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내 이야기 같은 기리보이의 노래
12년간 몸담아 온 저스트뮤직을 떠나는 기리보이. 오랜 시간 기리보이의 곡을 즐겨온 에디터가 지극히 사적인 추천곡을 모았다.
BY 에디터 양윤영 | 2023.12.05
기리보이가 저스트뮤직을 떠난다. 이유는 ‘고여가는 우리를 위해’. 힙합 아티스트로서 충분한 입지를 다진 그이지만 여전히 예술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모습, 새로운 환기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 참 기리보이답다. 오랜 힙합 팬으로 아쉽기도, 설레기도 한 이 감정은 아마도 저스트뮤직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트렌디한 작업물을 ‘소처럼’ 찍어낼 그를 알기 때문일 것. 2011년 데뷔하여 현재까지 10장의 정규 앨범, 11장의 EP, 40장에 달하는 싱글 앨범을 낸 기리보이. 그의 거대한 족적을 되돌아보며 다시 복습해야 할 노래 7곡을 추천한다.
내몸이 불 타오르고 있어(With 최단비)
영상 출처: 기리보이 유튜브 채널
아티스트 기리보이의 시작과 같은 앨범, < 치명적인 앨범 > 첫 시리즈의 수록곡. 연인과의 뜨거운 사랑을 담백하게 노래하는 ‘내몸이 불 타오르고 있어’는 잔잔한 연주 위에 말하는 듯한 기리보이 특유의 래핑이 가미된 힙합 곡이다. 초창기 기리보이의 앳된 목소리와 통통 튀는 비트 메이킹을 사랑하는 힙합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보물 같은 노래다. 동일한 비트의 스윙스의 가사가 더해진 버전도 있으니 궁금하다면 찾아보길 바란다. 참고로, 기리보이와는 다른 매운맛 가사다.
성인
영상 출처: 기리보이 유튜브 채널
‘월간 기리보이’로 불릴 만큼 수많은 작업물을 쏟아낸 기리보이의 명반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이 앨범을 고르겠다. 2015년 발매한 기리보이의 두번째 정규 앨범 < 성인식 >은 ‘왕복 30분’ ‘지켜줄게’ ‘잘 지내냐’ 등이 수록된 전설적인 명반이다. 그중 수록곡 ‘성인’은 치기 어린 사랑을 한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여 그때의 서툴렀던 사랑을 돌아보는 노래로, 맹목적인 사랑보다 목적이 중요해진 어른의 씁쓸한 감정을 다룬다. 기리보이의 ‘성인’은 3분 28초동안 사랑을 향한 우리의 자세를 성찰하게 한다.
2000/90
영상 출처: 기리보이 유튜브 채널
어른이 됐다고 실감하는 순간은? 당근 빼고 고기를 왕창 넣은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먹을 때, 막대바도 아닌 박스 아이스크림을 아무렇지 않게 결제할 때, 생일이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 아니, 바로 피 같은 돈이 줄줄 빠져나가는 월셋집으로 독립했을 때다. 기리보이의 미니앨범 < 외롬적인 4곡 >에 수록된 ‘2000/90’은 말 그대로 보증금 2000만원, 월세 90만원인 집에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나만의 공간이 생긴 어른이 됐지만 내면 한구석은 여전히 공허한 현대인들의 ‘웃픈’ 현실을 담았다.
이혼서류
영상 출처: 기리보이 유튜브 채널
기리보이는 이혼 경력직(?)인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 결혼도 안 해본 그가 이토록 현실적인 이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치명적인 맛보기 2곡>의 타이틀곡 ‘이혼서류’는 사랑과 결혼을 지나 이혼의 과정에 선 두 남녀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와이프가 아니고 넌 와이퍼였나 봐’ ‘나 오늘 싸우려고 온 게 아냐’처럼 진지한 상황에 위트 한 스푼을 얹은 기리보이의 가사가 돋보인다. 독특한 멜로디와 사운드 메이킹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미닛이 참여하여 트렌디함을 높였다.
키보드(Prod. By Hansen)
영상 출처: 기리보이 유튜브 채널
기리보이는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아티스트다. 기리보이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 공상과학음악 >은 사이버틱한 멜로디와 미래지향적인 가사가 특징으로, ‘키스’ ‘hook송’ ‘vr’ 등 독특한 무드의 8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키보드’는 몽환적인 사운드와 재밌는 가사가 특징이다. 재생하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리야?’ 싶은 가사가 줄지어 나오지만, 검색창에 해석을 찾아보지 말고 차분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수께끼 풀리듯 ‘아!’하는 순간 강한 희열에 빠져들 것.
밤에들어갈게 (Feat. 김승민)
영상 출처: 기리보이 유튜브 채널
2019년 발매된 < 갑분기 >는 기리보이를 사랑하는 리스너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5곡이 포함된 미니앨범이다. 또 차분한 앨범을 들고나오리라 예측한 힙합 팬들의 안일한 방심을 보란 듯이 비튼다. 기리보이와 같은 크루 ‘우주비행’에 소속된 김승민이 참여한 ‘밤에들어갈게’는 퇴근한 금요일에 듣기 딱 좋은 노래다. 미친 듯이 신나는 비트와 타격감 있는 김승민의 래핑에 퇴근길이 곧바로 페스티벌 현장! 약속이라곤 침대와의 약속뿐이라도 ‘밤에들어갈게’를 재생하는 순간 무엇도 두렵지 않은 무적의 상태로 귀가할 수 있다.
잘 지내지 못할 나에게 잘 지내란 말을
영상 출처: 기리보이 유튜브 채널
실로 오랜만의 귀환이다. 기리보이의 정규 10집 < 소설 쓰고 자빠졌네 >는 기리보이 덕후들에게 참 반가운 앨범이었다. 피처링 아티스트 없이 오로지 기리보이만의 목소리로 10곡을 채웠으며, 예전 기리보이의 작업물을 연상케 하는 감성 힙합곡들이 가득 수록됐다. ‘잘 지내지 못할 나에게 잘 지내란 말을’은 기리보이 표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찌질함’을 담은 노래다. 진심보다 자존심이 앞서 홧김에 이별한 경험은 한 번쯤은 있지 않나. 그놈의 말, 말, 말을 후회하고 있는 싱글들에게 ‘잘 지내지 못할 나에게 잘 지내란 말을’을 추천한다. 물론, 후회의 대상에게 다시 연락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겠다.
사진제공
린치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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