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가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면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BY 에디터 장은지 | 2023.06.22
월요일마다 공연히 더 무기력하고 더 피로해지는 월요병. 일요일 밤이면 자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고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문 앞에 대형 로펌에서 등기가 날아와 있었으면 좋겠다.’ 그 등기는 바로 내가 모르던 먼 친척이 내 앞으로 어마어마한 유산을 증여한다는 내용. 하지만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걸. 초보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하는 마음은 말하자면 갑작스러운 증여 등기 받기를 꿈꾸는 마음과 비슷하다. 오늘 한 종목을 사면 내일 아침에는 수익률이 얼마나 올라 있을까 설레고 궁금하다. 어쩌면 수개월 사이에 퇴사까지 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본다. 허황된 상상인 것을 알면서도 단꿈에 빠지는 것이 지지부진한 결과에 익숙해지지 않은 초보 투자자다. 물론 내공이 쌓인 이들도 가끔은 단꿈을 꾸며 월요일 출근길을 버티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3년간, 현실이 꿈만큼 달콤한 종목이 8개 있었다. 3년간 최대 1741%나 급등한 종목이다. 10만원을 투자했으면 3년쯤 뒤에는 174만원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 이렇게 쭉쭉 오르는 종목을 그냥 놔두는 것도 이상하다. 차곡차곡 적립식으로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은 당시엔 아마도 적금 이자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기분이 들었을 거다. 구름 위에 누운 듯 둥실 뜬 기분 말이다. 그러나 그 기분이 지옥으로 내리박힌 것은 순식간이었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1000%까지 투자금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0만원 투자했다면 100만원이나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칼날처럼 들이닥쳤다. 맞다. 지난 4월 벌어진 CFD 주가조작 사태 이야기다. 유명 연예인과 대기업 임원 출신 기업인 등이 주렁주렁 엮인 대규모 사건. 1차 고소인 66명의 피해액만 모두 1350억원 정도다.
1000% 손해에 숨은 비밀
사실 웬만한 사람들에겐 CFD라는 이름은 물론 주가조작 자체도 생소하다. 주가를 조작해서 부당 이득을 취하니까 범죄인 것은 명확한데, 도대체 주가를 어떻게 조작한단 말일까? 주가조작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든 주가조작의 기본은 투자에서 이익을 보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면 성공한 투자, 거짓으로 싸게 만들어서 산 다음 거짓으로 비싸게 만들어서 팔면 주가조작이다. 다른 말로 ‘시세 조종’이라고도 한다. 거짓으로 싸게 만들거나 거짓으로 비싸게 만드는, 둘 중 한가지만 해도 시세 조종이다. 이번에는 CFD라는 상품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했기 때문에 CFD 주가조작이라고 부른다. 주가 조작 사태가 발각된 계기는 삼천리 등 중견 기업 8개의 주가가 SG증권에서 무더기로 하한가를 친 4월 24일로 돌아가야 한다. 그간 꾸준하게, 사실은 조금 이상할 정도로 쭉쭉 오르던 종목이 특별한 이유 없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는 것은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시장의 움직임이 아니다. 보통 여기서 1차 피해자가 발생하는데, 범죄자 일당이 비싸게 조작한 가격을 최고점에서 무더기로 팔고 나면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오른만큼, 아니 어쩌면 더 무섭게 하락한다는 의미.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본다, 이것이 바로 1차 피해다. 여기서 그쳤다면 투자한 원금만 잃고 끝났을 것이다. 원금만 잃으면 손실률은 100%. 그런데 피해자들의 손실률은 1000%까지도 보인다. 이는 2차 피해 때문이다. 이런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은 주가조작범 일당이 CFD라는 금융상품을 사용해 주가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CFD는 ‘차액결제거래’라고 한다. 차액결제거래는 돈을 주고 주식을 사고,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 매매대금을 받는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다. ‘특정 기간 동안 주식 이용권을 샀다고 가정하고’ 거래를 진행하며, 특정 기간이 만료된 후에야 결과를 정산한다. 즉 내가 이용권을 산 시점에 비해 오르면 오른 만큼 차익을 현금으로 받고, 내려가면 내려간 만큼만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거래. 차액만 거래하는 셈이기 때문에 차액거래라고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떨어진 만큼만 내면 되니까 원금 손실로 끝났을 수 있다. 하지만 CFD에는 레버리지 기능이 붙어 있다.
