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연애는 더이상 행복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비연애를 선택한 이들이 말하는 연애하지 않을 때의 행복은 무엇일까?
BY 에디터 양혜연 | 2023.10.11
연애는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다. 연애를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개인의 행복을 위한 전제 조건을 논할 때 ‘연애’는 빠지지 않았다. 그뿐인가. 모든 가요의 가사는 사랑에 행복해하고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내용으로 점철됐고, 드라마는 죄다 청춘남녀가 만나 역경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었다는 내용뿐이었다. 마치 모든 사람의 삶의 중심에 사랑과 연애가 존재해야 하는 것마냥.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순수한 첫사랑을 노래할 것 같은 솜털 보송한 아이돌은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 무슨 말이 더 필요해”라며 커리어에 대한 패기를 내비치고, 연애 이야기는 싹 뺀 외모콤플렉스를 지닌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가 단숨에 OTT 통합 랭킹 1위를 차지한다. 이는 개인의 삶에서 연애가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졌다는 반증이다. <싱글즈> 설문조사 결과 20~30대의 10명 중 7~8명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 그중 40%는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 답했다. 그 외에도 커리어 개발, 금전적인 여유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즉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비연애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연애자들을 향한 편견의 시선은 아직 존재했다. 연애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받는 편견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바로 ‘연애를 ‘안’ 하는 게 아닌 ‘못’ 하는 것이다’였다. 그 외에도 성격이 괴팍하거나 눈이 높을 것 같다 등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를 당사자의 문제점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시간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비연애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시간 확보’를 연애를 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꼽았을 정도로 연애와 시간은 깊은 상관관계를 지녔다. 응답자의 약 35%는 연애를 하던 당시 주 2~3회, 1회당 평균 3~5시간을 데이트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를 평균 낸다면 주 10~11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24%는 연애를 하지 않음으로써 주 2~3일을 확보했다고 답했고 4~5일을 확보했다고 답한 비율도 무려 20%에 달했다. 어째서 과거 데이트 시 실제 소모했던 시간과 비연애를 통해 절약된 체감 시간이 몇십 배나 차이 나는 것일까?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은 지 3년 차에 접어든 A는 이렇게 말했다. “연애 시 소모되는 시간을 데이트 시간만 따진다는 건 일차원적인 발상이다.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출 전 화장하는 시간, 데이트용 옷을 구매하기 위해 쇼핑하는 시간 등 자잘한 시간 또한 연애 때문에 소모되는 시간이다.” 여기에 일상 속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간, 다툼 뒤 감정 소모로 버리는 시간 등도 연애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비연애로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은 상당하다.
연애 끊고 두둑해진 통장 ‘욜로’와 ‘플렉스’는 옛말이다. 고물가, 가파른 금리 인상을 겪으며 특정 기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 서로 지출 줄이기를 독려하는 오픈 채팅방 ‘거지방’이 주목받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 짠테크 관련 인식조사’에서 다른 연령대보다 20대와 30대 사이에서 ‘돈은 최대한 안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시간과 더불어 비연애를 통해 가장 많이 절약할 수 있는 건 바로 돈이다. <싱글즈> 설문조사 응답자의 44%는 과거 데이트 시 1회당 5만~10만원을 지출했다고 답했다. 주 2회 데이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 평균 60만원. 데이트 비용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더 큰 문제는 데이트 외에도 연애를 위한 지출처는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때 되면 기념일을 챙기려 선물 사랴, 휴가철이 되면 함께 여행을 떠나랴 밑 빠진 독처럼 돈이 펑펑 새나간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는 월급의 20~40%를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연애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 달 수입을 300만원이라 가정하면 월평균 90만원, 1년이면 1080만원이다. 비연애 2년이면 차 한 대는 거뜬히 뽑을 수 있다는 소리다.
비연애로 현실화시킨 내 집 마련의 꿈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연애를 하지 않고 절약한 시간과 돈은 모두 어디에 사용하는 걸까? 응답자의 62%가 비연애로 확보한 시간을 문화생활 및 취미활동에 사용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42%가 절약한 돈을 저축 및 재테크에 투자한다고 답했다. 그 외 자기계발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이렇게 비연애로 확보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 얻은 결과물엔 자격증, 커리어적 성과 등이 있었으며 심지어 자신 명의의 오피스텔을 구입했다는 이도 존재했다. 물론 이는 칼로 무 자르듯 연애를 하지 않아 확보한 돈만으로 구입한 건 아니겠지만, 불필요한 지출과 삶의 변수를 줄여주는 비연애는 체계적인 자산 관리를 위해 효과적인 방법임을 증명한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돈과 시간 외에도 비연애를 통해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답했는데 그중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아 얻을 수 있는 정신적 평온함’을 주로 언급했다.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고, 취향을 마음껏 누리며, 무엇보다 자신의 정서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2030에게 연애는 더 이상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연애를 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젠 연애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보내는 동정의 시선은 부디 거두길.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한껏 삶을 누리고 있다.

일러스트

조성흠

라이프스타일
비연애
연애
내 집 마련
자기계발
자존감
자유로운 삶
0
SINGLES OFFICIAL YOUTUBESINGLES OFFICIAL YOUTUBE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