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한국 전시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청춘을 살아갈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난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새긴 족적을 되짚어보았다.
BY 에디터 양혜연 | 2023.04.01
40평 면적의 돔 공간으로, 앞서 자리한 스톤가든과 조화를 이루게 설계된 뮤지엄산의 명상관.
1941년생인 안도 다다오는 ‘청춘’을 보내고 있다. 그에게 청춘이란 신체적인 나이를 뜻하는 단어가 아닌 생각의 자유를 잃지 않는 열정을 지닌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처럼 지금의 안도 다다오 역시 자연이 가진 힘을 굳게 믿는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도 여전히 유효하며, 건축을 통한 기존 도시에 대한 비판 역시 서슴지 않는다. 건축가로서 첫발을 뗀 지 5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구현해낸 프로젝트들처럼 꾸준히, 계속해서 변화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산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그의 개인전 <안도 다다오-청춘>을 4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개최한다. 그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4개의 주제, ‘공간의 원형’ ‘풍경의 창조’ ‘도시에 대한 도전’ ‘역사와의 대화’로 구성한 이번 전시에서는 안도 다다오가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원본 드로잉, 스케치, 영상, 모형 등 총 250여 점의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갖는 최초의 전시다. 대부분의 건축 전시가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흔적’이다. 건축가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건축물’ 대신 그것이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전시할 뿐이다. 그러나 <안도 다다오-청춘>은 내가 설계한 공간에서 진행하기에, 드로잉과 모형에 깃든 건축적 사고는 물론 결과물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 참고로 뮤지엄산의 설계 프로세스만을 모은 특별 코너도 있으니 놓치지 않길 바란다. 또 직접 지은 만큼 누구보다 공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각 섹션의 전시실 위치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각 전시실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까지도 이번 전시의 일부이니 오감을 이용해 즐겨보길 바란다.
자신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빛의 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
전시는 2017년 도쿄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을 순회하고 일곱 번째 목적지로 한국 원주를 택했다. 첫 전시와 이번 전시를 비교해봤을 때 무엇이 달라졌나? 두 전시 사이에 존재하는 5~6년간의 시간 동안 세계는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것은 물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느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러므로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근시안적인 성장 전략이 아닌 인간 개개인이 지닌 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힘의 원천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언젠가 지향점에 다다른다’와 같은 삶의 목표, 희망 등 자신의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 무형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청춘’이고 싶다. 이는 신체적 나이나 처한 상황과는 상관없는, 삶의 태도와 연관된 이야기다. 이러한 생각을 표현하고자 전시명을 ‘청춘’이라 정했다. <안도 다다오-청춘>에서 소개되는 전시품 중 한국 관객들이 놓치지 않길 바라는 게 있다면? 전시 공간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인 뮤지엄산 그리고 뮤지엄산의 건설 프로세스를 전시한 코너를 제외한다면 나오시마 프로젝트 관련 전시작들이다. 나오시마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는 과거의 기록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품고 있다.
지난 10월 오픈한 LG아트센터 서울 마곡 지점. 한국의 인력으로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시를 구성하는 4개의 주제 중 하나는 ‘공간의 원형’이다. 안도 다다오가 생각하는 공간의 원형은 어떤 모습인가? 궁극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공간을 채우는 빛의 볼륨과 성향이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나는 생명의 원천은 빛을 포함한 자연이라 여긴다. 인간은 그 일부이며 인간이 취해야 할 생활의 방식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건물이 자연 속에 놓인 모습과 이 공간이 자연과 인간의 대화의 장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느냐를 고려한다. 빛은 건물 안에서 추상화된 자연으로 기능한다. 덩어리에 불과했던 건물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을 머금으며 생명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빛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건축을 완성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풍경의 창조’란 표어를 보고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앞서 말했듯 이 프로젝트는 건축물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 유기체처럼 변화하며 섬 안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고정된 마스터플랜만을 따르는 기존의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섬이 지닌 지형, 역사, 기후 등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고려했고,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대화하는 등 유기적인 태도로 진척시켰다. 뮤지엄산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뮤지엄 개관 5주년을 기념해 명상관을 추가적으로 공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빛의 공간을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현재도 뮤지엄산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계속해서 구상 중이다. 이 프로젝트들을 통해 건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금과 또 다른 모습으로 미래의 방문객을 맞이할 것이다.
