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의 생존 기록

미지의 섬을 차지하기 위해 6개의 직업군 24명이 팀을 이뤄 생존을 겨루는 넷플릭스의 신작 예능 <사이렌: 불의 섬>. 각 팀의 리더와 연출을 담당한 이은경 PD를 만나 치열했던 6박 7일의 여정을 되짚었다.
BY 에디터 양혜연 | 2023.05.25
사이렌 출연진 김경애, 김혜리, 김봄은, 이수련, 김희정, 김현아와 이은경 PD가 출연한 싱글즈 화보
김경애 네크리스 프리카 주얼리, 셔츠,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혜리 팬츠 딘트, 링 프리카 주얼리, 블레이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은경 재킷 칸젤리, 팬츠 코스,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봄은 슈트 셋업 아바올리, 이너 톱, 주얼리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수련 블레이져, 팬츠 모두 딘트,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희정 셔츠 카일로,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현아 셔츠 딘트, 팬츠,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여자치고’라는 수식어 없이, 그냥 강인한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사이렌: 불의 섬>(이하 ‘사이렌’) 멤버의 화보 촬영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내내 뇌리에 맴돌던 말이다. <사이렌>은 뛰어난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지닌 24명이 직업별로 군인팀, 경찰팀, 소방팀, 운동선수팀, 스턴트팀, 경호팀으로 나눠 생존을 위해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장소는 고립된 미지의 섬, 기간은 6박 7일, 하루에 두 번의 전투를 치르며 생존을 위해 자급자족해야 한다. 6개의 직업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는 강인한 사람을 상징한다는 것, 두 번째는 대부분의 상상 속 이 ‘강인한 사람’의 성별이 남성이라는 점이다. “<알쓸신잡>과 <유 퀴즈 온 더 블럭> 연출에 참여하며 ‘진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과 진정성을 갖고 일하는 ‘진짜’들을 모아 보여주고 싶었죠.” 이은경 PD가 말했다. 이왕이면 그들이 행동하게 만들고 싶었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전문 직업인이 각각 팀을 이뤄 싸우는 생존 서바이벌 예능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가지 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조명받지 못하는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다. 동시에 ‘여자치고’와 같은 수식어로 그들의 능력이 가려지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성별이 판단의 요소가 될 수 없도록 여성 출연진만 모았다. 이들이 경쟁을 펼치는 섬 안에서 만큼은 강인한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사이렌 출연진 김현아, 김봄은이 출연한 싱글즈 화보
소방팀 리더 김현아 & 군인팀 리더 김봄은 김현아 블레이저 딘트, 슬랙스, 이너 티셔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봄은 점프슈트,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모인 24명 ‘진짜’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제작진 모두 매달려 오래된 단신 뉴스까지 뒤적이며 각 직업별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을 찾는 데 매달렸다.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면 수소문을 거듭했다. 때론 그렇게 연락이 닿은 이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했다. 섭외 과정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이를 뛰어넘어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열망이다. “섭외 공문 속 ‘한계를 시험해본다’는 문구에 가슴이 뛰었어요.” 인천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 수상레저계에서 근무하는 경찰팀 리더 김혜리가 입을 열었다. 화성 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활약 중인 소방팀 리더 김현아도 말을 보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종종 제가 여자란 사실에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있어요. 능숙하게 처치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한 걸음 물러나는 사람들을 보고 깨달았죠. 보여줘야 한다는걸요.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하고 싶었어요. 나의 직업은 ‘여성 소방관’이 아닌, ‘소방관’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얼마나 잘해내고 있는지를요.” 선택을 망설였던 출연자도 있다.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 183기 고공팀에서 복무하다 2014년 제대한 군인팀 리더 김봄은은 군 시절 선배를 통해 출연 제의를 받았다. 다만 군인이 아닌 채로 살아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지만 혼자가 아닌 팀으로 함께 한다는 점에서 용기를 얻고 출연을 결심했다.
사이렌 출연진 김경애, 이수련이 출연한 싱글즈 화보
스턴트팀 리더 김경애 & 경호팀 리더 이수련 김경애 베스트 카일로,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수련 슬리브리스 톱,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스튜디오 레브.
