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부르는 의사표현 법

여자와 남자는 하고 싶은 날도 표현이 다르다. 여자는 디테일하고, 남자는 직설적이다.
BY 에디터 조소현 | 2023.08.25
고양이가 하는 말
카페 한 모퉁이에 네 명의 여자가 앉아 있다. 오늘 모인 네 명의 싱글은 내 여고 동창들로 올해 33세. 대화의 주제는 단연 다음 달에 있을 A의 결혼식이었다. “부케는 누가 받을 것이냐” “결혼식 날 남편 친구들은 많이 오냐” 등으로 수다가 시작됐다. 그러나 곧 A의 입에서 ‘주택청약’이니 ‘혼수, 예물, 예단’ 등의 전문 용어가 나오자 나머지 세명의 싱글은 점점 지루해졌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소개팅으로 3살 연하남과 연애를 시작했다는 B가 입을 열었다. B: 아, 근데 이 자식이 당최 진도를 뺄 생각을 안해. 야,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 C: 뭐야. 아직도 안 했어? 야, 이 나이에 무슨 내숭이야. 그냥 네가 먼저 화끈하게 말해! B: 야, 싫어.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남자들은 처음부터 너무 적극적인 여자 부담스러워한단 말이야. 처음에는 좀 튕겨야 되는 거라고. 그냥 쫌만 더 참아야지. 후. 서른 넘은 여자들이 모이면 남자들도 울고 갈 찐한 이야기가 오간다. 게다가 여자들은 더욱 디테일하다. C: 야, 근데 나 같은 경우는 뜬금없이 막 욕구가 왕성한 날이 있는데 그러고 며칠 후면 어김없이 생리를 해. 뭐, TV나 잡지에서는 생리 기간 즈음에는 성욕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라고 그러던데. 난 이거 왜 이런 거냐? 나: 여자는 배란기에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해서 성욕도 따라 증가한다고 하는데, 그건 뭐 교과서적인 얘기이고. 내가 봤을 땐 여자들의 욕구나 만족 포인트는 심리야. 분위기나 환경에 영향을 받지. 특히 우리같이 아직 결혼 생각 없는 여자들은 임신이 두렵고 그러니까 배란기는 제일 위험하고, 그나마 안전한 생리 직전에 그런 욕구가 더 생기는 거겠지. 책에서 보면 여자는 배란기에 더 예뻐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 사실 나는 배란기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넘어갈 때가 많고, 나도 생리 직전이 제일 땡기더라. C: 테스토스… 뭐라고? 야, 너 요즘 섹스 칼럼 쓴다더니 공부 좀 하나보네. 하긴 너 학교 다닐 때 다른 공부는 못 했어도 이쪽은 아주 그냥 빠싹 했잖아. 아주 진로를 잘 정했구먼. 그나저나 너희들 그때 그거 생각나? 여고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C가 말한 것은 예전 모 여성 사이트에서 유행했던 ‘오빠. 나 지금 하고 싶어♡’ 놀이였다. 지금이야 여러 매체에서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자유롭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이슈였다. 모 사이트 유저인 발랄한 여자들이 남자친구에게 ‘자기, 나 지금 하고 싶어♡’라고 문자를 보내고, 남자들의 반응을 댓글로 올렸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네가 웬일이야?^^ 딱 10분만 기다려’부터 시작해서 ‘지금 가족 모임 중인데 어떻게든 빠져나갈게’ 등 남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C: 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지금 한번 해볼까? 이참에 B 커플은 진도도 빼고. A도 결혼 준비 때문에 요즘 서로 뜸하다며? 이 기회에 분위기 한번 잡아봐. B: 오, 그거 재밌겠다. 진짜 우리 한번 해보자. 이렇게 우리 넷은 일제히 ‘자기, 나 지금 하고 싶어♡’ 하고 애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모두 휴대폰 화면에 코를 맞대고 키득거리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답이 온 건 역시 B의 연하남.