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아프면 질병을 의심하라

의외로 많은 여성이 섹스 중 통증을 호소한다. ‘별것 아니겠지’ 했다가 큰 병이 되는 건 시간문제. 지속적이고 건강한 성생활을 원한다면 내 몸의 작은 신호도 소홀히 여기지 말자. 고통은 온전히 나의 몫이니까.
BY 에디터 유은지 | 2023.10.31
내게 성생활이 세련됐다는 말을 해주는 건 정해두고 찾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유일하다. 나의 성생활은 거의 검진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내가 산부인과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건 아파서가 아니라 아프지 않기 위해서다. ‘첫 경험=섹스+통증’이란 공식만 갖고 있던 어린 시절엔 ‘처음 하면 아프다며?’ ‘얼마나 아파?’ ‘하다가 울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가득했다. 애인도 없는 주제에. 섹스 중에 겪을 통증에 대한 걱정과는 별개로 바늘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쥐뿔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솟는 욕정을 오랜 시간 견뎌냈다. 그 결과 드디어 내게도 첫 경험의 순간이 왔다. 다행히 우려했던 통증은 없었다. 잔뜩 긴장한 탓이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너무 까마득해서 아팠는지 좋았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첫 경험의 소중한 추억 따위는 훗날의 더 황홀하고도 숱한 경험들로 잊힌다는 걸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섹스 통증에 관한 문제는 그로부터 한참 후에 일어났다. 섹‘ 스’와 통‘ 증’이 다시 한번 은밀하게 나만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눈이 쌓이던 어느 추운 밤. 그러니까 그날 밤은 분명히 이상했다. 우리는 와인 한 병을 긴 시간에 나누어 마시며 충분히 달아올라 있었다. 남자친구와는 그 뜨겁다는 100일을 훌쩍 넘긴 상황.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애가 닳을 만큼 열렬한(?) 사이였다. 이미 여러 밤의 경험 덕분인지 그는 나를 달아오르게 하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그의 모든 손길은 익숙한 패턴과 달리 매 순간 낯설게 느껴질 만큼 새로웠다. 문제는 그의 묵직한 페니스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발생했다. 기쁨이 아닌 고통의 탄성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윽!” 그는 혼자 신이 나서 나를 더욱 밀어붙였다. 눈치 없는 남자라는 걸 깨닫는 대신 배려를 택한 건 나의 잘못이었다. 그 후로 이상하리만큼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잠결에는 물론, 영화를 보다가도 화장실에 가야만 했다. 그때까지도 물을 많이 마셨겠거니, 겨울이라서 추워서 그렇겠거니 했다. 잔뇨감은 덤이었다. 아랫배에 묵직함을 느꼈을 때 비로소 증상을 검색했다. 어느 하나 분명한 건 없지만 확실한 건 산부인과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의사의 지시대로 며칠 동안 화장실에 가는 시간과 횟수, 소변량을 체크했다. 그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방광염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두 가지였다. 잦은 성관계와 세균. 일명 ‘밀월성 방광염’이었다. 좀더 달콤한 말을 붙여보자면 ‘허니문 방광염’이라고도 불린다고.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이 그가 미웠다. ‘같이 즐겼는데 왜 나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을 먹으니 증상은 금세 나아졌다. 하지만 그가 미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혼자만 뜨거운 그의 표정도 꼴 보기가 싫었다. 우리의 밤은 그렇게 점점 멀어졌다.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많은 여성이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는 걸 알았다. 내 경험은 약과였다는 것도.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섹스 중의 통증을 모른 척 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피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 섹스가 아프다면 반드시 살펴야 한다. 내 몸의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내 몸과 나의 성생활은 소중하니까. 세련된 섹스는 내 몸을 아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몸을 아껴주는 상대를 만나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1 “아랫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자주 갑니다” 방광염, 골반염, 질염 EPISODE 여느 날들처럼 볼이 발그레해지고 심장박동수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와 나는 천천히 그렇게 절정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찌릿’ 하고 아랫배가 아파왔다. 새로운 자극인가 싶은 찰나, 또다시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어느새 희열이고 뭐고 본격적으로 아랫배가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본의 아니게 스‘ 톱!’을 외치고는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DOCTOR SAYS 성관계로 인한 자궁 수축이나 방광 자극 현상으로 아랫배에 통증을 느끼거나 화장실에 자주 가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관계 직후에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므로 통증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관계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질염, 골반염, 방광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해 진찰을 받아야 한다. EDITOR SAYS 활발한 성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질염 방광염, 골반염은 당신에게 늘 찾아올 수 있다. 