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이해인의 Summer time

뉴진스와 아이브 그리고 유난히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는 10대의 이해인 선수가 번쩍 들어 올린 것은 곰인형이 아닌 금메달이다.
BY 에디터 장은지 | 2023.05.30
이해인이 모스키노의 반팔 재킷, 제이에스티나의 이어링과 네크리스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반팔 재킷 모스키노,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제이에스티나.
열병 같던 김연아란 ‘아름다운 시절’이 가고, 은반 위로 이목이 쏠린 건 오랜만이다. 일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향한 곳은 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그리고 이해인. 지난해 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로 단상에 선 이해인은 바로 다음 해 같은 대회에서 금빛 미소를 지었고, 올해는 4대륙을 뛰어넘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기에 이르렀다. 미디어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해인 이름 석 자 앞에 김연아란 고유명사를 실어 나르며 서둘러 차세대 피겨 여왕의 탄생을 기렸다. ‘연아가 뿌린 씨앗’ ‘포스트 김연아’ ‘김연아 이후 처음…’. 은반 위에서 팽이처럼 돌고, 깃털처럼 날아오르던 모습은 믿음직스럽기만 했는데 실체를 마주하니 사뭇 느낌이 다르다. 올해 19살이 된 이해인의 순두부처럼 무구한 얼굴에는 솜털이 송송 나 있다. 이 작은 선수가 부지불식간에 마주쳐야 할 삼엄한 수식을 쏟아내는 미디어가 야속해지던 찰나, 그녀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기우였음을 단번에 깨달았다. “이번에 제대로 느꼈어요. 생각을 많이 하면서 ‘깨작깨작’ 머리로 타느니, 그냥 즐겁게 ‘팍팍’ 타는 게 낫다는 걸요!”
이해인이 익스파이어드걸의 럭비 티셔츠 푸쉬버튼과 레이스 블라우스, 손정완의 드레스, 로저비비에의 리본 장식 슬링백을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럭비 티셔츠 푸쉬버튼, 레이스 블라우스 익스파이어드걸, 드레스 손정완, 리본 장식 슬링백 로저비비에.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기대했을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메달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이번 시즌에 해외 경기에서 ‘클린’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실수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4대륙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으로 6위를 하고 다음 날 프리 프로그램을 앞두고는 방에서 혼자 내일 내가 어떻게 타고 있을지를 생각했다. 긴장을 하거나 너무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면 몸에 힘을 주게 되고, 또 조심하다 보면 스피드가 줄어서 회전 부족이 나오기도 하는데 차분하게 타자고 생각했던 것이 좋은 흐름을 만들었던 것 같다. 4대륙 프리 경기 때는 처음으로 내가 정말 필요한 힘만 꺼내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페라의 유령> 음악에 프리 연기를 마치고는 힘차게 “예스!”를 외치더라. 사실 이번 시즌 초에는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부상도 있었다. 그런 컨디션에서 출전해 클린 연기를 한 것 자체가 너무 기뻤던 것 같다.
이해인이 코치 by 프랭크모델의 패턴이 가미된 드레스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패턴이 가미된 드레스 코치 by 프랭크모텔.
그런데 팀 트로피 경기에서 같은 곡에 프리 경기를 마치고는 울컥하더라. 같은 곡, 같은 연기에 마침표가 사뭇 달라 기억에 남는다. 팀 트로피 프리 프로그램이 마지막 경기기도 했고 클린 연기를 해서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것 같다. 사실 팀 트로피 프리 경기에 입은 드레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의상이다. 그런데 그걸 입고 치른 시즌 초반 경기에서는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의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같은 의상을 입고서 결과적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옷에 얽힌 안 좋은 기억을 최고의 기억으로 덮은 거다. 개인적으로 꼬인 것을 푼 기분, 마치 ‘결자해지’를 한 듯 후련했다. 깔끔한 점프 기술도 장점이지만, 이해인이 스텝 시퀀스 구간에서 박자를 맞추고 음악을 표현하는 모습에서는 유독 쾌감이 든다. 스텝 시퀀스는 내가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소다. 어떤 선수들은 점프가 없는 스텝 시퀀스에서 쉬어 간다고 하지만 나는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내 에너지나 개성을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전략적인 구간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 연습을 할 때도 점프보다 스텝을 맞추는 것에 진심인 때가 많다. 이번 시즌에 그 부분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이해인이 익스파이어드걸의 럭비 티셔츠 푸쉬버튼과 레이스 블라우스, 손정완의 드레스, 로저비비에의 리본 장식 슬링백을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럭비 티셔츠 푸쉬버튼, 레이스 블라우스 익스파이어드걸, 드레스 손정완, 리본 장식 슬링백 로저비비에.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역시 그간의 훈련과 연습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겠지? 