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을 젖게 만든 그 섹스 신
매일 밤 당신을 젖게 하는 그녀도 젖어들 때가 있다. 그녀들이 추천하는 에로틱한 신들.
BY 에디터 송종민 | 2023.09.29
소설 <채널리 부인의 사랑>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너무 어려서 소설 속 성애 장면이 어떤 동작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엉덩이를 미는 힘찬 움직임이나 장대한 박동, 무릎의 떨림… 뭐 그런 묘사들 말이다. 하지만 어렴풋이,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았다. 엄마가 이걸 왜 못 읽게 하는지(세계문학전집에 있는 책이었는데도!). 그 뒤로 이보다 훨씬 더 꼴릿한 19금 콘텐츠를 접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이불 뒤집어쓰고 엄마 몰래 독서를 하면서 느낀 ‘죄짓는 듯한 묘한 기분’만큼 강렬했던 순간은 없었다.

소설 <롤리타>, <연인>
마그리트 뒤하스의 <연인>은 여성의 입장에서 실제 자신의 소녀 시절의 경험을 매우 야한 문장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의 영향으로 쓰게 된 야설 <아이들의 시간>은 내가 만드는 독립 매거진인 <젖은잡지> 1호에 실렸고, 현재 웹소설 플랫폼인 북팔에서도 연재 중이다. <롤리타>의 당돌한 소녀의 모습도 좋아한다. 한국에서 많이 비교되는 <은교>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 화자에게 대상화되지만, 능동적인 소녀라는 점이 매력이다. 함버트 교수가 정원에서 엎드려 있는 롤리타를 보고 반하게 되는 장면을 좋아한다.

뮤직비디오 가인-피어나
솔로 2집 타이틀 곡 ‘피어나’ 뮤직비디오에서 가인은 소녀 같은 옷을 입고, 순진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음탕하다. 진득한 유혹의 눈빛으로 육감적인 몸매를 흔들며, 쉬는 동안 다이어트에 성공했음을 어필하는 여느 섹시 가수들과는 애초에 격이 다르다. 하긴, 어느 여가수가 뮤직비디오에서 마스터베이션 신을 연출하거나, 터지는 분수를 뒤로하고 봉춤을 추겠는가? 온라인에서는 이 뮤비가 처음 해본 여자의 절정을 그렸다는 해석이 많다. 애초에 그런 걸 표현하려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이렇게 잘 해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영화 <색.계>
일단 ‘양조위 부랄 요동신’이 무척 강렬했고, 탕웨이의 진화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특히 갑자기 양조위가 여자 옷을 위협적으로 찢거나 자기 벨트를 야성적으로 푸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친한 대학 선배 오빠와 함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영화 속 그 동작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 와중에 뭔가 ‘성적 긴장감’이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지나간 추억이다.

영화 <달빛 속삭임>
<달빛 속삭임>은 순정만화 같은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하고 아련한 화면에 하드코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이 SM에 빗대어 표현된다. 포스터의 사진은 도서관에서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듯한 소년 소녀의 사진이지만, 그 아래 카피는 ‘나, 너의 개가 되고 싶어’다. 영화의 마지막장면에서 다리를 다친 소년에게 소녀가 굳이 위층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와달라고 시킨다. 목발을 짚고 힘겹게 다녀온 소년에게 소녀는 “그거 말고”라고 차갑게 말하고, 다시 계단을 올라 자판기에서 새로운 음료수를 뽑아온 소년에게 끝내 “먹기 싫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연인이자 주종관계인 두 사람의 사랑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른 남자와의 섹스를 몰래 훔쳐보게 시키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소녀가 시키는 대로 하며 행복해하는 장면도 좋아한다.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드라마를 보다가 치킨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군침이 돌아보긴 처음이었다. 이 장면에서 도드라지는 건 남자의 힘이다. 차승원은 위태로워 보이는 이지아를 사나울 정도로 거칠게 몰아붙였다가, 부드럽게 키스하며 강약 조절을 한다. 그 공격 패턴은 대략 ‘강약약 강강강약강중약’. 그런 식으로 벽, 책상, 침대를 휘젓고 다니며격정적으로 섹스를 나눈다. 현실 속에서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여자를 맘껏 리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남자가 몇이나 될까? 오며 가며 만나게 된다면, 그 장면 속 이지아처럼 나도 모르게 온몸을 내던져버리게 될 거다.

고전소설 <춘향뎐>
몽룡의 사랑 고백은 시작부터 강렬하다.“이궁 저궁 다 버리고 너의 두 다리 사이 수룡궁에 내 힘줄 방망이로 길을 내자꾸나.” 핵직구가 따로 없다.“이애 춘향아, 이리와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워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니 어서 와 업히거라. 좋으냐? 좋아요. 나도 좋다. 어화 둥둥 내 사랑. 이제 이애 그만 내리려므나. 백사만사가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가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춘향아. 우리 말놀음이나 좀 하여보자. 에고 참 우스워라 말놀음이 무엇이요? 천하 쉽지야, 너와 나와 벗은 김에 너는 온 바닥을 기어 다녀라. 나는 네 궁둥이에 딱 붙어서 네 허리를 잔뜩 끼고 볼기짝 퇴금질로 물러서며 뛰어라. 타고 놀자 타고 놀자.” 문체가 할아버지 성희롱하는 것 같다면 조승우 버전 몽룡이를 생각하며 다시 읽어보자. 참고로 <외설춘향전>이란 작품이 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그 외설이 아니니 착각 금지.

영화 <테레즈 라캥>
남편 몰래 남편 친구 로랑과 벌이는 정사신. 1층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들킬까 숨죽여가며 벌이는 조심스럽고도 격렬한 섹스 장면이 압권이다. 또 로랑과 방에 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들이닥쳐 치마 속에 그를 숨기는 장면도 좋다. 눈치 없는 로랑이 치마 속에서 혀를 날름거리는데 역시 눈치 없는 시어머니가 어디 아프냐며 목을 주물러 주기 시작한다. 양쪽에서 정신없는 자극이 들어오는 가운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앙다문 엘리자베스 올슨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같이 힘을 주게 됐다. 소설을 볼 때도 심상치 않았는데 영화로 봐도 여전히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미드 <페니 드레드풀>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유명 소설의 등장인물(도리안 그레이,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드라큘라의 미나 등)들이 각종 초자연적 생물들을 물리치며 미스터리를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에바 그린, 조쉬 하트넷, 빌리 파이퍼, 로리 키니어 등 출연진의 이름만 들어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시리즈 2화에서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고용한 창녀가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하자, 권태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도리안 그레이가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폐결핵에 걸려 죽어가는 그녀와 섹스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며 “죽어가는 걸 박아보는 건 처음인데”라는 대사로 퇴폐미의 절정을 찍는다. 무엇 하나 새로울 게 없는 불멸의 존재가 흥미를 보이는 순간의 동물적인 움직임. 어떠한 자극적인 설정보다도 부도덕하고 병적이며 동시에 탐미적이다. 신 전체에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곡과 사랑의 죽음’이 흘러나오는 것도 데카당스한 감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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