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의 한나 문
글로벌 무대에 남다른 흔적을 새기고 있는 포토그래퍼 한나 문. 자신의 첫 사진집 <ALMOST SOMETHING>을 통해 또 한 번 ‘남과 다른’ 날것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BY 에디터 최윤정 | 2023.02.04
첫 사진집을 발간했다. ‘한나 문’이라는 이름이 어떤 작업의 크레딧에 실리는 게 아니라 책 제목과 함께 나란히 표지에 걸렸다.
나의 첫 사진집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거창하지만,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만들었기 때문에 뭔가 후련한 느낌이다.
〈ALMOST SOMETHING〉 안에는 여러 공간과 오랜 시간, 다양한 스토리가 응축되어 있다. 책을 내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
서울에 관한 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시작한 작업이다. 최대한 사적인, 나만의 서울을 보여주고 싶어서 주로 가까운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개인적인 시선을 담으려 노력했다. 계획과 달리 처음 부탁을 받은 곳에서는 소개할 수 없게 되었지만 꼭 출판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진행한 결과가 〈ALMOST SOMETHING〉이다.
현대적인 빌딩과 전통 한옥, 동상 같은 건축적 요소가 삽입된 이미지에서는 사진가의 ‘의도된 시선’이 읽히는 한편, ‘충동적인’ 스냅사진이 함께 뒤섞여 있다.
충동적인 것도 그 순간 의도된 것이 아닐까?
스냅사진 중에는 성형외과 간판이나 길가에 버려진 음식, 대야에 담긴 돼지머리, 낡은 시장 골목처럼 한국의 ‘민낯’ 같은 사진들이 있다. 누군가는 이런 면면을 감추고 싶어 하기도 하고, 정제되지 않은 피사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장면들이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셔터를 눌렀던 것 같다. 감추고 싶지도 않고, 누구에게 왜 감춰야 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사진가이자 〈A NICE MAGAZINE〉의 발행인이다. 모델 섭외도 직접 하고, 하나의 에디토리얼을 진두지휘하기도 하니 에디터라는 직함이 붙어도 어색하지 않겠다.
잡지라고 하기엔 6년의 긴 공백이 생겼지만 시간을 들여 〈A NICE MAGAZINE〉 세 번째 이슈를 만드는 중이다. 잡지라는 매체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인 점에서 참 매력적이다.

1 〈ALMOST SOMETHING〉에 담긴 익숙한 서울의 풍경. 2 길거리 스냅과 한나 문 친구들의 사진이 뒤섞여 있다.
〈보그〉 〈더젠틀우먼〉 〈팝〉 〈i-D〉 같은 유명 패션 매거진뿐만 아니라 미우미우, 디올, 구찌, 지방시 등 걸출한 브랜드와도 다양한 작업을 했다. 에디터이기 때문에 시안의 늪에서 매번 헤매는데, 그중 한나 문 사진을 ‘캡처’한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항상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비슷한 작업이나 같은 아이디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패션 작업의 경우 항상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아이디어를 충분히 반영하려 한다. 아트페어나 북페어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해리 스타일스의 〈Harry’s House〉 앨범에도 한나 문의 손길이 묻었다. 천장과 바닥을 전복시킨 이미지는 본인의 아이디어였나?
그렇다. 실제로 5~6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갖고 촬영을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하나를 골랐다.
작가에게는 문체가, 화가에게는 화풍이 있는 것처럼 포토그래퍼에게도 자기의 세계관을 피력하는 일정한 톤이 있기 마련이다. 한나 문의 작업을 보면 한두 가지의 고정된 톤이 있다기보다 어떤 ‘성격’이 보인다. ‘굳이 완성에 이르려 하지 않는 고집(?)’이라고나 할까?
완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어쩌면 항상 보는 이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고 싶은 것 같다.
일과 일상을 모두 관통하는 자기만의 고집이 있다면?
내가 하는 생각을 언제나 가감 없이 말하는 편이다. “인정사정없이 정직한(Brutal and honest).” 에이전시에서는 나를 이렇게 정의한다.(웃음)

1 사진집 발간을 기념해 북토크 행사가 열린, 서울 누하동의 더 프레이즈 서점. 2 친구 희라의 모습과 그가 살고 있는 부근에서 찍은 색색의 전광판 스냅들. 3 남산을 보고 있는 희라와 한강 공원에 핀 꽃을 촬영하는 누군가의 모습.

1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열린 한나 문과 조이스 잉의 전시. 2 한나 문이 촬영한 해리 스타일스의 정규 3집 커버. 3 패트릭 레미 스튜디오에서 출간한 한나 문의 첫 번째 사진집 〈ALMOST SOMETHING〉.

〈A NICE MAGAZINE〉 두 번째 이슈 표지와 백 커버. 한나 문과 사진가 테일러 르본이 모델이 되어 과거 애니 레보비치가 촬영한 음악 매거진 〈Rolling Stone〉의 표지를 오마주했다.
책 출판을 기념해 서촌에 자리한 서점 더 프레이즈에서 북토크 시간을 가졌다. 줄곧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한국에서 책을 소개하는 경험이 남달랐을 것 같다.
이 책은 꼭 한국에 직접 소개하고 싶었고, 만들면서 겪었던 일들을 공유하는 것까지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모두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느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북토크에 참여해줬고, 덕분에 에너지를 얻었다.
한나 문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도 북토크 현장을 찾았다. 이들이 〈ALMOST SOMETHING〉 속에 등장했기 때문일까. 지인들과 축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사진집의 연장선에 있는 장면 같았다.
커뮤니티는 작업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뭔가 뜬구름을 잡는 주제보다는 나와 가깝게 느껴지는 작업을 늘 즐겨 하는 편이라 런던이나 뉴욕의 북 론칭 행사에도 친구들 혹은 함께 작업한 동료들이 많이 찾아왔다. 서울 사인회에 방문한 이모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조금 긴장한 상태였는데, 이모가 책을 보고 “자유를 느꼈다”고 말하더라. 누가 봐도 멋있고 웅장한 서울의 사진들보다 이렇게 지극히 사적이고 ‘민낯’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사진들이 어떤 독자에게 자유를 느끼게 해주었다면 충분히 만족한다.
〈A NICE MAGAZINE〉의 세 번째 이슈와 더불어 사진집에서 강조한 ‘거의 무언가에 대한 의지(Will to Almost)’로 이어갈 다음 챕터를 들려달라.
지금 영국에서 영상을 공부하는 중이다. 아직은 리서치 단계지만 한국에 관한 작업을 영상으로도 제작할 계획이다. 〈A Nice Magazine〉의 세 번째 이슈도 ‘현재 진행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달려달라.
사진
안건욱(현장스케치)
사진제공
한나 문
한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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