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키>로 돌아온 남지현, 최현욱 그리고 정다빈
드라마 <하이쿠키>에는 쿠키와 같은 달콤함도, 동화처럼 아름다운 환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남지현, 최현욱 그리고 정다빈은 인간의 기묘한 욕망을 처절하게 써내린다.
BY 에디터 양혜연 | 2023.10.24
지현 네이비 슬리브리스 드레스 페이우. 다빈 빅 칼라 재킷, 스커트 모두 아치 더,레드 셔츠 유돈초이, 부츠 기호. 현욱 셔츠, 재킷, 팬츠, 코트, 타이,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삶에 색이 있다면 때때로 장밋빛처럼 보이는 핏빛일 거라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선의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 건. 대부분이 좇지만 누구도 온전한 형태로 소유할 수 없는 이 마음은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는 동화로부터 잉태한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됐을지 모른다. 타자에게 교도된 선의는 과연 그 자체로 존재한다 말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표면 위로 먼지 같은 이기심이 내려앉고, 오래된 편지처럼 빛이 바래 우리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이 된 마음 또한 선의라 칭할 수 있을까.
한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하이쿠키>는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속 이분법적인 구분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심연을 시추한다. 선과 악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경계를 배회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욕망의 민낯, 그리고 무절제한 쾌락이 불러온 파멸의 순간을 씨실과 날실 삼아 직조한 이 잔혹 동화는 속삭인다. 쿠키처럼 달콤한 환상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신기루라고.

테일 디테일 튜브 톱 드레스 막스마라, 이어링 스와로브스키.
드라마 <하이쿠키> 공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나?
지현 우리도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했다. 후시녹음할 때 편집본의 일부분만 보았을 뿐이라 무척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시청자와 같은 마음이겠다.(웃음)
현욱 맞다. 과연 어떻게 완성됐을지 궁금하다. 지현 비밀과 반전이 많은 스토리라 아직 밝힐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얼마 전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는데, 대본과 비교해 10%의 내용도 담기지 않았더라.
작품 제목만 보았을 땐 달달한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일거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정반대의 작품이다.
다빈 나 역시 제목만 보고 말랑한 로맨스 드라마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 놀랐다. 그런데 볼수록 색다르고 흥미롭더라.
지현 직전 작품의 역할이 무게감이 있던 터라 차기작은 밝고 경쾌한 캐릭터를 맡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하이쿠키>의 시나리오를 만나고 다짐이 무너졌다.(웃음) 그만큼 흡인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현욱 처음 4회분의 대본을 받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 날 단숨에 모두 읽어버렸을 정도다.

