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록이 채워 갈 사운드 트랙

희다는 건 거짓 없이 환하고 고결하다는 것. 희고 흰 금새록은 채우기 위해 기꺼이 비어 있다.
BY 에디터 장은지 | 2023.12.22
금새록의 싱글즈 화보, 사운드트랙 2의 금새록 화보
드레스 끌로에, 벨벳 소재 스크런치 수사샤 ×센타.
지독하게 사랑을 주기만 하던 <사랑의 이해> 속 미경을 지나 지극히 사랑받는 <사운드트랙 #2>의 현서까지. 금새록은 그녀들과 울고 웃고, 후회 없이 사랑하고 꿈꿨다. 금새록과 마주한 지난 7시간 동안 그녀 입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고맙다, 좋다, 멋지다, 미안하다, 괜찮냐’. 모두가 손해보지 않으려 어기대고 시큰둥하길 선택하는 삭막한 세상에서 어쩜 저 혼자 그리 맑고 밝고 호연할 수 있는지. 처음엔 무른가 싶었지만 그것이 단단함에서 뻗어 나오는 꽉 찬 에너지란 걸 아는 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흰색은 배경이나 바탕이 될 만큼 겸허하지만 다른 것들과 함께 놓여 있으면 그보다 돋보일 수가 없다. 배경과 주체가 뒤바뀌는 순간, 새하얀 금새록이 화면 위로 새록새록 돋아났다.
배우 금새록의 싱글즈  화보, 금새록, 사운드 트랙2 금새록
드레스 프라다, 마르게리타 이어링, 브레이슬릿, 링 모두 다미아니
주연을 맡은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 #2>는 어떤 작품인가. 현실적인 이유로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도현서 역을 맡았다. <사운드트랙 #2>는 현서가 우연한 계기로 과거 6년 동안 만났던 전 남자친구 수호와 또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새로운 인물 케이와 음악 작업을 위해 동거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번 작품은 다섯 인물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지는데 꿈과 일과 사랑에 대한 관점이 다른 개개인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녹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이 공감하면서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마니아층을 양산한 <사운드트랙 #1>에 이어 <사운드트랙 #2> 역시 반응이 좋더라. 출연자이자 시청자 입장에서 보고 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사실 처음에 오픈했을 때는 너무 떨리기도 하고 내가 현서란 인물을 잘 그려냈을지 걱정이 들어 제대로 볼 자신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작품을 틀 용기가 생겼는데 막상 보니 좀 마음이 놓이더라. 인물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사랑 이야기가 너무 예쁘고 섬세하게 그려진 것 같다. 함께한 배우들과 무엇보다 디테일한 연출을 위해 애쓴 감독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사운드트랙> 시리즈는 로맨스 뮤직 드라마로 방송이 될 때마다 OST 음원도 순차적으로 함께 공개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했나?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존경하던 김희원, 최정규 두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쑥스럽긴 하지만 내가 그전까지는 아직 사랑이 이루어지는 작품을 못 해봤다. 외사랑만 했지. 그래서 한번쯤 넘치게 사랑받는 로맨스 장르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꿈을 이룬 것 같다.(웃음)가려고 했던 것 같다.
배우 금새록의 싱글즈 화보,
드레스 프라다, 마르게리타 이어링, 브레이슬릿, 링 모두 다미아니
<사랑의 이해>에서 지독한 짝사랑을 했지. 작품 안에서는 아니라도 작품 밖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상수와 미경이 이어지는 결말로 바꿔라”며 미경을 지지하는 시청자가 정말 많았다. 맞다. 정말 귀하고 감사하다. 미경 역을 했을 때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노력을 알아준 것 같고 또 많이 공감해준 것 같아 흐뭇했다. 박미경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자꾸 곁에 두려는 인물이다. 부족할 것 없는 미경이 한 남자에게 목매고 절망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감정이입을 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금새록은 박미경의 사랑법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사실 나는 미경에게 완전히 공감하고 이해했다. 내가 사랑이란 감정을 대하는 방식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다. ‘사랑하는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고민도 물론 했다. 근데 결국 나도 미경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더라. 내가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 마음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수가 수영을 바라보는 건 상수의 감정이고 내가 상수를 사랑하는 건 나, 미경의 감정인 거다. 사랑이 늘 뜻대로는 안 되는 거지 않나. 나였어도 상수의 감정 때문에 내 감정이 쉽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셔츠, 타이, 플라워 코르사주 니트, 쇼츠, 리본 디테일 펌프스, 이어링, 링 모두 발렌티노.
