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는 배우 김지은
드라마, 예능, 드라마를 쉬지 않고 출연하는 배우 김지은이 이번에는 넷플릭스 예능 <19/20>과 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로 돌아온다.
BY 에디터 송혜민 | 2023.07.28
화이트 셔츠 우영미, 블랙 레더 재킷과 슈즈 모두 페라가모.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이후로 예능에서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
⟨SBS 인기가요⟩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19/20⟩, ⟨손대면 핫플! 동네멋집⟩(이하 ‘동네멋집’)까지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는데, 감사하게도 기회가 계속 주어졌다. 새로운 일 앞에 주저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경험으로 나만의 데이터가 쌓인다고 생각해서 기회가 오면 일단 해본다.
해보니 어땠나? 잘 맞았나.
댄스 신고식이나 장기 자랑 코너가 꼭 있던 옛날 예능을 기억하나? 만약 그런 프로그램이었다면 어려웠을 수도 있다.(웃음)
첫 방송에서 특별 무대를 봤다. 제법 잘 해내던데.
“못해요~” 하면서도 안무 레슨을 받으러 갔다. 주어진 임무는 충실히,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서. 그런데 너무 긴장이 돼서 첫 방송이 끝나고 집에 가자마자 기절했다. 매주 생방송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엄청났지만 〈SBS 인기가요〉는 하차하기 아쉬울 만큼 너무 즐겁게 했다. 배우로서 작품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일탈하는 느낌도 들었다.


니트와 데님 팬츠, 부츠 모두 이자벨 마랑, 벨트 잉크
너무 다른 영역인 걱정되진 않았나.
3분 정도의 음악방송 무대를 보여주려고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시간과 공을 들인다. 혹시라도 그 수고에 누가 될까 걱정이 앞섰다. 나도 모르게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다행히도 주변에서 정말 많이도와주셨다. 이제는 어디 가서 꽤나 당당하게 “너 이 노래 알아?” 하고 아는 척하고, 노래 추천도 한다. 원래는 데이식스나 호피폴라, 원위 같은 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요즘엔 K팝 신곡도 빼놓지 않고 찾아 듣는다.
진심으로 신나 보인다.〈SBS 인기가요〉 MC에 진심인가 보다.
가수들의 무대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얼마나 되겠나? 직접 보고 나면 그들이 왜 이토록 사랑받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스페셜 MC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오히려 내가 스페셜한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 나니까 내가 아무나 얻을 수 없는 귀하고 소중한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에게도, 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도 감사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도전해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도 있는지.
지금까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신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아, 〈런닝맨〉도. 승부욕이 강하고 게임하는 것도 좋아하거든. 30대가 됐지만 뛰어다니면서 노는 게 여전히 즐겁다.

데님 재킷과 팬츠 모두 페라가모.
자, 이제 새로운 작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이하 ‘오당기’)로 돌아온다.
살인사건 하나로 시작해 거대 악의 뿌리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나인우 배우, 권율 선배와 함께 셋이서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진실 추적극이다.
〈천원짜리 변호사〉에 이어 또 법조물인데.
〈천원짜리 변호사〉 촬영 중에 〈오당기〉 대본을 받았다. 캐릭터가 겹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를 연기하고 싶었던 건 〈어게인 마이 라이프〉 한철수 감독님의 제안이기 때문이다. “틀려도 돼, 그럴 수 있어. 지은이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무한한 지지를 보내던 감독님의 말들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도 감사한 작품이었는데, 한 배우를 두 번 찾아준다는 건 신뢰의 표현이라 믿었다. 또 영주와 마리는 비슷한 듯 디테일이 다른 캐릭터라 배우로서도 승부욕이 생겼다.
영주는 어떤 인물인가? 똑단발에 평범하지 않은 슈트, 거침없이 욕도 내뱉는 마리와 비교해본다면.
마리는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아이다. “내가 한다는데, 왜 안 돼?”라지만 그 모습이 결코 밉지 않다. 반면 영주는 약간의 자기 연민을 정의라는 감정으로 표출한다. 죄를 받아 마땅한 사람을 단죄할 수 있다면 스스로 불의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불도저 같고, 거칠고, 직선적이다.

작품의 결 자체도 전작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우당탕탕 백마리 성장기’라면 <오당기>는 본격적인 법정 미스터리에 가깝다. 촬영은 몇 달 전에 모두 끝났는데, 아직도 이틀을 내리 촬영한 법정 신이 기억에 선명하다. 그 시퀀스에 등장한 거의 모든 사람과 대사를 주고받았다고 할 정도로 분량이 많았는데, 컷 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잘 해냈다는 안도감이었을까?
그 이틀을 위해 모든 걸 쏟았거든. 연습실에 모의 법정을 만들고 몇 날 며칠을 연습했다. 작품의 전체 흐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영주 개인에게도 중요했다. 컷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울고, 현장에 계신 분들은 모두 박수를 쳐주셨다. 영주 고생했다고.

블라우스 카일로, 재킷 질 샌더, 부츠 지미추, 네크리스 엠아이영.
커피 CF에 등장했던 2016년을 데뷔로 친다면 벌써 8년 차 배우다. 현장에서 제법 많은 걸 배웠겠다.
사실 작품을 하는 동안은 잘 눈치채지 못하다가 끝날 때마다 성장을 발견하곤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동료와의 교류가 내겐 가장 큰 영감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보고 듣고, 대화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오당기〉가 끝나고는 어떤 마음이 들었나.
다른 작품은 끝나면 캐릭터, 현장의 스태프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늘 눈물을 찔끔했다. 그런데 〈오당기〉는 물론 아쉬웠지만, 기쁘고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배우는 짧게는 몇 달, 길어도 1년이면 작품과 헤어져야하는 숙명을 타고났지 않나. 그럴 때마다 아쉬워하고, 힘들어할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 느낀 감정 또한 성장이지 않을까? 건강한 에너지를 채운 뒤 다시 만나기를 기약할 수 있는 제법 어른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니트 카디건과 스트라이프 팬츠 모두 미우미우, 안경 젠틀몬스터
마지막으로, 배우 혹은 인간으로서 김지은이 가장 잘하는 것 하나만 꼽아본다면.
순간에 전부를 바치는 것. 몇 주를 연달아 촬영하느라 체력도 여유도 없을 때도 현장에서만큼은 열심히 할 자신이있다. 어떤 감독님은 내게 ‘소지은’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소처럼 일에 전부를 쏟는다고. 내가 노력하는 만큼 누군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사진
류경윤
스타일리스트
김세하
메이크업
조은정
헤어
안홍문
어시스턴트
양윤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