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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레더 스티치 크롭트 재킷, 블랙 레더 트라우저 모두 막시제이, 실버 볼드 네크리스 언노운 옴므, 실버 이어링 스칼렛또.

‘뼛속까지 연예인’이란 말은 이기광을 가리킨다. 데뷔 초부터 변함없이 자기 관리에 집착하고, 한 번에 여러 스케줄이 들어와도 ‘올킬’해버리는 집중력과 살가운 팬서비스 그리고 에너자이저 같은 프로 근성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새 앨범을 준비하며 예측할 수 없는 콘셉트를 마주한 이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백발과 화려한 조명, 그러니까 눈을 뗄 수 없는 치명적인 퇴폐미가 가득 찬 비주얼은 얼마 전 <이기광의 가요광장> DJ 자리와 이별을 고한 ‘햇디(햇살 같은 디제이)’의 모습과 모순적일 정도니까. “욕심 같아서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지만 몸은 하나니까요”라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한 그는 라디오 DJ로서 경험했던 청취자와의 교감을 소중히 간직한 채 ‘가수 이기광’이라는 본체로 복귀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데뷔 14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이다. 앨범 제목을 <PREDATOR>라고 지은 이유가 있을까? 
타이틀곡 제목이기도 한 ‘PREDATOR’의 의미는 ‘포식자’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단어인데, 발음 자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이미지에 확 끌렸던 것 같다. ‘MUTANT(뮤턴트)’라는 타이틀 후보와 치열한 접점을 벌이다가 탄생했다.

‘MUTANT’는 단어 자체의 발음부터 매력적이다. 의미상으로는 ‘PREDATOR’ 못지않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하이라이트라는 그룹에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다른 멤버들과 조금 다른 결이기에 ‘돌연변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품고 있는 다양함이 녹아든 집약체의 느낌으로 ‘MUTANT’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찰나, ‘PREDATOR’가 훨씬 더 집중도가 느껴져 결정했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보다는 개성이 뚜렷하고 포인트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웃음)

‘이기광의 섹시한 변신’ ‘포식자의 매혹’ ‘심박수 높이는 섹시함’ 등 화려한 뉴스 타이틀 문구에 어질어질하다.
멋있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써준 많은 기자들에게 감사 드린다. 이 앨범이 갖고 있는 소스들을 공개하자마자 뜨거웠던 팬들의 반응에 감동했다. 조금 전까지도 다이어트 식단을 계속하고,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연습량과 운동을 병행한 시간들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솔직히 이렇게 살아온 지가 오래돼서 심신이 많이 지쳐 있긴 한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해주시는 리액션이 너무나 큰 힘이 되어서 버틸 수 있었다.

스트라이프 스카시 니트 디젤, 블랙 스키니 레더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번아웃이 온 적도 있었지만, 가능한 한 단순하게 희석하려고 하는 버릇이 있어서 운동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견뎌왔다. 직업상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인간 이기광은 화려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예쁜 풍경을 보고, 좋은 날씨에 신선한 공기를 들이켜며 산책하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할 때, 이런 환경들이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소소한 행복이란 이런 거다.(웃음)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이기광의 단면인가.
나도 사람인지라.(웃음) 요새 그냥 습관처럼 ‘할 수 있다!’를 세 번 정도 외친다. 내가 욕심을 부려서 이 순간까지 도달했는데, 견뎌내야 한다는 심정으로 ‘할 수 있다’를 외치면 못할 게 없다. 매일 이렇게 나 자신과 싸우는 중이다. 누가 등 떠밀어서 하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힘든 안무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멋있는 것을 추구하는 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노력으로 이뤄보려는 열망을 담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하는 거겠지.

‘포식자’라는 의미에 맞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카리스마를 선사했다.
가수 이기광이 최대치로 표현할 수 있는 ‘멋’이라는 것은 어떤 걸까에서 시작했다. 그 방향성을 계속 좁혀 나가다 보니 ‘PREDATOR’에 도달한 거다. 제목에서부터 끌렸고 음악을 듣는 순간 나의 최고의 무기이자 장점인 ‘춤’이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블랙 스키니 진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블랙 실키 프릴 블라우스, 블랙 롱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콘셉트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모니터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최근 영향을 받은 선후배들이 많다. ‘구독’과 ‘좋아요’도 다 누른다.(웃음) 그들의 뮤직비디오, 라이브, 안무 영상과 해외 아티스트의 트렌드, 무대 매너와 퍼포먼스 등을 끊임없이 보다 보면 생각나는 단어, 상상되는 장면 등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가사의 흐름과 진행, 춤의 실루엣 등이 그려지면서 갑자기 떠오른 소스들을 적어 내려간다. 요즘 BTS의 지민이나 엑소의 카이를 보면서 감탄했던 것 같다.

콘셉트 포토가 공개된 후, ‘이것이 바로 14년 차 아이돌 짬의 완성체’라고 극찬을 받았으며 현 아이돌계의 기강을 잡으러 왔다는 반응이 있었다.
‘기광이가 기강 잡으러 왔다’라는 언어적 유희를 사용하던데, 그런 건 전혀 아니다.(웃음) 이렇게 관심을 받으니 우선 너무 행복한데 나도 가수 중 한 명일 뿐이고, 기강을 잡기엔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냥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이거다’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14년 동안 이런 걸 하고 싶어 어찌했을까. 
그래서 하고 싶은 거 다 했다! 그룹과 솔로 앨범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매우 다르다. 하나하나 촘촘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데, 가장 중심축이 되는 타이틀곡 선정부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쨌거나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까 신중을 거듭했다. 내 감만 앞세우기보다는 멤버들에게도 물어보면서 정리한 후, 그다음 수록곡과 타이틀곡의 안무를 수정하면서 트랙을 채워나갔다.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공들였다. 특히 노래 녹음과 안무 디테일에 대한 수정을 거듭하면서 촉박한 시간에 애가 달았다. 노래라는 것은 한번 녹음하고 만들어놓으면 영원히 남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더 그렇게 되더라. 피처링도 없이 내 목소리로 꽉 채워진 첫 솔로 정규 앨범이라 이기광의 정체성에 집중을 했다.

