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는 여전히 BL앓이중
웹드라마에서 BL 장르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BL은 웹드라마를 넘어 마침내 주류 장르로 거듭날 수 있을까?
BY 에디터 장은지 | 2023.06.04
‘Boy’s Love’의 약자인 BL로 대표되는 동성애, 퀴어 소재는 그간 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비교적 수위 조절이 자유로운 OTT나 웹드라마로 대거 이동하면서 드라마 시장에서 이제야 핵심 소재로 다뤄지고 있는 중이다. 동성애 소재가 공공연히 소비되기 시작한 데에는 웹드라마 <시멘틱 에러>의 역할이 빛난다.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왓챠 드라마 <시멘틱 에러>는 배우 박서함과 그룹 DKZ 재찬의 케미로 대중적인 흥행을 거두며 ‘한국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란 수식을 얻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 드라마를 통해 주목받은 재찬의 소속 그룹인 DKZ의 과거 음원이 차트에서 역주행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BL 장르의 웹드라마에 앞다퉈 출연하면서 드라마 시장에서 동성애 소재가 전례 없이 몸집을 불리게 됐다.
제2의 <시멘틱 에러>를 노리는 신작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최근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티빙에서 공개된 <비의도적 연애담>이 있다. <비의도적 연애담>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에 빠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 만화가 이미 팬덤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며 배우 차서원과 아이돌 그룹 B1A4 멤버인 공찬의 만남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 3월 작품이 공개되고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비의도적 연애담>은 4월 첫째 주에 TV-OTT 통합 화제성 5위에 등극했으며, 티빙 집계에 따르면 전체 유료 가입 기여 8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시리즈온, 헤븐리, 쿠팡플레이 등에서 공개된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우연시’)도 입소문을 타며 호평을 얻고 있다. <우연시>는 남자 주인공이 7년 전 첫사랑을 회사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오피스 로맨스다. <우연시>는 캐스팅, 배우들의 케미, 서사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 웹드라마’란 평가를 받으며 1회부터 8회가 공개된 4주 동안 네이버 시리즈온의 월간, 주간, 일간 방송 부문 시청수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웨이브, 티빙, 왓챠에서 볼 수 있는 <소년을 위로해줘!>(이하 ‘소년위로’) 역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이돌 그룹 오메가엑스의 재한과 예찬이 출연하면서 국내 BL 드라마 최초로 같은 아이돌 그룹 멤버가 커플 역할로 출연하는 작품이다. <소년위로>는 공개 채널이 3개로 분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달에 왓챠 TV 프로그램 TOP 10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BL 웹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BL 장르가 대중화되면서 공감을 이끄는 서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과거 BL 작품이라고 하면 선정성을 내세우거나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의 BL 작품은 풋풋한 연애 감정, 섬세한 심리 상태 등에 집중하면서 이성애나 동성애를 떠나 보편적인 정서의 로맨스로 소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게 됐다. 또 BL은 로맨틱 코미디작품에서 전형적으로 인기를 끌 만한 스토리 구조를 다수 끌어안는다. 대부분의 로코물에는 극적인 서사를 더하기 위해 집안의 반대, 계급의 차이 같은 ‘금기’ 설정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이성애보다 엄격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터부시된다. 작품 속에서 사랑의 장애물이 되는 동성애가 이들의 강렬한 이끌림과 관계의 진실성에 극적 효과를 더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배우들의 역할도 빛난다. 수려한 외모의 남남 커플이 사회적 시선을 무릅쓰고 맺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강렬하고 매혹적인 판타지와 같다. 여기에 대한 수요는 남자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BL 팬소설 문화가 충분한 근거가 된다.
BL 장르가 웹드라마계의 핵심 장르로 거듭나고 있는 현상은 동성애와 퀴어의 양지화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제2의 <시멘틱 에러>가 되기 위해 다수의 BL 드라마가 제작되면서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부작용도 있다. 한국, 태국,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의 LGBTQ 소재 콘텐츠를 방영하는 플랫폼 헤븐리의 장지혜 이사는 < TV리포트 >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한국의 BL 드라마 시장을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라고 말하며 “소비층의 눈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스토리나 배우 연기, 연출 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양질의 콘텐츠만 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한국의 BL 드라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BL 장르를 음지화하는 경향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작자는 동성애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을 갖고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 역시 배우의 연기나 연출이 좋은 작품을 변별력 있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헤븐리의 장지혜 이사는 “BL은 문화 다양성을 응원하는 장르”라고 말했다. BL 콘텐츠의 인기는 동성애 역시 개인의 취향으로 존중받고 엄연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끔 돕는다. 잠깐의 붐으로 끝나면 안 되는 명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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