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야 하시즈메의 가벼움에 대하여

예술과 아티스트의 존재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 우리에겐 유야 하시즈메 방식의 시선이 필요하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3.04.03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며 관객을 응시하는 그림 앞에 선다. 분명 처음 보는 작가의 그림인데 어딘지 낯설지가 않다. 심지어 어디선가 본 듯하다. 눈물을 흘리는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퍼뜩 떠오른 건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후지코 F 후지오 작가의 작풍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야 하시즈메 작가가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표절 시비는 예외 없이 따라붙는다. 그때마다 작가는 대중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진정한 오리지널리티란 존재하는가?” “무엇이든 어딘가에 영향을 받아 태어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는 스스로의 작품에도 무거운 의미나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를 대표하는 시리즈 ‘eyewater’도 모든 것을 관객의 감상에 맡긴다. “눈물은 인물에게 어떤 감정을 입히고자 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눈물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매개체니까요. 관객에게 그저 여러 해석의 갈래를 열어주고 싶었어요.” <도라에몽> 속 아이들은 유난히 자주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데, 그 눈물이 꼭 슬픔이나 화는 아니고, 기쁨이나 행복을 가리킬 때도 있다는 사실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을 뿐이다.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컬러도 마찬가지다. 보는 사람의 기분을 어둡게 하는 것만 아니라면 어느 색깔이든 시도해본다. 다만 그렇게 선택하는 컬러도 결국엔 어딘가에서 비롯한, 누군가가 사용한 적 있는,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임을 자각한다. ‘세상에 진정한 의미의 오리지널은 없다’는 그의 철학은 예술의 독창성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유야 하시즈메의 물음을 좇다 보면 아티스트라는 존재, 오리지널리티의 무게가 오히려 쉽고 가벼워진다. 그의 사고방식이 통하기라도 한 듯 최근 유야 하시즈메는 일본은 물론 중국, 홍콩, 런던 등 세계가 찾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런 작가가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에서 작은 규모의 개인전을 열어왔지만, 대형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평창동 가나 아트포럼스페이스와 프린트베이커리 더현대서울 점 두 곳에서 각각 ‘eyewater-Common Jade’와 ‘eyewater-Common Kingfisher’라는 제목으로 펼쳐졌다. 서울에서의 개인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색깔’이다. 두 개의 전시는 비취색(Jade)으로 연결된다. 작가는 전시 개최국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담는 신작을 선보여 왔는데 런던에서는 붉은 이층 버스나 근위병의 모자를, 상하이에서는 차이나 드레스를 차용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청자와 물총새의 비취빛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한국에서 마주친 고려청자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고려청자의 맑은 비색에 대해 공부하던 중 조선의 도자기 문화가 일본에 큰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자기 공예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다도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잘 몰랐던 양국의 역사에 작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그래서 스스로의 무지를 반성하며, 고려청자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전시를 준비했다. 물총새도 컬러와 연관된다. 물총새의 깃털은 낱장으로 두고 보면 전혀 다른 색깔이지만 여러 겹으로 겹쳐진 깃털에 햇빛이 닿으면 영롱한 푸른빛으로 빛난다. 물총새의 깃털을 보며 작가는 비색이 ‘무한’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정의했다. 작가는 관객들이 ‘컬러’라는 모티프를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가나 아트포럼스 페이스 전시 공간의 바닥과 벽을 온통 비취색으로 덮었다. 물총새를 손에 얹은 인물과 비취색을 배경으로 작가의 반려고양이 ‘모로코시’와 ‘콘’을 안은 인물을 담은 ‘eyewater’ 시리즈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1 Yuya Hashizume, Eyewater animal, ver.Morokoshi&Cornblue, Acrylic paint on canvas, 116.7×91cm, 2023 2 Yuya Hashizume, Eyewater animal, ver.Common Kingfisher, Acrylic paint on canvas, 162×130.3cm, 2023
또 이번 전시에서는 ‘eyewater’ 속 인물을 본뜬 3층 높이의 에어벌룬 설치 작품도 선보인다. 더현대서울 건물 중앙에 설치된 에어벌룬은 관객에게 유야 하시즈메의 작품을 각인시키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이 굉장히 빠른 나라라는 것입니다. 건물이 지어지는 속도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감각까지도요. 빠른 변화만큼이나 앞선 감각을 가진 한국의 관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읽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후지코 F 후지오로부터, 고려청자와 물총새로부터 또 고양이나 식물들로부터. 그의 작품 세계는 그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면 유야 하시즈메 예술의 정체성은 그것들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다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오리지널리티라는 건 진짜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더라도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저의 작품을 통해 ‘오리지널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러다가 ‘<도라에몽>은 정말 좋은 작품이지’ 하고 웃으며 대화가 끝난다고 해도 좋겠네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의미나 해석, 정의가 가볍더라도 괜찮아요. 그냥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만 있다면요.”

사진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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