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자려고 할수록 잠이 달아난다. 자려고 애쓰기 보단 다른 것들을 해보자. 잠 못 드는 밤, 그 밤을 채워주는 것들에 대하여.
BY 에디터 장은지, 송혜민, 양윤영 | 2024.02.29
잠 잘 오는 방법
나의 음악 치유 가사가 좋은 노래는 따라 부르는 습관이 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는 건 오히려 역효과다. 그래서 깊은 밤엔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듣는다. 특히 즐겨 듣는 밴드인 마르코니 유니언의 ‘Weightless’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릴랙싱 음악이다. 듣는 이의 감정을 이완시키기 위해 사운드 테라피스트와 협력했다고. 심박을 낮추고 불안을 줄이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이 음악을 들으면 왜인지 치료를 받는 기분으로 잠에 들 수 있다. 안티 도파민이 필요해(남, 27세)
고전 읽기의 즐거움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여러 번, 지겨울 정도로 읽을 만한 문장이어야 한다. 술술 읽히는 책은 집중력이 좋은 낮에 읽어야 하기에 침대에선 미뤄뒀던 고전을 읽는다. 요즘의 잠 친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완독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도 어려운 데다 문장도 복잡해서 몰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잠을 핑계로 책 버킷리스트를 동시에 실현하는 중이다. 다독다독다독가(여, 31세)
잠 잘 오는 방법
숙면 후 남는 건 속광 평소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내가 눕기만 하면 5분 안에 잠이 드는 공간이 있다. 바로 피부과. 두 눈은 가려지고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내 모든 걸 맡긴 공간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습관적으로 피부관리를 하게 된다. 얼굴선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괄사 마사지를 하고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로 얼굴을 관리한다. 모든 것이 끝나면 진정 효과가 있는 수분 팩을 붙이고 눕는다. 다음 날 아침, 잠이 부족해 몸은 피로해도 피부만은 반짝거리니 그리 손해본 것 같지만은 않다. 셀프 피부관리사(여, 34세)
잠 잘 오는 방법
밤에는 편지를 쓰겠어요 잠이 안 오면 나는 편지를 쓴다. 새벽 감성으로 쓴 편지는 다음 날 부치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어떤 쓸모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다. 고백 편지든, 서운했던 날에 대한 원망을 담은 편지든, 어떤 편지라도 혼자 싸매고 있을 때보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니 말이다. 글자를 입력하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더 많지만 쓰기의 아름다움을 복기하는 일은 계속해도 넘치는 법이 없다. 편지를 쓸 땐 꼭 연필을 사용한다. 연필은 쓸 때마다 깎아야 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나무에 칼을 갖다 댈 때 푹 하고 순응하는 느낌, 포를 뜨듯 얇게 저며진 나무의 감각, 그리고 종이와 흑심이 내는 사각사각한 마찰감. 이런 촉감과 쓰기와 생각이 있는 밤은 잠이 없어도 매혹적이기만 하다. 부치지 못한 편지 300통(여, 28세)
잠 잘 오는 방법
잠과 공부의 역학 관계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자면서 외국어 음성을 들으면 더 귀가 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나는 잠이 오지 않을 땐 과감하게 프랑스어 강의를 재생한다. 사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지만, 내 의도와 다르게 숙면에 도움을 받는 중. 프랑스어 입문 수준의 레슨 영상을 틀어놓고는 공부할 마음으로 책상에 앉는데 이상하게도 강사의 발음에 집중하면 할수록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르는 잠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침대로 가 눕는다. 애써 자려 하지 않다 보니 더욱 쉽게 잠에 드는 걸까? 나의 프랑스어 레슨은 한 달째 1강을 넘어가지못하고 있지만 새해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꿈에서는 원어민(여, 26세)
잠 잘 오는 방법
고생한 발에게 보상을 몸이 피곤할 땐 뜨끈하게 목욕을 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족욕을 한다. 약간 뜨거울 정도의 물을 대야에 가득 받고, 좋아하는 향의 입욕제를 풀고 잠시 멍 때리기. 물이 약간 식을만큼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온몸이 따끈해지며 잠잘 준비가 된다. 발은 평소 신체 다른 부위보다 신경을 덜 쓰게 되는데, 이럴 때라도 위로할 수 있어 다행이다. 발 피로 해방 운동(여, 29세)
나홀로 세탁방 잠들지 못하는 밤, 뜬눈으로 지새우기는 밤이 길고 시간이 아깝다. 잠들지 못할 바엔 뭐든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사명감이 생긴다. 나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에서 평화를 얻는 편이다.세제 섞인 물과 옷감이 찰박찰박 마찰하는 소리, 구정물까지 남김없이 짜내는 탈수 소리는 내게 ASMR 내지는 마약과 다름없다. 잠이 안 오면 침대를 벗어나 당장이라도 세탁기를 돌리고 싶지만 이웃에게 민폐가 될까, 어김없이 코인빨래방을 찾는다. 이불을 돌리는 45분, 그리고 건조하는 45분 동안 텅 빈 세탁소에서는 세탁기가 성실하게 돌아가는 소리뿐. 그러다 보송한 이불과 함께 집에 돌아오면 흐뭇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다. 이태원 코인세탁남(남, 3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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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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