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B는 쏜살같이 가방을 챙겨 카페를 나갔다. 그리고 몇 분 뒤, C가 핸드폰을 보며 입꼬리에 슬쩍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결국 A와 나는 나머지 공부하는 낙제아처럼 카페에 남아 있었다. A: 뭐야, 잡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다 이거야? 가뜩이나 결혼준비로 스트레스 받던 A는 남자친 구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그리로 가겠다고 화를 내며 사라졌다. 그래, A는 이제 결혼하면 매일 할테니 그렇다 쳐도 나는 왜? 바로 그때 오늘은 일이 너무 많아서 못 갈 것 같다는 남자친구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집으로 돌아와 홀로 쓸쓸하게 침대에 누우니 잠이 올 리가 없다. 가뜩이나 건물 밖에는 발정기를 맞은 암코양이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베개로 귀를 틀어막고 잠을 청하려던 그 순간, 불현듯 생각이 났다. 사실 ‘자기, 나 하고 싶어♡’ 이 메시지는 연애 초에 이미 많이 써먹은 아이디어였다. 우리 연애 기간도 벌써 3년.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 강의처럼 창의성과 혁신이 필요했다. 핸드폰을 열어 남자친구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삐~ 소리가 나고 다짜고짜 고양이 울음 소리를 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리는 발정기 암코양이가 수컷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입니다”라는 멘트로 마무리. 핸드폰을 손에 쥐곤 어렴풋이 잠이 들었을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문을열자 내가 좋아하는 딸기를 잔뜩 사들고 온 남자친구가 우뚝 서 있다. 역시 에로틱과 로맨틱은 한 뿌리라더니. 여고 시절 우리 반 담임이 그토록 얘기하던 21세기형 창의적 인재가 된 기분이었다. 글 김얀(칼럼니스트)
밤을 약속하는 말
모든 여자가 수줍어한 건 아니었다. 여럿이 모여있던 술자리, 금요일 여름밤이었다. (당연히) 모두 취해 있었다. 몇몇이 떠난 뒤, 우리는 한 커플과 마주 앉았다. A는 내 왼쪽에 앉아 있었는데, 여기서부터는 약속된 수순 같다. 내 왼쪽 허벅지에 올라온 손, ‘하하하’ 다 같이 웃을 때 느껴지는 힘, 그 손이 조금씩 올라오는 걸 느끼면서 또 한 잔. 그럴 수 있다. 그래서 검증이 필요했다. 가만히, 내 왼손으로 A의 손을 잡았다. A의 손에 땀이 나서 촉촉했다. 좋게 취한 여름밤이었으니까, 이걸로 충분할 리 없었지만. B는 선명했다. 어느 대학교 앞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애가 서빙 중이었던 금요일. 4월이었다. 그 여자애가 허리를 굽힐 때마다 다리와 엉덩이의 경계가 아슬아슬했다. B는 여성스럽다기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여자였다. 짧은 머리, 보폭이 넓은 걸음, 남자애들끼리 농구 같은 걸 할 때도 ‘같이 하자’며 뛰어드는 성격. 우리는 시작부터 단둘이었고, 내가 그 여자애를 쳐다볼 때마다 B는 괜히 눈을 흘겼다. 그걸 질투할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러다 허벅지와 허리에 대해 얘기했다. “오빠는 여자가 어떨 때 섹시해?” B가 물었을 때, 테이블 위에는 빈 소주병이 넷이었다. “모르는 여자”라고 답했을 땐 별 목적이 없었다. 성적으론 완전히 이완된 술자리. 하지만 그 이후는 역시 몇 마디 대화만으로 거의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새벽 1시 즈음. “오빠, 집에 어떻게 갈 거야?” “택시 타야지, 넌?” “오빠, 갈 거야?” “안 가니?” “같이 가. 