 만나고, 충분히 잠도 자면서. 오늘 화보의 키워드가 ‘배인혁의 일기, 기록’이었다. 오늘 하루를 기록한다면 어떤 문장이 어울릴까?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쓸 것 같다. 그렇게 바쁘게 일하다가 며칠 쉬었을 뿐인데, 금세 그 생활에 적응한 것 같아서다. 나태해지기는 쉽고,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람 마음이 참 쉽게 바뀐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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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팬츠 모두 드레.
화보 촬영 전, 기억에 남는 일기 문장 몇 가지를 소개해달라고 미리 부탁했다. ‘조금만 더 버티고 이겨내자. 할수 있다. 힘들지언정.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더 힘들고 상처받았다. 견디자. 할 수 있다. 정말.’ 이날은 무슨 고민이 있었기에 이런 문장을 썼나. 2021년 3~4월쯤 쓴 일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빨리 성장하고 싶고, 더 빨리 가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 정작 나는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마음만 조급해서 힘들었던 것 같다.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촬영을 막 시작했을 때인데, 현장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고민의 정도나 깊이가 이전 과는 달라지더라.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나보다 더 성공한 사람들은 더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웬 엄살을 부리고 있나 하는 마음에 쓴 글이었다. 일기를 보면 그 시절의 배인혁을 알 수 있겠다. 내게 일기는 단순히 하루를 기록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토해내듯 쓴다. 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까무룩 잠들어버리는 날도 있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쓴다. 하루를 정리하는 루틴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맞다. 그런데 하루의 끝에 늘 일기를 썼지만, 루틴이라고 생각지도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치 자기 전에 양치를 하는 것처럼. 돌이켜보면 많이 흔들렸던 시절, 내 생각이나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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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MNGU, 카디건 앤더슨벨, 데님 팬츠 무홍, 슈즈 컨버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일 일기를 썼다고 했다. 그 당시 배인혁은 어떤 고민을 했나. 배우라는 꿈이 간절한 시절이었다. 그때 내가 배우가 되기 위해선 대학 입시부터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더 좋은 대학교를 가고 싶었고, 입시 준비에 치열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마음처럼 되지 않는 때가 더 많았지. 지금도 가끔 스무 살, 재수하던 때의 일기를 다시 꺼내 본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또 다르게 읽히겠다. 되게 재미있다. 그때의 간절함을 읽고 있자면 지금 내 고민이 복에 겨워 보인다. 그러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 날도 있다. 본인에게 엄격한 편인 것 같다. 성향의 차이겠지만 내가 욕심내서 한 일에 100% 만족한 적이 없다. 배우는 내가 평생 해야 할 직업이라 생각해서인지 일에서는 더더욱. 계속 스스로를 괴롭히며 결과물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 지난 인터뷰들을 보면 성장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 여전히 성장에 갈증을 느끼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갈증이 주변의 평가로 해소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명확해진다. 충분히 경험하고, 시간을 들여야만 채워 질 것 같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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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팬츠 모두 아더에러.
2022년에 쉬지 않고 현장을 향한 이유도 갈증 해소를 위한 것이었나 보다. 단지 더 많은 걸 해보고 싶다는 내 욕심 때문이었다. 예전엔 겁도 많고, 고민도 많은 성격이라 내면에 갈등이 많았다. 아주 사소하게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데, 저렇게 받아들이면 어떡하지?’ 하며 지레 겁먹고 물러나곤 했다. 그런 내가 항상 답답했다. 어느 순간 감정과 욕심에 최대한 솔직해져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도전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그 욕심 덕분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도 고생시킨 것 같지만 동시에 일을 계속 하는 원동력도 됐다. 표현하는 일은 소모가 크다. 인풋도 중요할 텐데. 최근<약한 영웅 Class 1>을 봤다.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 박지훈이 출연한 작품이다. 또래 남자 배우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진심으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즐겨 보고, 해보고 싶어 하는 장르이기도 해서 흥미롭게 봤다. 그렇게 새로운 자극과 에너지를 얻는다. 이제 역할을 선택하는 일도 생길 거다.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기준이 있나. 나만의 생각을 멀리하는 것. 스스로 너무 부족하고 시야가 좁다고 느낀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고민하려 한다. 혼자서 좋고 나쁨을 판단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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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배인혁이 생각하는 편안한 배우란 어떤 모습인가. 작품 속에 있을 때 배인혁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오롯이 캐릭터로 보이는 배우. 그 세계에 실존하는 인물처럼 느껴졌으면 한다. 꿈꿔온 모습에 어느 정도 가까이 와 있다고 생각하나. 자동차로 치면 아직 기름도 못 넣었다. 그러니까 출발도 못한 거다. 만약 내가 배우를 5년만 하고 말 거라면 “절반은 왔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끝이 없는 직업이라 매 순간 첫 출발인 것처럼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아주 먼 미래를 상상했을 때, 바라는 나의 모습이 있나. 평범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일로 성공하는 것도 좋겠지만, 삶의 사소한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2022년을 정말 바쁘게 지냈다. 지난해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욕심 하나로 무식하게 부딪혔던 해다. 잘 버텨줘서 고맙다. 많은 깨달음을 얻은 한 해였다. 하지만 2023년은 좀 더 똑똑한 내가 되길 바란다. 사실은 2022년,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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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베스트 스투시, 스트라이프 셔츠 무홍, 팬츠 자라.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느끼겠다. 맞다. 지금껏 한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었다. 사실 작년 이맘때도 “지금이 진짜 중요한 때”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내일부터 뭘 하면서 쉴지 궁금하다. 휴가 이틀째엔 ‘내가 지금 누워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며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더 자고, 더 쉰다고 해서 나태한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앞으로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다. 꽤 오래 일상에 없었던 자유를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스타일리스트

문승희

메이크업

김부성

헤어

지경미(요닝)

어시스턴트

양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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