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즌제 드라마의 미래
어딘가 부족한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문제는 무엇일까?
BY 에디터 양혜연 | 2023.12.19
OTT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케이블TV로 접한 ‘미드’는 신세계였다. 미드를 보고 국내 드라마와 다른 별천지라고 느꼈던 건 소재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시즌제라는 특성 때문. 국내에는 없는, 해외의 고유한 드라마 제작 방식이라 믿었던 시즌제는 한국에서도 OTT 플랫폼이 보급되고 드라마 사전 제작 시스템이 정착하며 낯설지 않은 형식이 되었다. 올 한 해 공개 및 12월 공개 예정, 그리고 후속 시즌 촬영이 확정된 드라마만 꼽아봐도 열 손가락을 훌쩍 넘긴다. 그럼에도 올해 공개된 작품 중 전작을 뛰어넘은 것은 시즌1의 최고 시청률은 16%에 그쳤으나 시즌2의 최고 시청률을 21%까지 끌어올린 <모범택시2> 정도뿐. <더 글로리>와 같이 단순 파트 나누기에 그친 반쪽짜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국내 시즌제 드라마는 영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 시즌제 드라마에서 ‘형 보다 나은 아우’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처음부터 시즌제를 계획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시즌1의 흥행 성공 후 후속 시즌을 부랴부랴 준비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있는데, 유인식 감독은 시즌2 종영 후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처음부터 시즌제로 계획되지 않았으며, 후속 시즌 제작 결정 후 철거된 세트를 다시 재현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 이미 한차례 매듭지어진 스토리에 새로운 이야기를 억지로 덧붙이는 과정 또한 이야기의 개연성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그리고 예정에 없던 후속 시즌은 첫 시즌을 성공으로 이끈 주연배우들의 캐스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주연배우는 기존 드라마 팬층을 다음 시즌까지 유입시키는 중요한 열쇠다.

해외에서는 기획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계약 기간을 길게 잡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급작스럽게 후속 시즌 제작이 빈번한 국내에서는 주연배우의 출연료 및 스케줄 조율에 난항을 겪으며 배우가 교체되는사례가 꽤 있다. 처음부터 시즌제를 계획하긴 했으나 주연배우가 바뀌며 몰입도가 깨져 흥행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라문의 검>이 있다. 심지어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도 아닌 같은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연기한 해당 작품은 캐스팅이 발표된 이후 많은 이들의 염려를 샀고, 결국 4년간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흥행에 실패했다.

전작의 성공이 가져다준 부담감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올여름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공개된 시즌2만 봐도 그렇다. 시즌1의 안준호(정해인 분), 한호열(구교환 분)이 사건을 해결하며 보여주던 소소한 케미야말로 작품의 백미였지만, 시즌2에 접어들며 갑자기 영웅화된 안준호로 인한 한호열과의 케미 붕괴, 전작의 조연급이었던 임지섭(손석구 역)의 갑자가 커져버린 비중, 그리고 급격히 확대된 이야기의 스케일은 기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의 성공을 의식했는지 액션 등 볼거리와 이야기 스케일을 한층 업그레이드했지만 기존의 팬들이 열광했던 포인트인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서사는 정작 약해지며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처럼 한국 시즌제 드라마는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가 마냥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옴니버스 형식을 차용해 방영 내내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성공적으로 종영한 <모범택시>나 <보이스> 시리즈, 처음부터 시즌제를 고려해 개연성을 일관되게 유지한 <킹덤> 등 성공 사례는 분명 존재한다. 이제 12월 <스위트홈> 시즌2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 2024년 최고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2 역시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한국 시즌제 드라마는 지금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시즌제라는 형식이 과연 안정 궤도에 오를지, 혹은 끝없는 어둠의 터널을 건널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사진제공
SBS, tvN,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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