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오늘 ‘탈프아’ 한다

깡마른 몸을 동경하는 사회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진 ‘프로아나’ 대신 ‘탈프아’를 선언하고 진정한 ‘보디 포지티브’를 이야기한다.
BY 에디터 김희성 | 2023.06.03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메뉴 선정을 하느라 심각해진다. 하루에 세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정해진 칼로리에 맞춰 먹어도 괜찮은 메뉴를 골라야 하니까. 식재료의 원산 지나 내 몸에 얼마나 이로운 음식인지보다 칼로리가 중요한 시대. 식사를 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고 배가 고프면 간식 대신 제로 칼로리 음료로 허기를 달랜다. 어느 날에는 냉장고 문을 열다가 ‘이제 제로 떡볶이만 나오면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세상 모든 먹을 것이 칼로리로만 보이는 지경이었다. ‘프로아나(pro-ana)’라는 단어가 있다.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를 조합한 신조어로 거식증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깡마른 몸을 동경하는 것을 넘어 자신도 ‘뼈말라족’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은 기본. ‘프아팁’을 모은 게시물도 있다. 저녁 한 끼만 먹고 23시간 동안 물단식을 유지하는데, 저녁만 먹는 이유는 가족들에게 먹는 걸 보여줘야 걱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살이 찌는 것에 극도로 공포를 느끼고 급기야 자신의 의지가 아닌 몸과 마음이 음식물을 거부하게 되는 거식증은 단순히 음식을 먹지 않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섭식장애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해야 한다.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 건강해지고 싶어 시작한 다이어트라도 자칫 그 정도가 심해지면 언제라도 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일 아침 체중계 위에 올라가 몸무게와 인바디에 신경을 쓰다보면 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지 어느 순간 목적은 잊게되고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만 남기 십상이다. 동시에 SNS와 미디어, 유통가는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을 부추긴다. 프로아나를 부추기는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탈프아’를 선언하는 MZ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어 그대로 프로아나의 강박을 탈출하고 그만두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신체적인 이미지가 왜곡되기 쉬운 SNS 계정들을 차단하거나 팔로를 취소하고 대신 자신의 탈프아 여정을 공유한다. SNS를 통해 프로아나가 하나의 문화처럼 퍼져나간 것처럼 탈프아에 관한 이야기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중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탈프아와 프로아나를 반복했던 일종의 실패담을 통해 프로아나가 얼마나 심각한 현상인지 고백하며,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닌 극단적인 감량이 얼마나 인체에 위험한지 낱낱이 밝힌다. 프로아나를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들에게는 경고가 되고 탈프아를 결심한 이들에게는 용기와 가이드 역할을 한다. 식욕을 미워하지 않기, 유행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닌 나에게 가장 편안한 옷 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기,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는 것을 인지하기 그리고 마음챙김 식사를 통해 식재료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껴보기 등 구체적인 보디 포지티브 실천법을 공유한다. ‘개말라 친구 구함’ 같은 게시물 속 자신의 몸을 올바로 마주하며 단단하게 중심을 잡자는 외침이 눈에 띈다. 반갑게도 유튜브는 극단적인 칼로리 계산 등 섭식장애를 미화하거나 조장하는 콘텐츠를 금지하기로 했다. ‘내 몸을 사랑하라’라고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 ‘너 살쪘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이 현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자연스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는 특유의 분위기는 ‘새 학기에 병약 코스프레 하고 싶다’를 외치는 10~20대의 어그러진 욕망에 한몫했을 것이다. 탈프아를 선언한 이들은 어른들 대신 자신의 또래에게 직접 보디 포지티브를 이야기한다. 날씬하지 않아도 내 몸에 흉터가 있어도 우리는 모두 아름답다고 말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마른 몸을 동경하게 만드는 잘못된 신화에서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것이다.

일러스트

노여진

먹토
탈프아
다이어트
씹뱉
프아팁
MZ세대
뼈말라족
프로아나
거식증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