명심하자. 첫째도 위생, 둘째도 위생이라는 것을. #2 “삽입 중 질이 따끔하고 벌겋게 부어요” 질염 EPISODE 우리는 콘돔 없이 섹스를 즐겼다. 그러다 횟수가 잦아지니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하루는 모텔에서 제공한 싸구려 콘돔을 사용했다. 왠지 안심되었는지 집중이 더 잘되었기에 다음 날도 똑같이 즐겼다. 그런데, 삽입 중에 질이 따끔거렸다. 벌겋게 붓기까지 했다. 덜컥 겁이 나서 애인을 끌고 병원에 갔다. 원인은 콘돔 알레르기. 그 애는 내심 콘돔 없는 섹스를 상상하는 듯 했지만, 나는 콘돔 박사가 됐다. 너의 콘돔은 내가 직접 고른다. DOCTOR SAYS 질염이나 성관계로 인해 상처가 발생했을 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청결한 상태로 성관계를 가지며 통증과 증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질 분비물 과다, 냄새 등의 질염 증상을 동반한다면 반드시 산부인과에 방문해야 한다. 종종 콘돔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제품을 바꿔 사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EDITOR SAYS “나를 위해 감히 안 쓰겠다는 그에게 당당하게 알릴 것. 콘돔도 피팅룸이 있다는 사실. 내게 딱 맞는 콘돔을 찾으면 안 쓰곤 못 배길 거다.” #3 “섹스를 하면 두통이 심해져요” 긴장성 두통 EPISODE 맞은편 자리에 앉은 김 과장은 내 두통의 발원지다. 파우치 속에는 늘 두통약이 준비되어 있을 정도다. 그와의 밤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섹스 중에 두통이 찾아왔다. 당황스러웠다. ‘이토록 강렬한 체험을 하는데 두통이 끼어들 틈이 있다니.’ 두통은 그와 함께하는 밤마다 나를 찾았다. 약도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섹스를 피하는 지경까지 갔고,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섹스를 못 하겠다며 그에게 눈물로 고백했다. DOCTOR SAYS 두통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긴장’이다. 성관계 중에만 두통이 생긴다면 긴장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섹스에 대한 생각은 여성이 남성보다 복잡하므로 임신, 만족감, 관계 유지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긴장이 과해지면서 긴장성 두통이 생긴다. 증상이 심하다면 가정의학과나 신경정신과 상담 후 근육통 약 혹은 항불안제 등을 처방 받을 수 있다. EDITOR SAYS“부디 파트너만 기쁘다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생각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4 “옆구리에 심한 통증이 있어요” 자궁경부암, 골반염 EPISODE 배란일 무렵이면 질 분비물이 과다해지긴 했다. 그래도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조물주가 주신 몸의 호르몬 주기에 맞게 질 분비물의 양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옆구리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에 문제가 있는 건지 미련하게 혼자서 끙끙댔다. 참다 못해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무미건조하고 일상적인 어투로 “골반염이네요. 약 3일치 복용하세요”라고 말했다. DOCTOR SAYS 옆구리의 통증은 자궁경부염, 골반염을 의심할 수 있다. 대부분 자궁경부염은 자각증상이 없으나 성관계 중 혹은 직후 질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산부인과에 방문해 자궁경부의 상태를 관찰하고, 질 분비물에서 해로운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검사해야 한다. 감염이 원인인 경우에는 항생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한다. 재감염을 막기 위해 파트너와 함께 치료하는 것이 좋으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성관계는 하지 않도록 한다. 골반염도 성관계 시 세균에 감염된 경우다, 생리 전후마다 증상이 있다면 2주 이상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EDITOR SAYS“기쁨이 가득한 뜨거운 밤을 위해 잠시 쉬어갈 필요도 있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까.” #5 “삽입 중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어요” 자궁내막증 EPISODE 어릴 때부터 생리 주기가 불규칙했다. 건너뛰는 달도 많았기에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한 달 내내 생리를 해도 그러려니 넘어갔다. 괴로워하는 건 남자친구였다. 생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그런데 삽입 중에 통증이 느껴졌다. 조금만 살살 하자고 말했다. 두 번째 섹스도, 세 번째 섹스도 아팠다. DOCTOR SAYS 질 내부에 상처가 생겼거나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자궁내막증의 경우 생리통, 성교통, 배뇨통, 배변 시 골반 통증, 생리 과다, 불임증, 변비, 설사, 피로감, 복부 팽만, 복부 가스, 메슥거림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생리 기간에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골반 진찰, 골반 초음파, 복강경 검사를 해봐야 한다. 종종 과민대장증후군이나 골반염으로 오해 받기도 하므로 섹스 중에 통증을 느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EDITOR SAYS“깊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삽입 시 아픈 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작은 신호를 무시했다간 더 큰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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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칭

이수경

도움말

정지안(서울라헬의원 원장), 조애경(WE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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