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파세대식 SNS 플러팅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썸을 탈 때도 SNS를 이용한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3.07.24
1020세대는 카카오톡보다 인스타그램 DM을 더 많이 쓴다는 얘길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왜? 더 불편하지 않아? 그런데 놀랍게도 사실이다. 나스미디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대의 인스타그램 DM 이용률은 무려 69.2%였다. 20대도 47.9%에 달했다. 10대는 인스타그램 DM이 카카오톡보다 더 사적이고 가벼운 느낌이라 편하다고 했다. 반면 카카오톡은 조금 더 공적이고 본격적인 느낌이라 대화를 시작하기까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런데 요즘 10대 한정 인스타그램보다 더 뜨거운 소셜미디어가 있다. 바로 ‘하입(HYPE)’이다. 하입은 인스타그램보다 더 프라이빗하고, 더 비밀스럽다. 일종의 ‘칭찬 보내기’ 앱인데,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설계됐다. 앱에 가입하고 학교와 반을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 중인 같은 학교의 친구들과 연결된다. 그리고 앱이 내보내는 질문에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하면 익명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질문은 ‘펩시 좋아할 것 같은 사람’ ‘게임을 제일 잘할 것 같은 사람’ 같은 칭찬을 기본으로 한다. 유저 입장에선 누군가 어떤 질문에 나를 선택한 것은 알 수 있지만 누가 선택했는지는 특정해서 알 수 없다. 그래서 요즘 10대들은 하입으로 썸도 탄다. 평이한 질문도 있지만 ‘안기고 싶은 사람’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 ‘신비한 매력이 있는 사람’처럼 ‘플러팅’할 만한 질문도 있기 때문. 연애 관련 질문에 슬쩍 관심 있는 친구를 선택하면서 알게 모르게(?) 플러팅을 날리는 거다.
나만의 SNS 플러팅 기술이 있다
43% YES
하입의 ‘스토리에 공유’ 기능을 사용하면 앱에서 받은 칭찬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공유할 수 있고 DM으로 연락을 이어가는 식으로 썸을 탄다는데, 10대 유저들은 ‘익명에 기대 감정 전달을 하는 게 좋다’ ‘누군가에게 받은 칭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더 궁금해진다’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리뷰한다. 비슷한 앱으로 스컬(Skrr), 젤루(Zellu)도 있는데, 이 두 가지 앱은 아예 ‘누가 너를 좋아하는지 알려줄게’라고 설명을 달았다. 이렇게 썸 타는 건 한국 10대만의 유행이 아니다. 하입 이전에 미국의 가스(Gas)와 독일의 슬레이(Slay)가 있었다. 같은 방식의 칭찬 앱인데, 가스는 지난해 연말 디스코드에 인수될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기록했다. 하지만 성인은 하입에 가입할 수 없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다고 기회까지 없는 건 아니다. ‘우리만 없어, 하입’ 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 썸을 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소셜미디어는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이다. 과거에는 얼굴을 마주 보고, 데이트하면서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10대들은 SNS를 이용해 쉽고 가볍게 서로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볍게 대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성적인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는 건 그다음의 일이다. 대뜸 카카오톡으로 ‘뭐해?’ 하고 톡을 날리는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하트를 누르고, 마음에 드는 스토리에는 답장도 보내면서 서로의 디지털 일상을 탐색하고 영역을 넓히는게 첫 번째 단계다. 하입은 조금 더 ‘본격적’인 썸 타기 방법을 제시했을 뿐이다. 하지만 10대들이 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전통적인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10대들이 SNS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반드시 썸에서 연애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오히려 장기적인 관계에 더 신중하고, 보수적이라고 분석한다. 이 세대가 겪은 사회·경제적 불안이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러므로 SNS에서의 관계가 오프라인으로까지 연결될지는 Z세대조차 보장할 수 없다. 이들에게 SNS는 단순히 수단일 뿐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니까. 만약 젠지 방식의 플러팅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가능성을 좀 더 넓게 열어두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기를 권한다. 혹시라도 SNS로 주고 받는 플러팅만으로 벌써 자녀는 몇 명이나 낳을지까지 상상하고 있다면? 그건 꽤 곤란하다.

일러스트

김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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