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돕는 ASMR
다양한 소리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ASMR이 침대 위의 은밀한 곳까지 손을 뻗쳤다. 반드시 가까이에서 들을 것.
BY 에디터 임지희 | 2023.10.25
1 ASMR 입문하기 ppomo&miniyu
마침 조용한 밤이다. 일과가 끝나고 혼자 어두운 방에 누웠다. 낮의 소음은 일몰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지금이 ASMR(이하 ‘에스머’)를 시작하기 좋은 때다. 아직 에스머가 뭔지 모르거나 알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해도 괜찮다. 지금부터 간단하게 설명할 거니까. ASMR는 자율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로 ‘에스머’라 부른다. 거창해 보이지만 보통은 들었을 때 심리적 위안을 얻는 생활 소음이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상황극을 담은 콘텐츠를 말한다. 최근에는 빗소리나 파도소리, 아련하게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 등 백색 소음을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앱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것도 에스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다만 지금부터 소개하는 에스머는 잠이 잘 오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흐뭇’이 아니라 ‘므흣’에 가깝달까. 에스머를 즐기기 전에 먼저 취향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에스머 제작자들 중 가장 오랫동안 활동해왔으며 가장 잘 알려진 두 명 PPOMO와 MINIYU로 시작하자. 모든 에스머 계정은 유튜브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들은 먹는 소리, 속삭임, 손가락으로 물건을 두드리는 소리, 귀 청소, 귀 마사지, 상황극 등을 실감나는 사운드로 구현한다. 두 유튜버 모두 여성이라 남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에스머 사운드를 듣다 보면 어떤 소리가 거슬리는지, 어떤 게 기분이 노곤노곤해지는지, 그리고 어떤 사운드에 소름이 돋는지 취향을 알 수 있다. 그러다 솜털 달린 귀이개로 귀 청소하는 소리에 까무룩 잠들어도 뭐 어떠랴.
2 황홀한 손놀림 massageASMR
MassageASMR는 저 멀리 독일 남성이 운영하는 마사지 에스머 계정이다. 상냥하게 혹은 에로틱하게 집중 마사지를 원하는 부위를 묻고 마사지 강도가 적당한지, 이쪽을 만져도 괜찮은지, 기분은 좋은지 속삭이며 물어보진 않지만 손과 피부의 기분 좋은 마찰음이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촉촉한 오일 마사지, 부드럽게 맨몸을 쓰다듬는 건식 마사지 등.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면 내 몸을 터치하고 있는 듯 가깝게 들려오고, 말소리 대신 내 뒤에서 느껴지는 숨소리와 마사지 침대의 얕은 삐걱임 소리가 듣는 사람을 자극한다. 피부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당신의 취향이라면 본래 릴랙싱 용도였던 이 에스머는 당신의 말초신경까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해진다. 많은 에스머 계정들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어 영상도 함께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MassageASMR는 시각적 자극을 배제하고 오직 소리로만 들어보길 추천한다. 때로 눈을 가리거나 손을 묶어 감각을 일부러 차단한 채 즐기는 섹스가 더 큰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하지 않던가.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com/massageasmr)에서도 동일한 계정을 찾을 수 있으니 도전해보길.
3 귓바퀴 남친 월드컵 babzi ASMR&ricky odriosola ASMR
‘멍뭉미’ 넘치는 따스하고 다정한 남자, 조금 느끼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섹시한 남자가 있다. 어느 쪽이 더 취향인가? 딱 잘라 결정하기 힘들다면 고민하지 말고 Babzi ASMR와 Ricky Odriosola ASMR를 모두 찾아 조회수 많은 순서대로 한번 들어보자. 밤은 에스머를 즐기기에 충분히 길고, 헤드폰은 현실을 충분히 차단해줄 테니. 조곤조곤한 말투로 ‘귀청소 B코스’ 역할극을 하는 남자, Babzi는 길에서 흔히 볼… 아니, 그렇게 흔하지 않은 ‘훈남’에 약간의 수줍음을 겸비한 유튜버다. 귀여운 남자가 정성을 다해 귀를 파준다는 설정이 조금 어색할 수 있다. ‘오글거린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조금만 인내심을 발휘해보자. 귓가에 숨결이 닿을 듯 속삭이는 그의 말투는 다정하고, 조심조심 귀이개를 움직이며 팅글(Tingle, 기분 좋은 소름)을 적절하게 이끌어낸다. 비록 내 애인은 아니지만 간질간질 기분 좋은 사운드를 들으며 각자의 판타지에만 품고 있던 상대방, 파트너를 떠올려보자. 상상 속의 그가 다정하고 속 깊은 성격이라면 금세 쾌락의 문 앞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수줍수줍, 은근은근한 자극보다 직접적인 트리거를 원한다면 단연 섹시한 영국 남자 FredVoice ASMR를 들어야 한다. 다양한 취향에 대응이 가능한 영상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섹시한 무드를 연출할 때 들어야 할 영상은 딱 하나다. 바로 키스하는 에스머(youtu.be/6KBGQ-1kV8c). 천천히 다가가 시선을 교환하고, 가만히 얼굴을 쓰다듬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의 얼굴이 바로 내 앞에 있는 듯 숨결이 귓가에 닿고, 긴 키스를 시작한다. 연인 사이의 전희로 들리는 이 에스머는 Babzi의 수줍고 상냥한 콘셉트와 달리 꽤 빠른 속도로 쾌감의 영역까지 밀고 들어온다. 언제 들으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듣겠다고 마음먹는 바로 그때가 감상해야 할 때다. 단, ‘섹시한 영국 남친’의 외모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소리만 듣자.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으니까.
4 의외의 조교 효과 fairy char ASMR
조교 효과, 흔들다리 위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상대가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다리의 흔들림에 심장이 뛰는데, 그게 다리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라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마찬가지로 ‘위이이이이잉’거리는 치과의 드릴 소리도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치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고통의 공간이다. Fairy Char ASMR는 진짜 의사로 추정되는 여성 유튜버의 치과 진료 상황극으로 유명해졌다. 치과 드릴 소리만 들어도 안 아프던 이가 아파오는 사람들도 ‘도대체 치과 롤플레이로 어떤 자극을 얻어?’ 하며 궁금해서 보게 될 것이다. 어떤 자극이냐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조교 효과를 떠올려보자. 드릴 소리에서 시작한 심장의 두근거림은 두려움을 극복한 다음 호기심이 오게 만드는데, 이게 두방망이질치는 심장을 달랠 순 없게 만든다. 그리고 한껏 올라간 심박수는 쉽게 흥분하려 할 것이다. 흔들다리나 치과 의자가 아니더라도 익숙하고 안정된 상태를 벗어나는 걸로도 우리의 쾌감은 올라간다. 내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도 이 에스머로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아마 짜릿한 시간이 양쪽 귀로 펼쳐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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