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찬의 빛깔
빛에도 색깔이 있다.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재찬의 빛깔은 눈을 감고 보는 빛처럼 밝고 어둡고 또 묘연하다.
BY 에디터 장은지 | 2023.09.22
하이넥 슬리브리스 톱 에곤랩 by 아데쿠베, 톱 페라가모, 이어 커프 디이엠 라이브러리,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번쩍이는 섬광을 보고 나면 눈을 감더라도 얼마간 빛은 사위지 않는다. 그 빛은 밝음일까 어둠일까, 그것은 내가 진짜 보고 있는 게 맞을까, 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저절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달무리 같은 어스름에 꼼짝없이 사로잡혀야만 한다는 거다.
재찬은 말간 도자기같은 얼굴로 사실은 투박한 것이 좋다고 고백했다. 몸짓은 단정하고 말에는 끝맺음이 분명했지만 눈 안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울거렸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저 혼자 태풍 속에 있는 것처럼 잠잠하고, 주변이 고요할 때는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연약한가 하면 금세 오뚝 서서 걸었고, 백자같이 또렷한 기색에서는 일순 데카당스가 먹처럼 배어 나오기도 했다. 어느 한쪽의 이념에도 속하지 않는 재찬은 해득되지 않은 채 그만의 빛깔로 그저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재찬이란 모호한 기호는 <시멘틱 에러>의 상우를 지나, DKZ라는 둥지로부터 반쯤 떠 세상이란 우주를 향해 신호를 보낸다. ‘안녕(Hello)’이라고.

셔츠 트립르센스, 네크리스 모두 디이엠 라이브러리.
솔로 가수 재찬은 처음이다. 에는 어떤 의지가 담겨 있나.
첫 번째 솔로앨범이 나오면 어떤 제목을 붙일까 생각했다. ‘JCSTUDIO’와 ‘JCFATORY’ 중에 고민을 했는데 원래 투박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좀 더 질박한 느낌을 가진 ‘JCFATORY’를 선택하게 됐다. 공장이 뭔가를 만드는 곳이지 않나. 앨범도 내가 작업해 내놓은 결과물이니까, 꾸밈없이 그냥 ‘팩토리’라고 이름을 붙이게 나랑 더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타이틀곡 ‘Hello’를 비롯한 모든 수록곡의 프로듀싱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이번 앨범에는 톱 라인과 가사에만 참여했다. 먼저 ‘Hello’는 제목처럼 온전히 나란 사람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든 곡이다. DKZ로 활동할 때와는 다른 나라는 주체, ‘이런 게 나의 모습이고 타입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또 이런 바이브가 마음에 들면 함께 ‘즐기자’ ‘놀자’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술 장식 셔츠 토가 비릴리스 by 프랭크모텔, 팬츠 페라가모,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 모두 디이엠 라이브러리.
타이틀곡 외에 특별히 애정이 가는 곡이 있을까.
‘Oh Girl’은 내가 21살 때 이미 어느 정도 작업을 해놨던 곡이다. 연애를 할 때 더 좋아하는 쪽이 을이 되지 않나. ‘너를 위해 기꺼이 을이 될게’라는 내용이다. ‘시간’도 마음이 간다. 작업실에서 새벽 감성에 빠져 쓴 곡이다.(웃음)
새벽에 갑자기 어떤 마음이 들어서 곡을 썼나.
새벽에 작업실에서 슬픈 노래를 듣다가 댓글을 보게 됐다. 나에 대한 댓글 말고 그냥 사회, 문화, 경제, 연예면을 불문하고 어떤 기사나 SNS 게시글에 달린 사람들의 사적인 코멘트 말이다.거기엔 굉장히 다양한 슬픔이 있었고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많은 슬픔의 이유가 너무 빨리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미련 때문이란 생각이 들더라.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밉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내용을 곡에 담았다.
꽤 심오한 주제다. 작업 방식도 궁금한데 작업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사실 시‘ 간’은 내가 말하려는 주제가 명확해 30분 만에 완성했다. 그런데 ‘Hello’는 데모곡이 나오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다. ‘Hello’는 트랙을 받자마자 이걸 타이틀곡으로 해야겠다고 정한 상태에서 톱 라인과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대중과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블렌딩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길어졌던 것 같다.

