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겸이 사랑하는 바다

김수겸의 바다에서 찾은 그가 사랑하는 것들.
BY 에디터 송혜민 | 2023.03.10
김수겸이 돌체앤가바나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셔츠와 재킷 모두 돌체앤가바나.
“바다 수영을 좋아해요.” 갯벌이 있고, 바위와 돌이 지천에 깔린 서해 바다에서 수영을 배운 김수겸은 어지간한 바다에서는 수월하게 헤엄칠 수 있다. 매해 여름이 돌아올 때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제주의 바다를 떠올린다.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물속의 고요가 필요해서, 자연이 만든 일렁임 안에서 그저 흔들려도 되어서, 그리고 물살을 가르느라 지칠 대로 지쳤을 때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게 좋아서. <약한영웅 Class1>에서 보여준 날카롭고 지독한 눈빛 바깥의 김수겸은 바다의 평화로움을 사랑하는 20대 초반의 청춘이었다.
김수겸이 겐조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슈트 겐조.
10년 후 꿈이 ‘자유로운 여행가’라고. 낯선 도시의 공기, 그곳이 일상인 사람들의 모습, 역사, 음식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약한영웅 Class1>을 끝내고, 재정비 할 시간이 필요해서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단 한 장면을 꼽아본다면?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한 것, 그리스 외곽 바닷가에서 수영한 것. 패러글라이딩은 처음 해봤는데 가슴이 웅장해지더라. 사실은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늘에 떠 있을 때, 멀리 무지개가 보였다. 모두 내게 ‘러키 가이’라고 해줬는데 너무 긴장해서인지 주변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고 무지개의 모습만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리스에서의 수영은 어땠나. 다른 나라에 가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수영을 하려고 한다. 원래는 산토리니에 가려고 했는데 일정이 빠듯해서 그리스 근교의 바닷가에서 수영했다. 학생 시절부터 운동을 했고, 지금도 바다 수영을 한다. 지인들과 등산하는 모습도 SNS를 통해 자주 볼 수 있다.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겠다. 운동을 계속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잠을 잘 자고 싶어서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면 수면의 질이 높아지더라. 자연스럽게 체력이 꽤 좋아졌고, 일할 때도 도움이 된다. 액션 신과 뛰어 다닐 일이 많았던 <방과 후 전쟁활동> 촬영 때는 특히 체력 덕을 좀 봤다.
김수겸이 아이스버그의 니트, 아더에러의 팬츠, 벨루티의 슈즈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니트 아이스버그, 팬츠 아더에러, 슈즈 벨루티.
<연애혁명>부터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약한영웅 Class1> <방과 후 전쟁활동>까지 네 작품 연속 고등학생 역할이다. 현실 김수겸의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모델 일을 해서 수업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했던 게 떠오른다. 연기로 진로를 변경하고 나서는 친구들과 함께 매일같이 치열하게 연기 얘기를 하던 학생이었다. <약한영웅 Class1>의 영빈, <방과 후 전쟁활동>의 일하를 연기하는 게 익숙하진 않겠다. 어렵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연기라고 해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괴롭히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니까. 때리는 장면에선 다치지 않게 하려고 조심했다. 3월 공개를 앞둔 <방과 후 전쟁활동>의 일하도 영빈 못지않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두 캐릭터가 똑같아 보이지 않기를 바랐거든. 영빈이는 영리하고 지독한 인물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은이를 괴롭히지 않나. 영빈의 미소를 보면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웃는 일이 없다. ‘내가 이겼어’ 하는 승자의 웃음이거나 비웃음, 가식, 악의가 섞여 있다. 반면 일하는 전쟁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나중에는 나름대로 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여준다. 보는 사람들이 두 캐릭터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김수겸이 아더에러의 이너 톱, 누아클레의 레더 재킷, 베루툼의 네크리스와 링, 부스틱 서플라이의 링을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이너 톱 아더에러, 레더 재킷 누아클레, 네크리스와 오른손 링 모두 베루툼, 왼손 링 부스틱 서플라이, 우잉.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 가운데 실제 김수겸과 가장 닮은 사람을 꼽는다면? 의외로 일하다. 오디션부터 촬영까지 워낙 오래 함께 지내기도 했고, 작업을 하면서도 김수겸이 일하와 함께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촬영 막바지에는 일하처럼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이 작품에서 전쟁의 상대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다.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구체형태의 세포가 등장하고,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 학도병으로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세포가 있다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배우들 가운데 구체를 만나는 장면을 처음 찍은 사람이 나였다. 감독님이 실리콘으로 제작한 세포의 모습을 레퍼런스로 보여줬는데, 실제 화면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 모습을 얼마나 상상했느냐 하면, 잠들기 직전에도 세포가 누워 있는 내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묘사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 전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참고할 만한 자료와 함께 캐릭터와 관련한 질문지를 보내줬다. 인물들의 MBTI를 연구해본다거나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상대 배우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을 거야’ ‘우리였다면 이렇게 했을 거야’ 하고 계속 상상했다. 나중에는 그 자료가 하나의 리포트처럼 남아서 일하는 물론 각자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수겸이 드로우핏의 이너 톱, 에트로의 아우터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이너 톱 드로우핏, 아우터 에트로.
몇 작품째 함께하는 또래 배우들이 특히 많다. <방과 후 전쟁활동> 배우들과는 등산도 같이 다닌다고. 그런 동료들이 있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히 든든하겠다. 내게는 큰 축복이다. 어떤 작품을 보고 토론하기도 하고, 정말 작은 고민거리를 나누기도 한다. <약한영웅 Class1>에서의 박지훈 형과는 때리고 맞는 장면도 많았는데 서로 믿음이 있어서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연기를 시작한 지 4년째가 됐다. 배우로서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이 직업을 계속 할 수 있나’ ‘나는 시청자가 만족하는 배우인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연기를 할 때마다 생기는 디테일한 고민은 물론이다. 김수겸이 생각하는 ‘연기 잘하는 배우’란? 남다른 흡인력을 보여주는 배우. 작품을 몰입해서 보게 하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내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렇다. <더 스파이>나 <이미테이션 게임>은 볼 때마다 다른 포인트에서 감탄하게 된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학생 때부터 뮤지컬을 동경해왔다. 춤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데, 노래는 쉽게 되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입시를 준비할 때도 무용을 했는데, 최근에 뮤지컬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가까이에 관객이 있는 무대가 주는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학교에서 연극 무대에 올랐을 때도 그랬고, 모델 시절 런웨이에서 느낀 전율도 잊지 못한다. 기회가 된다면 바로 앞에 관객이 있는 무대에 다시 오를 날이 있기를 바란다. 김수겸은 물 밖 현실 세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파도에 휩쓸리거나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럴 때는 아직도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좋아서 시작한 연기도 마찬가지라며,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매일 새로운 다짐으로 마음을 다잡는 게 최선의 노력이라고도 했다. 하루하루를 더 치열하게 살고 싶도록 만드는 지금의 고민들은 김수겸에게 어떤 격랑 속에서도 연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알려줄 테다. 거친 서해 바다를 통해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듯이.

포토그래퍼

김유성

스타일리스트

김성진

메이크업

다영(제니하우스)

헤어

권민(제니하우스)

어시스턴트

양윤영

김수겸
배우
약한영웅
방과후전쟁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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