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자이너들의 압축 파일
한국 디자이너들의 본거지이자 그들의 아카이브와 상품, 영감을 압축한 ZIP 파일과도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다녀왔다.
BY 에디터 최윤정 | 2023.03.05
우영미의 꿈의 아틀리에
서울 아차산 자락의 오래된 웨딩홀을 허물고 들어선 ‘하우스 우영미’는 우영미가 직접 디자인과 설계에 참여해 이름 그대로 디자이너의 역사가 응축된 집과도 같은 공간이다. 먼저 유럽 중세 건축물의 대표 양식이자 기술인 루버(louver)를 적용한 예술적 외관이 시선을 압도한다.
그간 우영미 레이블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레드 컬러를 전면에 내세운 건 ‘결핍’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34년의 역사가 쌓여 있는 아카이브 공간부터 디자인 및 생산 부서, 피팅룸과 디자인 스튜디오 그리고 패브릭을 보관하는 곳까지 총 6개 층으로 구성한 내부 공간은 패션 하우스의 본부로서 기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디자이너 우영미의 공간이 꼭대기 층이 아닌, 그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2층 프레젠테이션 룸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주소 서울시 광진구 천호대로 137길 10

정욱준의 그림자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 정욱준의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패션의 성지인 도산공원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준지의 백화점 매장 리뉴얼을 책임졌던 월가앤브라더스(WGNB)의 백종환과 김도한 디자이너가 설계를 맡아 약 120평 규모의 2층 공간으로 구성한 흑색 공간.
“블랙은 ‘준지’를 상징하는 컬러이고, 무형의 존재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자 역시 블랙이다”라는 정욱준의 말처럼 브랜드를 상징하는 검은색을 기본으로 삼각형과 사각형, 원형 등 3가지 도형을 조합해 ‘암흑물질’을 형상화했다.
한옥처럼 처마를 내고 빛이 들어오는 부분을 크게 두 군데로 나눠 공간에 따라 다양한 밀도와 분위기가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 독특한 생김새를 갖춘 공간의 특징이다. 남성과 여성 컬렉션 그리고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을 모두 만날 수 있으며,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는 스페셜한 티를 제공하는 카페와 함께 독특한 오브제를 설치한 중정이 있어 쇼핑 전후 여유와 사색의 순간도 선사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23

김민주의 새하얀 도화지
북촌의 고요한 정서가 깃든 백색 한옥은 가회동에 위치한 ‘민주킴’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프래그먼트’가 민주킴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1980년대 세운 구옥을 개조한 곳으로, 디자이너 김민주가 브랜드 론칭 8년 만에 연 독립된 공간이다.
창을 기둥 밖으로 내어 한층 확장된 느낌을 주고, 온통 새하얗게 칠한 외벽은 디자이너의 또 다른 도화지가 되어 여러 색과 패턴을 조합한 의상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전통적인 조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감상과 소비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하로 내려가면 오로지 창작만을 위한 민주킴의 작업 공간이 펼쳐진다. 특히 그간의 작업을 꼼꼼하게 모은 지하의 전시 섹션은 이 공간의 백미.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7길 10

김인태의 소통을 위한 공간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김인태는 이미 삼청동에자신의 브랜드 ‘김해김’의 첫 번째 플래그십 공간을 오픈한 바 있다.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얀 그곳이 모던한 분위기와 함께 조금은 차가운 인상을 전한다면, 올해 2월 초 새롭게 문을 연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보다 따뜻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조밀한 벽돌 건물에 백색 어닝이 어우러져 유럽식 건물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방(room)’을 주제로 방과 방의 연결을 통한 방의 확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고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했다. 옷의 일부를 수선하는 건 물론, 원하는 디자인을 고객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맞춤 제작하는 서비스도 새로운 공간에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75길 17-4

이혜미의 유토피아
잉크의 디자이너 이혜미는 건축 사무소 이로재와 손잡고 여행을 떠나 도시의 거리를 누비는 상상을 하나의 건물로 지어냈다. 총 4개 층으로 구성된 ‘잉크’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가 바로 그것. 모던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창호를 열고 들어서면 이로재의 목재 테이블과 짙은 네이비 컬러의 이로폴 조명을 디스플레이한 잉크의 컨시어지가 방문객을 반긴다.
카펫을 깐 벽면에는 브랜드의 시그너처 휴대폰 케이스가 마치 작품처럼 진열되어 있고, 그 뒤 감춰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비로소 잉크만의 색으로 물든 도시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널찍한 피팅 룸, 박민하 작가의 그림을 감상하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벤치, 오직 이곳만을 위해 새롭게 조향한 디퓨저 등 공간을 메우는 요소마다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메종 잉크’의 클라이맥스는 병풍에서 영감을 받은 행어다. 자유롭게 회전하는 시스템과 아이디어 덕분에 컬렉션을 보다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장문로 43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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