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구직 활동을 멈춘 20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BY 에디터 양혜연 | 2023.08.25
얼마 전 뉴스 페이지를 기웃거리다 ‘고용률 63.5% 역대 최고… 청년 취업은 8개월째 감소’란 헤드라인을 보았다. ‘고용률이 오르다니 좋은 일이네, 청년 취업 감소는 20대 인구수가 줄어 든 걸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르지.’ 저출산·고령화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 내막을 살펴보면 또 다른 숙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헤드라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몇 뉴스를 좀 더 살피며 또 다른 관련 기사를 발견했다. ‘구직 않는 20대… 인구·취업자 주는데 ‘쉬었음’은 지속 증가’. 이는 예견되지도, 당연하지도 않은 헤드라인이었다.

유일하게 증가 중인 ‘그냥 쉰 20대 인구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대 인구는 2021년 7월 8000명 증가를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 5월 20대 인구는 615만5000명, 취업자 수는 동월 기준 383만3000명으로 작년 5월보다 6만3000명 줄었다. 실업자 역시 작년보다 6만7000명 줄어든 24만1000명이다. 20대의 인구, 취업자, 실업자가 모두 줄어드는 가운데 계속해서 늘고 있는 부문이 있다. 바로 ‘그냥 쉰 20대의 수’. 작년 동월 대비 3만6000명이 증가해 35만7000명에 육박한다. 혹자는 취업난으로 인한 현상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통계 결과 속 ‘쉬었음’이란 단어의 의미다. 통계청 조사에서의 경제활동 인구는 취업자와 구직 활동을 했지만 취업하지 못한 인구를 아우른다. 비경제활동 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상태의 사람들인데, 앞서 말한 ‘그냥 쉰 20대 인구’는 육아나 가사 활동, 취업을 위한 공부, 심신장애 등의 사유 없이 구직 활동이나 취업을 하지 않으며 인구조사에서 ‘쉬었음’이라 답한 비경제활동 인구를 일컫는다. 심지어 세대별로 살펴보았을 때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 속 ‘쉬었음’이라 답한 인구가 증가한 연령층은 20대가 유일했다.
20대가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취업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일자리가 없어 문제였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 그들이 그냥 쉬기를 선택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이 쉬기를 선택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출 경기와 제조업 분야 고용 상황이 악화되며 소위 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어 청년층이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 2023년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54.8%, 즉 절반 이상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이 중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15.1%인데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9배 늘어난 수치다. 공직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6월 28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겠다고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조직관리 지침’에 따르면 ‘5년간 각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일반직 공무원 정원의 1%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아예 취업 경험이 없는 이들보다 재취업을 포기한 이들의 수가 훨씬 많다는 점. <동아일보>가 고용노동부와 함께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그냥 쉬고 있는 청년 4명 중 3명은 직장 경험이 있지만 재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사한 후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A는 이렇게 말했다. “연이은 대기업 공채 낙방 후 일단 취업부터 하자란 마음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했어요. 연봉, 워라밸, 네임밸류 등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으니 1년 이상 다니기 힘들더라고요. 일단 퇴사는 했는데 다시 공채 전쟁에 뛰어들자니 두렵고, 전과 비슷한 회사에 가자니 또 금방 그만둘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망설여져요.” 한창 일하거나 이제 자신의 자리를 굳혀나갈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구직, 취직, 이직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번아웃을 겪고 있다.

주체적인 무업 생활
‘청년도전지원사업’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을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절차와 법에 따라 규정된 정부의 정책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아예 구직 의욕을 잃어버린 청년들의 마음을 보듬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좀 더 말랑말랑한 활동은 없을까? 이들에게 사단법인 니트생활자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사단법인 니트생활자는 무업 기간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이들은 무업 상태인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걸 목표로 한다. 여러 활동을 진행하는데 그중 메인 프로그램은 ‘니트컴퍼니’다. 일명 백수들의 회사놀이로, 참가자들은 12주간 꾸준히 하고 싶은 업무를 하나 정해 매일 아침 온라인으로 출퇴근하며 인증한다.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일 실험’을 해볼 수 있는 ‘니트인베스트먼트’가 있다. 가상의 투자 회사와 같은 개념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이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시도해볼 수 있게 활동비를 지원해준다. 그 외에도 청년 무업자를 위한 뉴스레터인 ‘니트레터’, 함께 모여 산책하는 ‘니트워킹’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청년 무업자들의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소셜 비즈니스 조직 ‘사회비행자’의 활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형 진단부터 맞춤형 교육, 동료 모임 등을 진행하는 ‘일 플러스 스쿨’,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글쓰기 모임 ‘치유의 문체’, 일이 아닌 ‘나’를 기준 삼아 일을 새롭게 정의해보는 커뮤니티 모임 ‘일의 뉴노멀을 찾아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직을 장려하는 데 주력하는 정부 정책과 달리 이들의 활동은 오랜 무업 상태로 인해 낮아진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고립감을 해소해주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방으로 떠나는 워킹홀리데이
사단법인 니트생활자, 사회비행자 등은 청년 무업자들의 자신감을 되찾아주고 자신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일자리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단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역 워킹홀리데이 또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고 색다른 일자리 모색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대표적으로 울릉도는 지역 워킹홀리데이 시범 사업을 추진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7월부터 11월까지 1, 2차로 나눠 진행되며 2개월 동안 일과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역 워킹홀리데이는 귀농·귀촌에 관심을 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울릉도와 같이 보다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워킹홀리데이는 비록 한시적인 일자리이지만 기존 일상에서 멀어진 낯선 환경과 새로운 업무는 번아웃에 빠진 20대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할지 모른다.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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