각자의 개성으로 빛나는 여섯 팀 <사이렌>은 힘을 겨루는 프로그램이지만 힘‘만’ 쓰지는 않는다. 참가자들은 하루 두 번 승부를 겨루는데 크게 ‘아레나전’과 ‘기지전’으로 나뉜다. 아레나전이 메인 경기장에서 정확한 룰에 따라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라면, 불시에 울린 사이렌 소리를 시작으로 강력한 힘과 치밀한 전략으로 상대 팀의 기지를 빼앗고, 다음 날엔 결과에 따라 새롭게 편성된 팀의 흐름 속 또 다른 기지를 빼앗는 기지전은 ‘전투’다. 경쟁을 위한 장비와 자급자족을 위한 물품은 ‘칼로리’로 구입해야 한다. 팀원들이 하루에 소모한 칼로리양이 당장 그날의 식사는 물론 앞으로의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울 수 없다. 그래서 <사이렌>에서 개인 역량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팀워크다. “스턴트계는 워낙 좁다 보니 팀원들이 구면이었어요. 이미 알고 있는 사이라 더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그 친구들의 장점을 잘 알기에 수월했던 부분도 있었죠. 물론 약간의 투닥거림도 있었지만요.(웃음)” 이미 알고 있던 후배들과 손발을 맞춘 스턴트팀 리더 김경애와는 달리 완전히 새로운 만남도 있었다. “저희 팀은 모두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에요. 섬에서 처음 만났죠. 그럼에도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첫 게임에서 팀원 한 명이 뒤처지니 모두가 망설임 없이 달려가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어요. 이미 우린 한 팀이구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바디 국가대표로 활약한 운동선수팀 리더 김희정이 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이전부터 알고 지냈든 처음 만났든 각 팀은 그 직업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성향을 보여줬다는 점. 역할 분담이 확실했던 군인팀, 높은 수색 능력을 보여준 경찰팀, 빠른 상황 판단이 빛났던 경호팀,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 운동선수팀, 손발이 척척 맞는 팀워크를 보여준 소방팀, 그 누구보다 민첩했던 스턴트팀까지. 6개의 팀에 속한 24명의 출연진은 자신의 분야에서 그동안 갈고닦아온 전문성과 능력, 그리고 열정으로 6박 7일을 빼곡하게 채웠다.
사이렌 출연진 김혜리, 김희정이 출연한 싱글즈 화보
경찰팀 리더 김혜리 & 운동선수팀 리더 김희정 김혜리 스커트 H&M, 니트 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희정 재킷 EnC, 이너 톱, 팬츠,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바이벌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 “와, 이 정도로 날 것이라고? 말도 안돼.” 청와대 대통령 경호관 출신의 경호팀 리더 이수련이 촬영 첫날을 회상했다. 특히 도착하자마자 아무런 예고 없이 시작된 첫 게임은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며 모두가 진절머리를 쳤다. 참고로 말한다면 이런 극한의 순간은 밤낮 가릴 것 없이 늘 불시에 시작됐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건 오직 사이렌 소리 뿐. 출연자야 그렇다 쳐도 제작진에겐 이미 계획이 있었을 터, 그쪽은 상황이 어땠는지 물으니 이은경 PD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예상대로 된 것이 단 하나도 없었거든요.”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자신의 한계까지 다가갈 수 있되, 안전이 보장되는 난이도 조절을 위해 프로그램 속 펼쳐질 게임을 다양한 피지컬의 사람들이 참여해 수없이 시뮬레이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했던 사람의 대부분이 사전조사 설문 항목 중 ‘승부욕이 얼마나 있느냐’란 질문에 ‘적당히 있다’에 체크했다는 점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이은경 PD가 웃자 스턴트팀 리더 김경애가 답한다.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기 싫어서 더 오기로 임했던 거 같아요.”
사이렌 이은경 PD이 등장한 싱글즈 화보
이은경 PD 버뮤다 팬츠 리메크, 주얼리 모두 프리카 주얼리, 니트 톱,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우정, 노력, 승리 그리고 감동 묘사만으로도 살벌함이 느껴지는 <사이렌>의 촬영 현장. 그러나 한편에서는 마음 뭉클했던 순간도 있었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났는데 누군가가 다치지 말라고 비닐 봉지를 잘라 만든 발바닥용 쿠션을 모든 팀원 신발 밑창에 깔아두었더라고요.” 경찰팀 리더 김혜리의 뒤를 이어 경호팀 리더 이수련은 이런 감동의 순간은 팀원 사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섬에 머무는 동안 개인적으로는 소방팀이 정말 무서웠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일상 속 위기의 순간에 직면했을 때, 나를 구해주는 이들이 저렇게 강인한 사람들이구나 싶어서요.” 프로그램 촬영이 끝난 이 시점, 섬을 차지한 팀은 이미 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렌>에 출연한 24명 중 패배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자신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했던 무언가를 손에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제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우린 소방관이잖아’였어요. ‘직업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고, 현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시켜주자’를 매 순간 다짐했고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반면 현직이 아닌 경호팀 리더 이수련은 잠시 잊고 있었던 당시의 열정과, 그 시간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는지 되짚어보았다고 말했다. 경찰팀 리더 김혜리는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이 많구나’를 몸소 깨달으며 시야가 한층 넓어진 값진 경험이었다고. 모두가 느낀 바는 달랐지만 공통으로 꼽은 값진 수확도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이었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여서 가능했던 순간들이었기에, 서로를 알게 되었단 사실이 무엇보다 값진 결실이라는 말에 그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미지의 섬에 몸을 던진 그들은 6박 7일의 여정 동안 수많은 걸 얻어갔다. 그리고 이들이 세상에 보여준 것은 하나다. 이은경 PD의 말처럼 ‘그들은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다’라는 사실이다.

스타일리스트

이승은

메이크업

박수연 임정인

헤어

최은영 홍현승

어시스턴트

양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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