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리의 여름
여름, 잔뜩 그을린 장규리의 뺨에 태양이 입을 맞춘 순간.
BY 에디터 송혜민 | 2024.06.21
화이트 크롭트 톱은H&M, 니트 쇼츠는 비아 플레인.
<싱글즈>와는 두 번째 만남이다. 다시 만나니 반갑다.
일년 반 정도 지난 것 같다. 돌아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지난번 화보와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로 촬영해서 너무 재미있었다. 이전에 해본 적 없는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이라 낯설기도 했는데 편안한 분위기여서 즐
겁게 촬영했다.
오늘 콘셉트는 ‘태양이 입맞춘 소녀’였다. 여름을 좋아하는가?
여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화보를 찍으면서 여름이 가진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했다. 자연과 가까이에 있으니 절로 치유가 된 걸까? 괜히 여름의 모든 것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갑자기 내리는 비도 좋고, 복숭아를 맘껏 먹을 수 있는 것도 좋고, 푸른 녹음도 좋다.
그 얘기를 듣고 있으니 여름의 낭만적인 풍경이 마구 떠오르는 것 같다. 평소에도 계절의 모습을 감상하기를 즐기는지?
나이가 들수록 계절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신체의 여러 감각이 날씨와 온도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특히 오늘, 이제 봄은 완전히 가고 여름이 왔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다. 가만히 있는데도 바짝 타 들어가는 것 같은 피부의 감각! 그리고 한층 짙어진 초록의 잎사귀, 붉은 꽃들을 보면서.

코튼 점프슈트는 막스마라.
이번 여름은 빨리 오기를 기다렸을 것 같다. <플레이어2>의 방영이 6월과 함께 시작됐으니까.
작년 9월에 촬영을 마치고, 세상에 공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촬영과 방영 사이의 틈 동안 계속 허공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부디 내가 사랑을 담은 만큼 사랑받는 작품이기를 바라면서.
<플레이어2>에 함께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
첫 번째 시즌의 팬이었고, 늘 액션 연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플레이어로서 작전을 실행하고, 거칠게 차를 모는 등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연기를 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는 ‘장규리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도 안겨드리고 싶었다.
차제이는 차갑고, 따듯한 면을 오가는 캐릭터로 알려졌다. 촬영을 하며 장규리만이 발견한 차제이의 매력도 있었을 것 같다.
제이는 말 그대로 이중적인 면이 많은 인물이다. 차가운 듯하지만 따뜻하고, 마냥 아이 같고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다가도 어른스럽고 이타적이다. 겁 없는 ‘요즘 애들’ 같지만 사실은 겁쟁이기도 하고, 솔직해 보이지만 숨기는 것도 많다. 이런 면들을 내가 잘 표현했기를, 시청자분들이 잘 알아차려주시기를 기대한다.
첫 액션에 도전한 작품이기도 했다. 어렵진 않았나?
액션 연기를 하면서 연기의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다른 장르에 비해 카메라와의 합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약속된 기술을 무사히 해내는 것과 연기의 진심 사이에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술과 진심을 적절히 가져가려고 많이 노력했다.

핑크 드레스는 질샌더.
<싱글즈>와의 인터뷰에서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 있다. <플레이어2>에서의 과정은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모든 결과가 나의 의지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늘 좋은 결과를 얻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내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돌아봤을 때, 너무 잘하려고 하기보다 힘을 빼고 접근했을 때 결과가 더 좋은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요즘은 최선을 다 하되 ‘어떻게 최선을 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기에 후회는 없다.
부모님에게 연기자로의 꿈을 설득하기 위해 좋은 성적을 받고, 걸그룹 데뷔를 위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경쟁하고. 장규리는 ‘목표를 이룰 줄 아는, 성공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성취의 경험이 연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다.
뭔가 이뤄야 할 것이 있을 때 스스로를 태우며 뛰어드는 성격일 뿐이다. 성취, 성공뿐만 모든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된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며 느낀 것이 내 연기 어딘가에 쓰이고 있을 거라 믿는다.
<플레이어2>에서 장규리가 목표로 한 건 무엇이었나?
<플레이어1>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고, 차제이는 정수정 선배가 연기한 차아령의 동생이자 같은 드라이버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몸을 잘 쓰
는 배우라는 걸 발견했다.(웃음)

플라워 패턴의 브라 톱과 패턴 스커프, 카디건과 아가일 삭스, 샌들 힐은 모두 프라다.
엄청난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배운 점도 많았을 텐데, <플레이어2>가 장규리에게 남긴 것은?
대단한 배우들 사이에 배우로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 영광이고 자랑거리가 아닐까. 선배들을 보면서 연기도 많이 배웠지만 촬영장에서의 태도, 사람들을 대하고, 후배들에게 다가가는 태도 같은 것을 더 많이 배웠다.
연기자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한 작품에는 ‘그 시절의 나’가 담겨 있어서 의미 있다고 하더라. 외모, 성격,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계속 바뀌니까. <플레이어2>에는 어떤 시절, 어떤 모습, 어떤 생각을 하는 장규리가 담겨 있나?
그 시절의 가장 열심인 나를 남길 수 있는 것이 이 직업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번 작품에는 서툴지만 과감한 장규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모든 부분에서.
이번 현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순간이 있나?
특별한 계절, 시간, 사람, 풍경, 소리나 냄새 같은 것들. 해 뜨기 전까지 밤새워 액션신을 찍기로 한 날이었는데, 다 같이 돗자리에 앉아서 야식을 먹던 순간이 떠오른다. 뒤이어 힘든 촬영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냥 모두가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던 그 시간이 이상하게 너무 행복했다.

네이비 매듭이 있는 톱은 로에베.
그럼 다시 계절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이 있나?
가을을 좋아한다. 감정이 깊어지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가을만이 가진 색감, 소리, 정서를 좋아한다.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서 괜히 더 좋아진다. 괜한 집착처럼.(웃음)
가장 좋아하는 계절에 꼭 지켜서 하는 일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를테면 초여름에는 꼭 딱딱한 복숭아를 먹는다든지.
가을은 그저 풍경을 바라보는 계절이라고 생각해왔다. 루틴처럼 꼭 지키는 일은 없지만 한번 만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럼 가을이 더 기다려지지 않을까? 다가오는 가을에는 꼭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벌써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계절이 다가오고, 지나가는 게 아쉽다고 느끼는 때도 있는지 궁금하다. 성인이 되고,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졌다. 지난봄에 부산으로 여행을 가서 벚꽃을 맘껏 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이 후두둑 떨어지는 걸 보니 너무 아쉽더라.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빨리 사라져버려서 가끔 애틋해진다.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장규리는 어느 계절에 있는 것 같나?
나와 어울리는 건 가을일 텐데, 알고 보면 봄이었으면 좋겠다.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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