빚내서 투자하지 않는 원칙
최대한 쉽게 이야기해보자. 레버리지는 증권사 대출을 받아서 주식을 살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증권사를 통해서 주식을 사니까 주식 판매인에게 외상을 지는 셈이다. 레버리지를 사용할 때 내가 사려는 주식 가격의 어느 정도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지는 상품별로 천차만별이다. CFD의 경우 60%였다. 10만원짜리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40%인 4만원만 있으면 된다. 증권사가 가진 돈의 1.5배에 달하는 60% 그러니까 최대 6만원을 대출 해주는 덕분이다. 10만원을 전부 내돈으로 산 주가가 11만원으로 올랐다면 10만원 투자해서 1만원 번 것이니 수익률은 10%다. 하지만 4만원을 내고 주식을 사서 11만원에 판 다음, 빌린 6만원을 돌려주면 5만원이 남는다. 수익률이 25%에 달한다. 4만원을 투자해서 1만원을 번 덕분이다. 남의 자본을 이용할 때 이렇게 수익률이 ‘뻥튀기’ 되는 현상을 레버리지라고 하는데, 증권사에서 레버리지 기능이 있다고하면 대출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수익률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손해를 볼 수 있는 금액도 커진다. 이익을 못보면 대출받은 돈까지 토해내야 하니까. 게다가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내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주식 가격의 60%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간 고객이 성실하게 돈을 갚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감옥에 가겠다고 버틸지 모르기 때문에 최소한 나머지 40%에 해당하는 금액이 고객의 통장에 계속 존재하는지 감시한다. 투자자는 40%의 돈을 증거 삼아 버티는 것이다. 이 40%를 증거금이라고 한다. 전월세의 보증금과 같은 개념이다. 부동산 임대차 거래에서도 월세의 서너 배 정도 되는 보증금을 거는 관습이 있는 것을 이해하면 쉽다. 문제는 CFD처럼 ‘이용권’만 구매했을 경우, 그 증거금이 내가 산 이용권의 가치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CFD 방식으로 투자한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내 증거금 가치도 떨어진다. 주가조작범들이 오른 주가에 물량을 털고 나가면서 내 CFD에 들어있는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나는 갑자기 40% 상한에 해당하는 돈을 만들어서 채워 넣어야 한다. 어제까지는 같은 주식수를 들고 있기만 해도 빌린 돈 대비 증거금 비중이 유지됐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갑자기 내 주식 평가 가치가 굉장히 낮아졌기 때문에 주식을 떨어진 만큼 더 사서 총 가격을 맞춰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시가 10만원짜리를 10개 들고 있으면 100만원으로 평가되는데, 그 시가가 5만원으로 떨어지면 10개 들고 있어도 50만원에 불과하니까 100만원을 맞추기 위해 10개를 더 사야하는 상황이다. 기간 내에 금액을 맞추지 못하면 증권사는 내가 이미 들고 있던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린다. 그나마 그거라도 건지겠다는 것이 ‘손절’이다. 이 손절의 이름이 바로 ‘반대매매’인데, 반대매매를 당하면 급락한 가격에 주식이 처분되기 때문에 손실이 확정된다.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식 가격은 계속 떨어지게 된다. 주식 가격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해당 CFD를 들고 있던 다른 투자자들도 증거금을 꾸역꾸역 집어넣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어느 시점에서 반대매매를 당하면 나는 레버리지를 쓴 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 결국 손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식으로 -1000%란, 엄청난 손실이 기록된 주가조작 사태가 벌어졌다.
투자는 뜨거운 종교가 아니다
주가조작 사건은 평범한 투자자가 사기 판에 휘말려 돈을 잃는 것과 같다. 애초에 사기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는 투자 종목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상하리만치 수익률이 치솟더라도 먼 친척이 재산을 덜컥 물려주는 행운의 단꿈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주가조작사건이 일어나는 작동 원리를 안다고 해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피해를 100%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 이번 주가조작 사건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투자할 때는 레버리지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는 것. 주가조작 일당이 CFD를 이용한 것도 레버리지 때문이었다. 시세 조종 중이므로 주가조작 일당은 주가가 오를 것을 이미 알고있다.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차익을 많이 거두고, 그 차익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CFD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투자자에게 CFD를 판다.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이 나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CFD를 사고, 레버리지도 적용시킨다. 아무 이유 없이 주가가 쭉쭉 떨어지는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아무 이유 없이 주가가 쭉쭉 오르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3년이라는 나름 긴 시간을 투자했어도 중견기업 여덟 곳이 별 이유도 없이 3년간 1000% 넘는 아름다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것은 좀 이상하다. 마침내 감독 기관이 조사에 착수했고, 걸릴 것을 우려한 주가 조작범 몇이 갖고 있던 CFD 투자 주식을 와르르 팔아버리면서 앞서 설명한 주가 폭락과 반대매매의 연쇄 작용이 일어났다. 투자에 꿈처럼 달콤한,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는 성공은 없다. 구멍이 있다고 해도 사기를 막기 위해 설치한 제도적 장치는 이번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사기든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은 없다. 결국 사기를 피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절대로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투자하는 종목의 오르내림을 스스로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뿐이다. 그게 어렵다면 단 기간 높은 수익률을 포기하고 인덱스펀드나 ETF 같은 상품을 이용하는 것만이 큰 실패를 겪을 확률을 줄이는 길이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조작범들이 열었던 CFD 투자 설명회 영상이 유출됐다. 설명회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이 종교집회에 모인 듯 손을 들어 환호하는 모습은 씁쓸하다. 결국 투자에서는 이 한마디만 명심하면 된다. ‘투자는 냉정한 계산이지, 결코 뜨거운 종교가 아니다’.

김정인(어피티 이사)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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