과거 인터뷰에서 <사랑의 이해>에 전 연인으로 나온 문태유 배우와 ‘연애할 때 미경과 경필은 어땠을까’ 대화하며 대본에 없던 빈틈을 채워나갔다고 한 걸 봤다. 이번 <사운드트랙 #2>에서는 지수호와 도현서는 과거에 무려 6년을 연애한 설정으로 나온다. 노상현 배우와도 비슷한 대화를 나눴을까? 물론이다. <사운드트랙 #2> 속 다섯 인물이 처음 다 같이 회식하는 날이 있었는데 내가 상현 오빠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 그때 오빠와 함께 ‘현서와 수호는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그들만의 습관적인 행동 언어도 있을 거’라며 오래 만났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을 넣어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예를 들어 현서가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면 더 이상 연인 관계가 아님에도 수호는 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현서의 손을 내리는 거지. 그런 현서와 수호만의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찾아가려고 했던 것 같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며 금새록이 영화 <독전>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아는 배우 금새록이 <독전>에 나왔을 리가 없는데?’ 하고 찾아보니 초반부 가출 소녀로 나왔더라. 다양한 인물을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영리한 배우인 것 같다. 작품에 들어갈 때 어떻게 새로운 인물을 들이고 이해하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봐준다니 고맙다. 어떤 인물에 다가갈 때 나로부터 출발하는 편이다. 매번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와 그 인물이 가진 다른 이야기를 만나야 하지 않나. 내가 가진 것들을 끄집어내서 표현하다 보면 결국 고갈되고 자기복제처럼 반복하게 되는 것도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 작품을 쉴 때 항상 내 안에 뭔가를 채워 넣으려고 하는 편이다. 전시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안 만나본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인물이 가질 법한 말투, 습관, 호흡을 생각하고 계속 복기하는 것 같다. 이번에 현서는 어땠나? 현서가 느낄 재회한 연인과의 감정, 애증, 미련, 마음의 변화를 잘 표현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또 현서에게 사랑만큼이나 중요한 게 꿈에 대한 고민이다. <사운드트랙 #2>는 ‘때때로 세상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요하는데 꿈을 포기하는 게 과연 그렇게 잘못된 일인 걸까’ ‘지금 되는 대로 잘 살아가는 게 최선 아닐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하면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크롭트 베스트 산드로, 스트랩 샌들 지안비토 로시, 이어링 톰 우드,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간 금새록도 궁금하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노래방 18번은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라고 했다. 취향이 정말 클래식한 것 같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고 자란 세대란 사실이 늘 감사하다. 내 취향은 확실히 아날로그 쪽이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맞다. 아빠를 따라 어릴 적부터 사진을 찍었다. 아빠가 카메라도 여러 대 사주셨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인스타그램에 ‘#금새록필름’이란 해시태그를 꽤 오랜 시간 공유해왔다. 그때의 빛과 색깔과 감정과 분위기는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갈 뿐 다시 오지 않는다. 그걸 기록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이 사진의 매력인 것 같다. 최근에는 개인 유튜브 채널 ‘금새록 필름’을 시작했더라. 평소 사진 찍어 기록하던 걸 유튜브로 확장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보여지는 방식만 다를 뿐 금새록 필름은 한마디로 ‘기록’이다. 사실 올해 아빠가 돌아가셨다. 아빠와 남긴 사진은 있는데 아빠의 목소리나 아빠의 웃음소리가 없더라. 그걸 너무 듣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하고 보니 그 사람과 보낸 시간과 기록이 더 간절해진 것 같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다시없을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기록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금새록이 기록으로 붙들고 싶은 건 결국 시간인 것 같다. 어느덧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는 금새록에게 어떤 시간이 되었으면 하나. 지난 한 해 내가 겪은 일들을 통해 더 많이 단단해지고 깊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올 한 해 스스로에게 애썼고 수고했고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고, 2024년은 더욱 단단해지고 의연해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현서가 그랬다고 하지 않았나. 포기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안 단단하면 안 되나, 꼭 단단해져야 하는 걸까? 하하, 그러게 말이다. 단단해져야겠다 마음먹었다가도 좀 더 편해졌으면 싶기도 하고 나 역시 쉴 새 없이 마음이 바뀐다. 근데 그렇게 계속 바뀌고 또 고민하면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나가는 게 나인 것 같다. 새해에는 더 단단하고, 또 유연해지기를!

포토그래퍼

박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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