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만에 이루어진 연애
원나잇의 배경과 시그널, 그리고 연애까지
BY 에디터 김정현 | 2023.11.06
Part 1
원나잇의 배경
at 소개팅
의외로 많은 소개팅의 결론이 원나잇으로 끝난다. 싱글이라는 조건과 상대의 기본적인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인 상대이기 때문이다. 다 큰 성인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필’이 통하면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법이니까. 카페에서 만나 밥 먹고 영화 보고 대화를 나누다 헤어지는 것보다 하룻밤 상대로 만나서 그간의 욕구를 분출하는 식이다. 소개팅에서 원나잇으로 이어지는 경우 결론은 모 아니면 도다. 어디 숨어 있다 이제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첫눈에 반해 뜨거운 관계가 되거나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역사로 가둬둔다. 어느 쪽이든 신분 확실한 안전한 상대라는 점이 원나잇을 밀어붙이는 절대적인 장점이다.
at 클럽
클럽은 원나잇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제일 자주 등장한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격렬한 음악과 조명, 기분 좋은 흥과 어느 정도 달아오른 술기운은 원나잇에 후해지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클럽의 절정 시간이 새벽 2~4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대개 새벽 5시 전 후로 파트너를 찾는다. 이때 원나잇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조건은 적극성과 분위기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근처 모텔이 되기도 하고 급하면 바람과 신선한 공기를 맞으며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용감하고 패기 있을 때 일시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at 헌팅
헌팅의 경우 연령에 따라 원나잇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양하다. 확률적으로 2차 이상을 함께할 때 원나잇의 확률도 높아진다. 손에서 어깨로, 그다음은 허리로 스킨십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숨소리도 가까워진다. 처음 본 사이지만 그날 하루 커플 놀이를 하다가 잠자리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헌팅으로 만나 원나잇까지 가는 경우 시시콜콜한 대화의 과정이 끼어들지만 관계가 지속될 확률은 제일 낮다.
Part 2
원나잇에서 연애까지
EPISODE 1 속궁합이 맞아서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는 감각의 노예다. 사랑과 본능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원나잇도 종종 즐긴다. 경험이 쌓이니 취향이 생기고 만족도도 높아졌다. 직장인들의 거리 종로에는 추억의 노래가 흘러나와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한때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겼다. 이 흐름에 편승해 도장 깨기를 하듯 여기저기 출근을 했고 여러 사람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원나잇의 가장 큰 원인은 본능이다. 본능을 지배하는 분위기와 욕망에 충실해 저지른 일은 강렬한 여운을 남겼고 그날 나는 생애 가장 황홀한 밤을 보냈다. 이렇게 꼭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이후 몸을 위한 만남으로 몇 번 더 관계를 가진 뒤 정식으로 커플이 되었다.
EPISODE 2 다음 날이 더 좋아서
다음 달 결혼을 앞둔 나의 예비 신랑은 거래처 동료의 친한 형이었다. 나이대가 비슷해 종종 술자리를 가지곤 했던 동료와 술을 먹기로 한 날 그가 업계 사람이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고 불러낸 그와 첫 술자리에서 우리는 처음 한 이불을 덮었다. 둘 다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에서 집 방향이 같아 함께 택시를 타고 오던 중 이런저런 스킨십을 하게 됐고 결국 그의 집 앞에서 함께 내렸다. 다음 날 그의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아차 싶었지만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커다란 봉투가 보였다. 봉투 안에는 일회용 속옷과 세면 도구, 숙취 해소제가 들어 있었다. 거실로 나오니 토스트와 카피가 차려져 있었고 “어제는 정말 즐거웠어요. 민망할 것 같아 나는 나가요. 천천히 준비하고 조심히 가요”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날 오후 나는 동료에게 그의 연락처를 물어 정식으로 데이트를 제안했다.