안도 다다오의 지난 프로젝트 관련 전시품을 총망라한 <안도 다다오-청춘>전은 그가 설계한 뮤지엄산에서 개최된다.
안도 다다오를 지칭하는 단어 중 하나는 ‘게릴라 건축가’다.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도시 건축에 반기를 들고 느티나무 가로수 정도의 낮은 높이로 설계한 오모테산도 힐스처럼 ‘도시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도시가 생생하게 살아 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존 도시에 대한 비판 정신과 이를 실체화한 건축으로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때 비판이 본질적일수록 그리고 표현 방식이 급진적일수록 기존의 도시 및 사회제도와 첨예한 대립을 이룬다. 나는 이런 갈등을 극복해낸 아름다움을 지닌 ‘보석함’ 같은 건축을 도시 곳곳에 퍼트리고 싶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는 물론 각각의 ‘보석함’들의 연계를 통해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역사와의 대화’란 주제에서는 최근작인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가 떠올랐다. 파리 옛 상공회의소를 레노베이션한 걸로 알고 있다. 레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선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가치 있는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은 부지만의 개성을 파악하고 이를 극대화해 그 장소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레노베이션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의 건물 자체가 부지가 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건물이 어떤 시간을 겪어냈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기억을 새겼는지 등 건물의 역사와 개성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다음 단순히 기존 건물을 갱신하거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옛것과 새것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과거와 현재가 대립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부르스 드 코메르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기존 건물을 보존하되 내부에 새로운 공간을 꾸리는 ‘건축 속의 건축’을 큰 축으로 삼아 작업했다.
안도 다다오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스미요시 나가야의 모형.
레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 기존 건물의 개성을 고려하듯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 나라와 도시가 지닌 역사와 문화까지 살펴야 한다. 앞서 말했듯 건물을 구상할 때 장소의 특성을 파악하며 아이디어를 넓혀간다. 그러나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그것이 쉽지 않아 현지 인력으로 구성된 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의 눈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함께 의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뮤지엄산은 물론 최근 선보인 LG아트센터 서울 마곡 지점 프로젝트도 모두 한국 사람으로 팀을 꾸려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안도 다다오의 프로젝트 중 ‘빛의 교회’를 좋아한다. 건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은 웅장한 규모나 최신식의 재료, 현란한 건축 공법이 아닌 다른 무언가란 걸 일깨워주었거든. 맞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규모, 재료, 공법과는 다른 요소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빛이라든가, 자연이라든가 등 여러 키워드를 댈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건축에 담긴 인간의 생각이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이든, 건축가의 생각이든, 빌더의 생각이든, 인간의 단단한 의지와 생각은 건축물에 힘을 부여한다. 건축이란 무엇이며, 또 건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건축은 어찌 보면 무력하다.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사람의 영혼을 구할 수도 없다. 그러나 건물이 품은 이야기는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 정도는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건축의 정의를 묻는다면 기능적으로 충실한 것이라 답하겠지만, 내가 짓고 싶은 건 사람들의 마음에 말을 거는 힘이 있는 건물이다. 그러한 건물이 만들어낸 감동이 사람들의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라 믿으며 일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파리 옛 상공회의소를 레노베이션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기존 건물을 보존하되 내부에 새로운 공간을 꾸리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세월 ‘건축’과 ‘공간’이 안도 다다오라는 사람에게 알려준 삶의 진리는 무엇인가? 만드는 것의 기쁨과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다. 데뷔작도 주택이었고, 마지막 작업은 주택이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주거 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유가 궁금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삶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주택이야말로 건축의 원점이자 본질에 다가가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먼 훗날 마지막 작업으로 선보일 주택은 어떠한 모습이길 바라나? 초기작인 ‘스미요 시나가야’처럼 규모는 작지만 나의 건축 철학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주택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때가 되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웃음)

사진제공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뮤지엄산, Yuji 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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