갑자기 빛을 발했다기보다 언제나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마음가짐이 달라지면서 그간 연습한 게 잘 나타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 경기를 통해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긴장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낫더라. 이번 대회를 통해 온 국민과 미디어가 이해인의 다음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즐기기만 할 수 있을까? 원래 그렇게 주목받았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은 ‘내가 언제 이렇게 관심을 받아보겠어’ 싶은 정도다. 많은 관심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 나에게는 뭔가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아직까지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소화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와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김연아 언니는 살아 있는 레전드다. 한 문장에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거기에 지나치게 들뜨거나 부담감을 갖기보다 내 개인 역량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2020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 2위를 했는데 프리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메달을 따지 못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ISU 세계선수권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프리를 잘 마무리하면서 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때보다 내가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 매우 뿌듯하다.
이해인이 페라가모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핑크 드레스, 글러브, 레그워머, 슈즈 모두 페라가모.
선수 생활 역대 최고의 ‘아웃풋’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나고는 제일 먼저 뭘 했나? 기대 이상으로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해서 스스로 칭찬도 해줄 겸 피자를 먹고 노래방도 갔다. 다른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 때 내가 워낙 성량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데 취미로 코인 노래방에 자주 가는 덕분이 아닐까 싶다.(웃음) 코인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는? 뉴진스의 ‘Attention’ 그리고 아이브의 ‘After Like’. 그림도 잘 그린다고 들었다. 노래와 그림 말고 또 뭘 좋아하나. 아이돌 가수의 직캠 영상을 자주 본다.(웃음) 내가 그들의 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표현하고 표정 연기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더라.
이해인이 한킴의 민트 드레스, 제이에스티나의 네크리스를 착용하고 촬영한 싱글즈 화보
민트 드레스 한킴, 네크리스 제이에스티나.
올해가 10대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경험하기 힘든 행복감과 성취감도 누렸지만 반대로 포기한 것도 많지 않나. 내가 선택한 거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있긴 하더라. 초등학교 1학년 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해 오직 피겨에만 맞춘 생활을 한지 꽤 오래됐다. 그러다 보니 학교 생활의 추억이 거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이제 바로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하나? 내일 당장 다음 시즌 안무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다음 시즌 안무도 궁금하지만 오는 6월 30일에 일본에서 열리는 <드림온아이스>에 초청돼 그때 선보일 프로그램 안무도 함께 받을 예정이다. 2019년 이후 아주 오랜만의 아이스쇼라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 생각이다. 이해인은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내가 올림픽 무대에 오른 모습이 아직 잘 상상이 안 되는데 꼭 출전해보는 게 목표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나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경기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선수’, 그런데 또 ‘성적도 좋았던 선수’면 제일 좋지 않을까?(웃음)
이해인은 어느 날 서쪽에서 뜬 혜성이 아니다. 깜빡깜빡 점멸했다 망망히 은은하기도 했지만 계속 그 자리에서 얼음을 타고 공중돌기를 했다. 골백번 넘어지고 움츠러들기도 했던 것은 순전히 오늘의 도약에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지리멸렬한 표현을 이해인은 스스로 증명해냈다. '어제의 부침이 도약을 위한 움츠림'이었을 뿐이란 다소 낯 뜨거운 말. 이 말이 꿈보다 해몽, 승자 위주로 기록되는 서사라 해도 상관없다. 그것이 오독한 진실이건 교도된 진실이건 간에 이해인은 이를 기어코 사실로 바꾸고 말 기질의 사람이다. 타고난 승자의 기질. 조마조마 숨 참고 점프하던 소녀는 “숨 참고 LOVE DIVE” 가사를 흥얼거리며 은반 위에 날카로운 날을 새긴다. 이해인은 더는 점멸하지 않고, 거침없이 빛날 뿐이다.

사진

OH JAE KWANG

스타일리스트

김성덕

메이크업

이담은

헤어

김영재

장소

스튜디오 프레이즈

스타 화보
스타
피겨 스케이팅 선수
스타 인터뷰
이해인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