EPISODE 3 그냥 웃겨서
대외적으로 우리는 캠퍼스 커플이다. 3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 헌팅의 성지로 불리는 학교 주변의 펍에서 처음 만났다. 전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친구들과 종종 들르던 곳이었는데 그날 처음 지금의 남자친구와 원나잇이라는 걸 했다. 3:3으로 합석한 자리에서 그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의 입담에 자지러지게 웃다가 눈이 마주칠수록 묘한 설렘이 느껴졌고 그 만남이 끝나고 새벽 3시쯤 따로 만났다. 그때도 어색하거나 낯선 기류는 없고 그저 그의 유머가 웃길 뿐이었다. 웃다 만지다 웃다 뽀뽀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자연스럽게 모텔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헤어졌는데 그의 목소리와 말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원나잇 상대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마음이 편안했다. 마치 오래 알았던 사이인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한 달 만에 연인으로 발전했다.
EPISODE 4 알고 보니 안전해서
안전 민감증인 내 인생에 원나잇은 없을 줄 알았다. 이렇게 흉흉한 세상에서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잘 모르는 남자와 한 방에 들어가냐고 지인들을 훈계하던 나도 결국 본능 앞에서 무장 해제되었다. 지금까지 그와 건강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최소한의 검증이 내게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다. 헌팅으로 만난 그의 단정한 매너에 호감이 갔지만 아직 낯선 사람이라는 경계가 있을 때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그리고 깍듯하게 자기 소개를 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내면의 추리력을 발휘해 자연스럽게 그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명함의 번호와 대조해보기 위해서였다. 번호가 달랐다면 그 자리에서 집으로 왔을 테지만 다행히(?) 내 수사를 통과했고 따뜻한 매너를 가진 그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렸다.
+ 최악의 원나잇 시그널
떡잎 누런 원나잇 이성의 조건. 이런 남자는 털끝 하나 건드리는 것도 위험하다.
“야”라고 부르는 남자
사소한 습관에는 그 사람의 평소 행실이 배어 나온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 “야” “너”라는 호칭을 쓰는 사람치고 인성 제대로 정립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을 아랫사람 대하듯 무례하게 구는 사람은 상종조차 하지 않는 게 평온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첫눈에 그의 지인이 될 이유는 없다.
콘돔 없는 남자
원나잇에서 콘돔 없는 남자는 털끝도 건드리지 말자. 콘돔도 습관이다. 평소에도 콘돔 없이 다녔을 확률이 높다. 행실을 검증할 수 없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귀찮고 감당할 수 없는 뒤처리를 책임져야 하니 원나잇 전에 콘돔 유무 확인은 필수다!
만취한 남자
어차피 기억 못 한다. 아무리 황홀한 밤을 보냈다고 한들 다음 날 침대에서 그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표정을 지을 확률이 90%다. 애초에 자기가 전날 여자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해도 갈 길 가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실속 있다.
신상 캐는 남자
사생활 존중에 소극적인 우리나라에서는 무례함의 경계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첫 만남에서 사는 곳, 직업, 나이, 형제 관계 등 호구 조사를 한다면 상식의 수준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다. 그에게 흑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개인 정보는 절대 알려줘서도 안 된다. 요즘 세상에 그런 정보는 범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정보다.
만난 지 5분 만에 몸에 손대는 남자
지나가던 개도 함부로 만지면 문다. 스킨십에도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나와 감정을 나눠야 할 이성이라면 나를 자신과 같은 권위를 가진 사람으로 대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눈을 마주친 후 곧바로 몸의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정말 쾌락의 감정만 탐닉한다. 감정을 교류하는 상대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 애초에 포기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나 좋자고 한 커플의 사랑을 풍비박산내는 행동은 평생 마음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원나잇에 욕심내는 여자친구 있는 무모한 남자는 철두철미하게 숨기는 게 보편적이지만 우연히 연인의 존재를 알았다면 미련없이 놓아주자. 그런 남자친구를 둔 불쌍한 여자를 위한 배려이자 연민이니까.
힘 쓰는 남자
젠더는 권력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의 물리적인 차이를 마치 권력인 것처럼 남용하는 사람은 남녀 관계에 ‘동의’라는 개념을 장착하지 못한 부류의 사람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단둘이 있을 때 어떤 모습이 튀어나올지 알지 못한다. 카리스마와 힘이 마치 멋있는 남자의 상징인 것처럼 구는 남자 또한 경계해야 한다.
사진제공
www.shutterstock.com
연애
하룻밤
원나잇
관계
러브
섹스
LOVE
SE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