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애의 함정

N년 차 직장인들이 들려주는 사내 연애 의 이유 있는 함정에 대하여.
BY 에디터 김정현 | 2024.01.29
사내연애의 함정, 지친 직장인
처세의 민낯 5년간의 직장 생활을 하며 배운 건 사람에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이다. 정치 스캔들 뺨치는 알력 다툼, 노골적인 사내 정치는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 직장인에게 처세는 능력 있는 구성원의 조건이 되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사내연애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한다. 대학 동기였던 B 역시 동료가 되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승진을 위해 그가 했던 말과 행동은 처절하고 비겁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위기를 마주하거나 기회가 닥쳤을 때 내린 선택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치열하게 일을 하다 보면 볼 꼴 못 볼 꼴 다 보게 되니 회사 동료는 그저 전쟁터에서 만난 전우라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나 역시 워라밸과 성과를 위해 일과 삶에서 자아를 분리한 채 살아가고 있다. 칼퇴 러버(변호사) 남자가 없다 입사 후 나는 단 한 번도 사내 연애를 꿈꿔본 적이 없다. 우리 회사에서는 남자라는 성별을 사무실에서 마주하는 것 자체가 진귀한 경험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사무실에는 남자라는 성별 자체가 없다. 없으면 얼마나 없을까 싶지만 내가 근무하는 층에는 남자 화장실이 아예 없을 정도다. 남자 소변기가 갖춰진 화장실은 있지만 우리 층에서 그 공간은 파우더룸이 된 지 오래다. 씩씩하고 건강한 여성들과 일하며 얻는 에너지 덕분에 회사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지만 사내 연애 가능성이 0%라는 현실이 때로는 조금 슬프다. 연애를 숨긴 채 서로만 아는 시그널을 교환하는 짜릿한 연애의 순간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기는 하다. 정말 없어서 못 하 는 경험이다. 야근왕 새싹(출판업) 동거보다 징글징글한 사무실의 하루 사내 연애의 가장 큰 장애는 촘촘한 자리 배치다. 알고 싶지 않은 비밀까지 마주해야 하는 이 지나친 긴밀함은 호기심과 설렘의 불씨를 꺼트린다. 나 역시 오감이 발달한 편이 아니지만 시각, 청각, 후각을 자극하는 공해로 부터 꽤 오랜 시간 고통받았다. 앞, 뒤, 옆에 자리한 동료의 존재감은 코가 먼저 인지한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를 시작으로 손가락이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귀에 꽂히는 격렬한 타이핑 소리, 각종 생리 현상 ASMR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시간도 없이 그의 은밀한 습관과 생생한 본능을 마주하고 나면 호감이라는 감정이 끼어들 틈이 사라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연애 상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최소한의 신비주의가 필요한데, 우리는 이미 내면의 냄새와 소리까지 과감하게 튼 사이가 아닌가. 그가 사적인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우연히 목격하게 되는 특정 커뮤니티의 단어 역시 자꾸 나를 불편하게 한다. 콩깍지가 씌어도 이해가 될까 말까 한 행동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면 퇴근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될 뿐이다. 감각의 노예(회사원) 잠재적 빌런의 위험성 나의 지난 연애는 주로 소개팅으로 성사됐다. 20대 초반 클럽에서 만난 놈에게 잠수 이별로 제대로 상처받은 이후 확실한 신원이 내게 중요한 연애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면에서 친구들은 입사 후 내게 사내 연애를 적극 권장했다. 이름과 나이, 회사와 같은 객관적인 정보가 보장된 만큼 신경 써야 할 요소가 줄어든다는 이유다. 나도 동의하는 바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상대의 소문과 평판에 신경을 쓰다 보니 늘 짝사랑만 하다 막을 내린다. 내가 경험한 그와 다른 직원들이 평가하는 그의 평판에 괴리가 생기면 신뢰가 떨어졌다. 한 달 전 외모와 스타일 모두 내 취향이었던 계약직 디자이너 A 역시 그랬다. 그와 몇 번 미팅하며 친절하지만 자신의 작업에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게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팀원들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고집과 주관이 너무 강해 타협이라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라 불편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이기주의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동료들의 평을 듣고 나니 그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급속도로 식었다. 도대체 어떤 모습의 그를 믿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뿐 아니라 내가 그를 변호하다 함께 이상한 사람이 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프로 의심러(마케터) 감당할 수 없는 허세의 늪 내가 참을 수 없는 이성의 조건은 허세다. 그리고 회사는 이 허세를 유독 자주 목격하게 되는 장소다. 성과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과장된 퍼포먼스가 필요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몸집을 부풀려야 한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이런 허세는 사회생활의 일부라는 것에 타협하게 되었지만 이유도 목적도 불분명한 철없는 허세는 여전히 납득할 수없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잦은 업무 특성상 자기 관리 역시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월급과 생활 수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무분별한 소비 패턴에 대해 조언해주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본 최악의 허세는 명품을 향한 집념이 가품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단순히 연애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결혼을 생각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부분적 유교 걸(서비스업) 선례의 중요성 입사 초반 선배들과 함께한 술자리에는 어김없이 B대리 이야기가 나왔다. 홍보팀 C 과장과 2년 정도 사귄 B의 연애사는 동료들에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안줏거리였다. C가 이직한 뒤에도 B와 C의 연애 역사는 입에서 입으로 이어졌다. 뭐 대단한 세기의 사랑일까 싶었다. 회사의 역사나 성과보다 사람들은 그 둘의 관계에 대해 떠들었다. 이렇게 회자될 수밖에 없었던 건 남초사회인 우리 업계에서 사내 연애는 일종의 사건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리는 이들을 보며 나는 이 회사에서 사내 연애의 여지를 1g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와 엮이는 순간 공들여 쌓은 커리어의 결말이 빤히 보였다. 팀의 유일한 여자였던 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남자친구가 없어도 있는 척 뻔뻔한 가상연애 상태를 유지했다. 프리랜서가 된 지금에서야 이 성과 일로 만났을 때 발전 가능성을 상상해본다. 꿈꾸는 파이어족(프리랜서)

사진 제공

드라마 <별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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