포인트 칼라 블레이저 산쿠안즈 by 아데쿠베, 데님 팬츠 디올, 슈즈 손신발, 네크리스 디이엠 라이브러리, 레더 베스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Hello’에 담긴 재찬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였나.
‘방해하지 마. 나는 나일 때 나다운 거잖아’라는 가사가 있다. 내가 가진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의 나보다 멋있게 꾸미려 노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애써 낮추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물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있고 살이 조금 찌거나 빠진 때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전부 나일 뿐이고 어떤 나라도 소중하게 여기자고 생각 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정의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나일 수 있다면 불행은 전혀 없을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러나저러나 괜찮으면 내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작 발전이 없다.(웃음) 그렇게 한없이 자신에게 관대하면 안주하게 되고 미래의 나를 불행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자기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될 때,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객관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것 같다.
평소 생각이 정말 깊은 것 같다. 자전적인 이야기로도 곡을 많이 쓰나?
물론 내 안에 있는 것들이 재료가 되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까지 전부 아는 체하며 쓸수는 없다. 스스로 여전히 세상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나 미디어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편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어떤 작품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쪽이 더 흥미롭다. 작품에 달린 댓글을 유심히 살피면서 ‘이런 시선도 있을 수 있구나’ ‘이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하면서 입체적인 관점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레오퍼드 셔츠 프롬아를, 볼로 타이, 브레이슬릿 모두 디이엠 라이브러리, 실크 블루종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찬은 아이돌이자 훌륭한 뮤지션이지만 배우로도 매력이 넘친다. 아직도 재찬을 <시멘틱 에러>의 ‘상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멘틱 에러>는 정말 나에게 고마운 작품이다. 한때는 ‘BL 장르가 망설여지지 않았냐’ ‘어떻게 그런 리스크를 안고 작품을 선택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실은 그 작품이 나를 선택해줘서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당시 함께 출연한 배우 사이에서도 ‘이게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자’란 분위기가 있었다. 다들 의지하며 친구처럼 촬영했고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상우는 극‘J’형 인간인데 재찬의 MBTI는 ‘P’로 끝난다. 상우와 재찬의 비슷한 구석, 또는 재찬이 상우에게서 닮고 싶은 모습이 있었을까.
무뚝뚝함에서 나오는 약간의 귀여움(?)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완벽한 계획형인 상우에게서 닮고 싶은 점은 거의 찾지 못한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즉흥에서 오는 잠재력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거든. P로서 매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웃음)

스카프 타이 셔츠 준태킴 by 아데쿠베, 그레이 스트라이프 팬츠 프롬아를, 로퍼 손신발,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DKZ 멤버들과 신곡 ‘Hello’ 뮤직비디오를 리뷰하는 영상에서 언젠가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봤다. 오늘 화보 콘셉트는 1980년대 글램록 아티스트의 탐미적이고 퇴폐적인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나쁜 남자 느낌의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늘 생각하는 거지만 말 그대로 ‘나쁜 남자’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다.(웃음)
실제 나쁜는 아니라도 연기를 통해 나쁜 캐릭터로 살아볼 수는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임시완 선배님 같은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 착하고 반듯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마음속 어느 한구석이 일그러져 있는, 그런 인물에 호기심과 매력을 느낀다.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일면에는 그런 복잡함이 있지 않을까. 재찬도 실제 만나보니 밝은가 싶으면 쓸쓸한 구석도 있고 부드러움과 단단함 같은 양면성을 지닌 것 같다. 앞으로 배우로서 재찬의 활동이 더 궁금해졌다.
새로운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인 <놀아주는 여자>다. 이제 촬영이 거의 막바지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다. <놀아주는 여자> 외에도 미니 시리즈에 참여하게 되어 열심히 준비 중이다. 배우로는 그렇고, 그전에 이번 솔로 앨범을 통해 가수 재찬의 색깔을 더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사실 가장 크다. 솔로 가수로 처음 무대에 서는 거다 보니 부담도 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무대를 멋지게 꾸며볼 테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재킷, 셔츠, 팬츠, 부츠 모두 페라가모, 네크리스 디이엠 라이브러리, 브로치,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지막으로 재찬이 쓴 가사로, 가장 재찬다운 언어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어쩜’이란 곡에 썼던 ‘I want give my whole life it’s for you’. 당신을 위해 내 평생을 바치고 싶다는 말.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생명력을 얻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보다 달리 의미 있는 문장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이건 정말 내 진심이다.
포토그래퍼
류경윤
메이크업
아영
헤어
기범
스타일리스트
김성덕
어시스턴트
기찬민
로케이션
레스케이프 호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