다빈 셔츠형 재킷, 스커트 모두 부리,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욱 톱, 베스트,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슈즈로에베, 링 옌드.
세 배우 모두 기존에 분했던 캐릭터와는 굉장히 상반된 역할을 맡았다.
지현 그동안 긍정적이고 도덕적인 캐릭터, 혹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역을 맡았다. 그런데 이번에 맡은 ‘수영’은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사는 캐릭터지만 전형적인 느낌이 아니다. 뭐랄까… 현실에 발 붙이고 있다기보단 붕 떠 있는 느낌이다. 도넛처럼 중심이 텅 빈 느낌이랄까? 올바른 길보단 자신의 욕망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르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어리석다. 개인적으로는 그 점이 오히려 좋았다.
다빈 내가 맡은 ‘민영’은 정한고등학교에서 욕망을 이뤄주는 쿠키를 가장 먼저 접한 캐릭터다. 겉으로 보기엔 수동적인 인물처럼 보이나 그 쿠키를 본인이 먹는 것은 물론, 쿠키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현욱 나 역시 그 동안 출연한 하이틴물에서는 통통 튀고 자유로운 느낌의 역을 많이 했는데, ‘호수’는 말도 없고 늘 움츠려 있다. 순하고 착해서 남들에게 자주 이용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반의 모습이 호수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은 구체적 으로 말할 수 없지만 호수의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다. 이 반전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설명을 들어보니 캐릭터가 모두 입체적이다.
다빈 감독님과 처음 미팅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드라마에 완벽하게 착한 사람은 없어.” 선과 악 중 어떤 면이 더 많이 드러나느냐의 차이지, 우리 셋뿐만 아니라 작품 속 모든 캐릭터가 굉장히 다채로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덕분에 <하이쿠키>에서는 온갖 인간 군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얼마나 극단적인 모습까지 볼 수 있나?
지현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쿠키를 먹고 벌어지는 일을 다루다 보니 쾌락에 잠식된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재밌는 건 쾌락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지 않나. 어떤 등장 인물의 욕망은 ‘이게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욕망은 ‘고작 이 정도가 가장 큰 욕망이야?’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소하다. 그리고 그 욕망이 실현되는 과정 속에서 각자가 쓰고 살아가는 가면이 벗겨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한 번에 벗겨지는 게 아니라 산산이 부서진 가면의 조각이 하나씩 처절하게 뜯겨나가는 느낌이다.
현욱 거의 너덜너덜 해진다고 보면 된다. 욕망이 한 사람을 어디까지 내몰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초현실적인 설정과는 상반되게 인간의 양면성과 비밀스러운 심연을 파고든다. 모든 캐릭터가 지닌 비밀스러운 모습 중 가장 큰 반전은 무엇인가?
현욱 그걸 말하면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된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이야기의 키는 쿠키라는 것뿐이다.

지현 화이트 케이프 미니 드레스 보테가 베네타. 다빈 블랙 드레스 느와 케이 니노미야 by 독백, 이어링 브릴피스, 터틀넥 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렇다면 지금 유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쿠키에 대해 묻겠다.(웃음) 만약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쿠키가 실제로 내 눈앞에 있다면 먹을 것 같나?
현욱 절대 안 먹는다.
지현 다빈 마찬가지다.
어째서?
현욱 물론 원하던 걸 성취하고 나서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그보다 내게 더 중요한 건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지키는 것이다.
지현 쉽게 얻은 건 쉽게 잃어버리는 법이다. 과연 그 행복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다빈 나도 그래서 아니라고 답했는데! 노력없이 성취한 건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다.
극 중 자매답게 생각도 비슷하다.
지현 안 그래도 얼마 전 다빈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최근 이사를 하며 중고거래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 그동안 중고거래를 못했는데, 다빈이가 중고거래를 잘한다기에 조언을 얻었다. 이것저것 자신만의 팁을 알려주다가 나중에 이런 말을 하더라. “언니 신기하게 중고거래로 번 돈은 금방 사라져요.”
다빈 진짜 정신 차려보면 그 돈이 어디 갔지 싶다. 이렇게 손쉽게 얻은 건 눈 깜짝할 새 없어진다.

셔츠,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욕망을 이뤄주는 매개체가 왜 하필 쿠키일지도 생각해 봤나?
다빈 쿠키는 남녀노소 누구나 접하기 쉬운 소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쿠키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도 달콤함, 행복, 따뜻함 등 긍정적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 에서는 이와 상반되게 쿠키를 먹는 순간 욕망의 세계가 펼쳐지며, 먹은 당사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다. 작가님께서 이러한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지현 작품 속에서 포장을 벗겨낼 때 나는 사운드, 베어 물 때의 소리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탕이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쿠키만큼 강렬한 감각적 자극이 없었을 듯하다.
다빈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쿠키는 ‘길티플레저’이지 않나. 적당한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 되지만 과해지면 당사자를 파멸로 이끌 듯, 쿠키도 한입 먹으면 달콤함에 기분이 좋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 이와 같이 스스로에게 길티플레저는 무엇인가?
다빈 지금 바로 생각나는 건 야식!
지현 맞다. 가끔 밤에 자극적인 음식이 당길 때 참는 게 제일 힘들다.
가장 참기 힘든 메뉴는?
지현 이건 현욱이가 바로 답해 줄 수 있다.(웃음)
현욱 진짜 못 참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어느 정도로 좋아하냐면, 아침에 일어나 배고플 때 분명 다른 먹을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끼부터 자극적인 거 먹으면 안 되는데’라고 되뇌며 불닭볶음면을 집는다. 입으로는 계속 ‘어떡하지’라고 말하지만 손은 부지런히 끓인다. 하하.

