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수상작 < 어느 멋진 아침 >의 감독 미아 한센-러브 인터뷰

제75회 칸영화제 최우수유럽영화상에 빛나는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감독 미아 한센-러브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슬픔과 기쁨, 고통과 행복이 공존하는 찬란한 삶에 대하여.
BY 에디터 양혜연 | 2023.08.29
삶의 찬란함을 말하는 영화 <어느 멋진 아침>
영상 출처: 유튜브 ‘challanfilm’
삶은 고난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시에 다가온 찬란한 순간은 우리를 계속 살게 만든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미아 한센-러브’의 작품 <어느 멋진 아침>은 기본적이지만 평소 우리가 잊고 사는 이 명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영화 속 ‘산드라(레아 세이두 분)’는 여덟 살 난 딸과 투병 중인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 분)’를 돌보며 매일을 살아간다. 5년 전 사별한 남편의 빈 자리까지 채우는 워킹맘, 그리고 신경퇴행성 질환을 진단받고 인지능력과 시각을 서서히 잃어가는 아버지를 돌보는 딸의 몫을 모두 해내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가던 산드라는 어느 날 자신의 오랜 친구인 ‘클레망(멜빌 푸포 분)’을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며 가족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아름다운 영상미, 잔잔한 스토리로 화선지에 떨어진 물감처럼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적시는 <어느 멋진 아침>이 9월 6일 국내 개봉한다. 제75회 칸영화제 최우수유럽영화상을 거머쥔 이 영화를 탄생시킨 미아 한센-러브 감독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어느 멋진 아침> 미아 한센-러브와 5문 5답
영화감독 미아 한센-러브 포트레이트..
영화감독 미아 한센-러브 © Judicaël Perrin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은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들었다. 약 10년간 퇴행성 질환을 앓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느 멋진 아침>은 당시 내가 겪은 감정을 이해해 보려 애쓰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크나큰 슬픔과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어떻게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알고 싶었다. 영화 속 산드라와 클레망은 비록 불안정한 관계이지만 함께하며 기쁨을 만끽한다. 그러나 산드라는 아버지 게오르그와 함께 있을 때 고통을 느낀다. 이런 상이한 감정이 혼재한 상태를 영화로 보여 주고 싶었다. 오랜 시간 투병 중인 가족을 보살피는 일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병세가 악화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발견하기 마련이고, 언제까지고 곁에 있길 바라면서도 부지불식간 지치는 순간이 찾아온다. 완전한 슬픔도, 온전한 기쁨도 느낄 수 없는 나날이 지속된다고 할까. 그래서 영화는 아직 살아 있는 누군가를 애도해야 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게오르그는 더 이상 산드라가 알던 아버지가 아니지만, 그의 실존은 여전히 산드라의 곁에 함께하고 있다. ‘사라짐’과 ‘존재’, 이 두 가지 모순된 상태의 공존을 관객들이 경험해 보길 바랐다. 결국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산드라에게 찾아온다. 혹자가 보기엔 산드라가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이는 분명 필요한 순간이다. 영화 속 산드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뭔가를 포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느끼는 죄책감, 이런 묘한 감정도 얘기하고 싶었다.
퇴행성 질환을 앓는 아버지 게오르그의 간병과 여덟 살 난 딸을 홀로 키우며 점점 지쳐가던 산다라의 삶 속 나타난 클레망은 기쁨을 선사한다.
산드라는 새롭게 찾아온 행복을 받아들이지만, 게오르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것에 대한 흥미조차 잃는다. 예를 들어 산드라가 들려주는 슈베르트 소나타와 같은. 게오르그가 슈베르트 음악을 더 이상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은 질병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서도 좋아하던 음악만큼은 기쁨을 줄 거라 믿는다. 그러나 게오르그에게 음악은 더는 돌아갈 수 없는 이전의 삶을 떠오르게 하기에 오히려 그를 아프게 한다. 그리고 이 음악은 요양원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산드라의 가슴에 스민다. 산드라는 음악을 되뇌며 그 안에서 아버지를 찾으려 애쓴다. 아마 산드라는 슈베르트 음악을 통해 아버지와 여전히 의사소통하는 듯 느꼈을 거다. 아버지의 책을 통해서 그랬듯. 이는 다소 신비한 감정인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위로를 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산드라와 게오르그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여전히 사랑을 갈구한다. 게오르그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지만, 끊임없이 여자친구 레일라를 그리워하며 다시는 그녀를 못 볼까 두려워한다. 모든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이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인지하는 셈이다. 산드라에게도 사랑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자기 딸과 아버지뿐 아니라, 클레망에 대한 사랑은 그의 삶 속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산드라와 게오르그의 삶의 방향은 분명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삶의 중심에 사랑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서로간 의사소통이 안 될 때에도 연결된다. 물론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기도 하지만. 둘 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서 사랑은 인물들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25년 전 헤어진 게오르그와 자기 딸인 산드라에게 마음을 많이 쓰는 산드라의 엄마만 봐도 알 수 있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 스틸컷
(위) 산드라 역을 맡은 배우 레아 세이두는 수수한 모습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아래) 레아 세이두와 좋은 케미를 이룬 클레망 역의 배우 메빌 푸포.
<어느 멋진 아침> 속 모든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지만, 산드라 역을 맡은 레아 세이두의 연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산드라 역은 애초에 레아 세이두를 염두에 두고 썼다.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배우인데, 이번 작품 덕에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망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멋진 아침> 속 레아 세이두는 그동안 여러 영화를 통해 비춰진 매혹적인 모습 대신 수수한 외모로 등장한다. 머리만 봐도 숏컷에 어떠한 헤어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았다. 엄마로서의 모습, 일하는 모습 등을 날 것 그대로 영화에 담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배우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나니 깊은 내면, 혹은 그 이상의 것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사진제공

영화사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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