어떤 음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지 궁금하다.
자작곡과 일부 받은 곡들로 채워진 다양한 장르의 12곡이다.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앨범이랄까. 듣는 사람들의 취향이 다 다르겠지만, 들을 만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듣기 위해선 곡과 곡을 연결시키는 개연성과 클라이맥스까지 끌고 가는 긴장감이 중요하다. 처음 시도하는 장르와 좋아하고 잘하는 장르 등이 혼재되어 있기에 스토리텔링이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첫 번째 트랙이 끝나면 그다음 트랙이 궁금해지는 리스너의 마인드로 곡마다 다른 울림을 주는 ‘전율’을 생각하며 곡 배치를 했다.

골드 체인 레드 카디건, 레드 글로시 에나멜 팬츠 모두 레이블리스, 블랙 펄 벨벳 재킷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티셔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블랙 스트라이프 더블 재킷, 블랙 스트라이프 트라우저 모두 레이블리스, 웨스턴 부츠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블랙 크롭트 티셔츠 돌체앤가바나, 블랙 바이커 진, 볼드한 실버 브레이슬릿 모두 언노운 옴므, 블랙 가죽 벨트 토가, 실버 레이어드 체인, 볼드한 실버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기광이 생각하는 섹시한 음악이란? 
갑자기 어셔와 제이토벤의 ‘Peace Sign’이 생각난다. 이 노래가 엄청나게 섹시한 것은 아니지만, 가사와는 별개로 곡의 분위기와 무드, 읊조리는 듯한 창법이 나른하고 섹시하다.

‘PREDATOR’는 어떤 곡인가.
장르적으로는 BPM이 120~124까지 올라가는 섹시한 라운지 음악이라고 해야 할까. 내 의견이 차고 넘치게 반영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장르를 떠나서 킥과 스네어가 조화로운 섹시한 음악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메인으로 나오는 신스 사운드와 유로 비트가 퇴폐적인 무드를 꽤나 상승시킨다. 안무와 함께 무대를 보면, 두 배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웃음)

집중해주었으면 하는 안무 포인트가 있을까?
“라이브 가능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파워풀하고 숨구멍이 하나도 없는 섹시의 근본, 그 자체인 안무 구성이다. 전문 댄서들도 한번 추고 나면 살이 0.5kg씩 빠진다. 손을 갈고리로 형상화해 움직이는 퍼포먼스가 눈에 들어온다. 단장님께서 많이 고생하셨는데, 살짝 걱정이다. 요즘 챌린지 영상을 필수로 찍는데, 아무도 같이 하려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챌린지용 버전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웃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이기광을 만들어내기까지 걸린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밤 12시, 1시까지 녹음 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 넘긴 후 4시쯤 취침해서 10시 반에 일어나 라디오 스케줄이나 바로 안무 연습실로 간다. 이 루틴이 최근까지의 일상이다. 정말, 진짜 열심히 살았다. 휴.

블랙 레더 스티치 크롭트 재킷, 블랙 레더 트라우저 모두 막시제이, 블랙 롱부츠 앤 드뮐미스터, 실버 볼드 네크리스 언노운 옴므, 실버 이어링 스칼렛또. 블랙 티셔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블랙 스트라이프 더블 재킷 레이블리스.

라디오 스케줄과 <피크타임>에서 심사위원을 병행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일단 한국은 K-팝 강국이다!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심사위원의 자리에 앉아 있지만 참가자들에게 또 배웠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고 매번 다짐했다. 사실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은데, <피크타임>은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고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로서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차가 조금 더 많은 선배로서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되어서 고맙고 또 감동했다. 이런 곳에서 좋은 영감을 받아 멋진 <PREDATOR> 앨범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기광의 피크타임은 언제였나?
아직 오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다.(웃음) 이미 지나갔을 수도 있고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꿈은 클수록 좋은 거고 더 큰 인생의 피크타임을 맞이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멤버들로부터 특별한 응원이 있었나.
요섭이는 사진 편집 기술, 꾸미기 능력이 좋다. 얼마 전 <복면가왕> 8주년 기념에 오신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는데 ‘4월 17일 이기광 앨범 많관부’라고 메시지를 추가했더라. 진짜 그런 마음 씀씀이에 울컥울컥한다.

좋은 앨범을 발표했으니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앨범 활동이 끝날 때 즈음에는 아마 드라마를 하게 될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연기자로서의 또 다른 이기광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좀 설렌다. 사실 쉬어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게 많다. 나중을 위해 작업해놓은 곡들도 많고, 빨리 그다음 챕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욕심쟁이가 맞는 것 같다.(웃음)

태어나서 이렇게 죽을 것 같은 안무는 처음이라는 이기광은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 모든 것은 제가 선택한 일인데”라며 푸념과 체념을 반복한다. 힘을 빼고 느슨하게 화보 작업을 한 것 같아 앨범 재킷과 확실히 다르다며 ‘오히려 좋아’를 외친 그는 최악의 순간에서도 긍정의 밸런스를 놓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권해도 관리를 위해서 타협하지 않는 올곧음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욕심쟁이 이기광은 하나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내려놔야 한다는 것을 가슴으로 꽉 움켜쥐고 있을 터다. 마치 모든 것을 탐미하는 포식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