지현 재킷, 니트, 스커트, 슈즈 모두 프라다.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욱 재킷, 팬츠, 슈즈 모두 프라다, 링 옌드.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실제 배우들의 ‘케미’는 무척 좋다. 아까 지현과 다빈은 셔터를 누르지 않을 때에도 둘이 손을 꼭 붙잡고 있더라. 이번 작품으로 둘이 처음 만나지 않았나?
지현 맞다. 다빈이와의 첫 만남은 대본 리딩이었다. 근데 보자마자 그냥 내 동생 같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처음 해석한 수영이의 모습보다 좀 더 동생바라기처럼 표현했다. 수영은 동생을 아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기적인 면을 지닌 언니다. 근데 다빈이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뜻대로 안 되더라.(웃음)
다빈 나는 그래서 오히려 도움이 됐다. 사실 가족 사이의 애증이 정말 어려운 감정이지 않나. 지현 언니가 나를 친동생처럼 아껴준 덕에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뿌리 치고 계속 밀어내는 민영이의 복합적인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었다.
둘이 함께 있으면 자매처럼 애틋하지만, 현욱까지 함께하면 어린 시절부터 한 동네서 커온 막역한 친구끼리 만난 느낌이다.
현욱 다 누나들 덕분이다. 워낙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니까 늘 현장에서 기분 좋게,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다빈 현욱이가 워낙 말을 재치 있게 해서 같이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다. 나중엔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지려고 해서 연기가 힘들었을 정도다.
지현 우리 셋뿐만 아니라 학생 역할을 맡은 다른 배우들도 포함된 단체 카톡방이 있다. ‘오늘 누가 현장에 오냐’ ‘온다더니 왜 안 왔냐’부터 해서 마치 대학교 동기 단체 메시지방처럼 매일 알람이 울린다. 사석에서도 자주 만난다. 모두 다 같이 모이는 건 드물지만 시간 맞는 사람끼리 모이는 건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꼴은 되니까. <하이쿠키>를 하며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사람이다.

드레스 리리, 이어링 엉썽.
사람을 그 어느 때보다 깊게 탐구하고, 알게 되고, 얻게 된 드라마네.
지현 맞다. 그동안의 커리어 중 아역 역할이나 단막극을 제외하고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하이쿠키>가 처음이다. 덕분에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 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현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을 함께해서 영광이에요 누나.
다빈 하하. 아까 촬영장에서 현욱이와 눈만 마주치면 웃음이 났다는 게 이래서다.
예비 시청자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
현욱 호수란 캐릭터는 물론 작품 자체가 숨 막히는 반전을 거듭한다. 내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쉬지 않고 읽었듯 예상치 못한 전개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다빈 찍는 동안 ‘만약 내가 저 쿠키를 먹는다면 내 눈앞에는 어떤 욕망이 펼쳐질까’ ‘나는 무엇을 욕망하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아마 시청자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다.
지현 그리고 각 회차별로 소제목이 하나씩 있다. 은유나 상징 없이 직설적인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인데, 그 편의 핵심이 담겼다. 왜 이 제목일까 생각하며 시청해도 재미있을 거다. 그리고 더불어 다 보고 난 후엔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교훈을 꼭 가져가야 한다.(웃음)
현욱 내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다빈 착하게 살자!(웃음)
사진
주용균
스타일리스트
고윤진(남지현), 이명선(최현욱), 김선영(정다빈)
메이크업
김윤정(남지현), 전달래(최현욱), 이준성(정다빈)
헤어
백승연(남지현), 엄정미(최현욱), 윤성호(정다빈)
어시스턴트
기찬민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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