나 많이 굶었어.” B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남자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었다. 그 남자가 어떻고, 어땠고, 이건 별로였고, 다른 건 좋았다는 얘기. 그게 반 년 전이었고, 그 사이엔 ‘굶었다’는 말. C는 거칠 게 별로 없는 여자 같았다. 누군가의 집에 모인 금요일 밤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거나 다른 방에 있었다. 핸드릭스에 캐나다 드라이를 섞고, 와인에 샴페인을 섞고, 맥주에 소주를 섞었던 밤. C는 제 집처럼 입고 있었다. 파티 호스트에게 빌려 입은 커다란 티셔츠와 아메리칸 어패럴 반바지. C가 맨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다가 내 오른쪽 어깨에 기댔을 땐, 역시 모든게 수순 같았다. 내 오른손으로 C의 어깨를 안았고, 마침 티셔츠의 목이 늘어나 있었으니 그 속으로, 맨 어깨를 안았고, C는 (좀 놀란 듯이) 고개를 들었고, 우리 둘이 마주 보기 전에 C의 입술이 내 오른쪽 목에 닿았다. 곧 혀가, 다시 입술이. C는 내 다리 위에 올라앉거나 눕거나 했다. 또 혀가, 다시 입술이. 손이 촉촉했던 A와의 여름밤은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그 손을 잡고 한강을 좀 걸었다. A는 유학을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으니?” “너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사랑이 꽃피는 나무> 같은 마무리. 참 깔끔했다고 생각했지만, 유학 3일 전 만난 A는 다시 취했을 때 말했다. “바보, 넌 바보야.” 선명했던 B는 그날 이후 얼마간 ‘굶었다’는 말은 못 하게 됐다. 그래서 좋았냐면, 기억 나는 게 별로 없다. B의 몸, 움직임, 냄새 같은 것. 지금은 백지 같다. 대신 이튿날 황량했던 대학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전단지, 곧 비가 올 것처럼 비린내 나던 아침만은 B의 모든 것보다 선명하게 남아 있다. 거칠 것 없던 C는 바지 춤에서 망설였다. 허리띠를 풀지 않았고, 어느 순간엔 내 손목을 잡았다. 그럴 때마다 사슴같이 절실한 눈을 봤는데, 그게 ‘왜 더 적극적으로 힘을 주지않느냐’는 뜻인지, ‘오늘은 첫날이니 이 이상은 안된다’는 말인지 해석할 수 없었다. 금요일 밤의 사교란 결국 오늘 밤 같이 있고 싶다는 말 같다. 모두가 외지인인 채, 한 동네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추는 춤. 같이 고기를 먹고, 누군가는 뻐기고, 다른 누군가는 드물게 신사다울 것이다. 그럴 때 긴장해서 땀이 난 손을 허벅지에 올리거나, 질펀한 농담을 전희 삼거나, 누군가 어깨에 기대오는 순간은 하나같이 섹시하다. 그런 걸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 모두 밤을 약속하는 말 같아서, 오늘 밤은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어쩌면, 모든 재미는 거기까지다. 다 말하지 않아서, 이후를 알 수 없어서, 그 모든 망설임 때문에, 기대와 불안이야말로 자극의 근원이라는 걸 이젠 아니까. 한편, 미국인 친구 D와는 이런 얘기를 나눈 적 있다. “넌 여자한테 자자고 할 때 뭐라고 해?” 그는 다른 친구 얘길 들려줬다. 금요일 밤마다 다른 여자와 섹스한다는 남자였다. “그 친구는 간단해. 정말 명료해. 마음에 드는 여자한테 가서 이렇게 말해. ‘나랑 잘래? 난 그러고 싶어.’ 여자의 반응은 두 가지야. 질색하면서 거절하거나 웃거나. 웃으면 OK.” D에 따르면, 이 명쾌한 남자는 다른 누구보다 자주 뺨을 맞았고, 다른 누구보다 많은 여자와 섹스했을 거라고 했다. 이건 과연 남자의 경우, 목적이 섹스 자체라면 거의 정답에 가까운 얘기다. 글 정우성(GQ KOREA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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