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의 뜨거운 청춘혁명

뛰고, 쭈그리고, 소리도 지른다. 입술을 쭈욱 앞으로 내밀기도 하고 무심하게 털썩 발을 아무렇게나 걸치기도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날것의 이승윤이 규격화된 틀을 깨부수고 여름의 뜨거움과 청춘의 그늘 사이에 움튼 혁명의 씨앗을 뿌린다.
BY 에디터 임준연 | 2024.06.27
셀럽화보, 이승윤 싱글즈 화보
네이비 가죽 재킷은 비욘드 클로젯, 셔츠는 보스, 티셔츠는 이스트쿤스트, 데님 팬츠는 비전오브슈퍼, 선글라스는 카린, 링은 오르또,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승윤 씨와 <싱글즈>의 만남은 처음인데, 첫 컷부터 소름이 돋았다. ‘화보 천재’ 수준을 넘어서 이 세계에 오신것 아닌가? 과찬이다. 하하하!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재미있게 잘 놀다 가는 기분이었다. 쭈그려 있거나 어딘가에 늘어져 있는 건 혼나는 포즈인데 너무 좋아해주셔서 편하게 촬영했다. 혼나는 포즈가 굉장히 좋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화보 촬영을 했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뮤지션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다. 이승윤 씨가 추구하는 90년대 브릿팝 사운드를 비주얼로 재구성해봤는데, 평소 본인의 패션은 어떤가? 아무거나 입고 다닌다고 하면 너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지만, 거의 3년 동안 옷을 돌려 입다가 최근에 옷을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착장 중 딱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어서 앞으로 이걸 참고로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입은 그린 저지 재킷 룩과 가죽 재킷, 그리고 붉은색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 걸 항상 입고 싶었다. ‘Summer British’라는 주제처럼 여름과 록, 이승윤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나? 8월생인데 태어난 시기부터 여름과 관련 있는 것 같고, 여름은 모든 생태계가 가장 살아 있는 시기 아닌가. 그리고 항상 록 음악을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승윤의 싱글즈 7월 호 화보 이미지, 이승윤이 착용한 제품은 보스, 아디다스, 프롬아를, 카시오의 제품. 이승윤 아디다스, 이승윤 보스, 이승윤 프롬아를, 이승윤 져지, 이승윤 셔츠
셔츠와 넥타이는 보스, 그린 저지 재킷과 운동화는 아디다스, 이너 티셔츠와 팬츠는 프롬아를, 시계는 카시오, 이어링과 체인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라이브 그 자체인 이승윤만의 선명한 색을 담은, 거대한 밴드 사운드의 <역성>이라는 앨범이 발매된다. 이승윤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의 선공개 EP인데,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과 스토리가 기대된다. 앨범 타이틀은 ‘역성혁명(易姓革命)’의 ‘역성’이다. 마음속이나 어떠한 상황, 관계 속에서 뭔가 ‘역성을 한다’, ‘어떤 것에 반(反)하다’라는 도발적인 각오들이 오가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서 그런 감정선을 가지고 앨범을 준비했다. <역성>에 수록된 곡들은 일맥상통하게 무언가를 거스르는 이야기다. 숭고함을 거스르고, 관성을 거스르며 어둠을 거스른다. 규격화와 시스템도 거스른다. 무언가에 대한 거스름의 테마가 있어 반항을 상징하는 록 스피릿을 디폴트로 가지고 간다. 첫 번째 타이틀곡 ‘폭포’에 대해 얘기해보자. 폭포라는 어떤 숭고한 이미지를 사용했다. 웅장한 대자연 앞에 서면 스스로가 너무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장엄함 앞에서 내가 너무 작다고 느껴져 뒤로 한 발짝 뺄까 말까 하다가 그럴 거면 나는 폭포를 뒤집어 분수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각오가 서린 곡이다. ‘폭포’의 첫 공개 때 반응이 궁금하다. 작년 연말 콘서트에서 운 좋게 새해 카운트다운까지 할 수 있었다. 카운트 다운이 끝난 뒤 ‘폭포’를 부르고 집에 오는데, 웃음이 새어 나오더라. 콘서트에 온 그 누구도 모르는 상태에서 신곡을 들려드렸을 때의 열기와 짜릿함은 이 세상 것이 아니었다.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감동이 아닐까.(웃음)
이승윤의 싱글즈 7월 호 화보 이미지. 이승윤이 착용한 제품은 뮌, 프롬아를, 보스, 노미네이션, 오르또, 카시오, 로렌스의 제품이다. 이승윤 화보 이미지, 이승윤 시계, 이승윤 자켓
재킷은 뮌, 이너 티셔츠는 프롬아를, 데님 팬츠는 보스, 브레이슬릿은 노미네이션, 링은 오르또, 시계는 카시오, 뱀피 무늬 가죽 슈즈는 로렌스, 슬림타이와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누군가 이승윤의 대학 축제 무대를 보고 ‘이승윤은 청춘이다!’라고 하더라. 이승윤과 청춘,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내가 청춘인가? 애매한 나이대에 걸쳐 있다고 생각하는데.(웃음)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 성숙과 미성숙사이에서 약간의 결핍이 있는 상태, 하지만 뜨거워진 상태. 이렇게 해석을 해본다. 페스티벌에서 소극적으로 슬램하지 말라고 하던데. 정작 나는 슬램을 하지 않는다. 하하! 아니, 본인은 안 하면서 왜 남들에게?! 할 거면 제대로! 하시라는 거다. 어차피 난 안 할 거니까.(웃음) 무대 위에서 노래 열심히 할 거다. 이거야말로 ‘역성’이 아닌가? 뼛속부터 이승윤은 ‘역성’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페스티벌이나 공연 무대에 오르기 전 반드시 하는 행동이나 징크스가 있을까? 반드시 하는 몇 가지 노래가 있는데, ‘그리움만 쌓이네’, ‘네버엔딩 스토리’, 그리고 1집 앨범 <폐허가 된다 해도>의 6번 트랙인 ‘코미디여 오소서’를 코로 엄청 부른다. 앞의 두 곡은 코로 그렇게 뚫은 다음, ‘코미디여 오소서’라는 노래가 잘 나오면 ‘아, 오늘은 나쁘지 않은 상태 군’이고 안 되면 다른 수를 찾아야 하는 상태다. 본인의 컨디션 체크를 허밍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예전에는 무지해서 1~2시간 목을 엄청 풀었는데, 그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딱 맞는 몇 곡만 코로 불러보자고 정했다. 기관지 계통이니 목과 코가 연결되어 있지 않나. 목보다 코가 뚫려야 되는 타입이어서 그것만 확인하면 그 다음부터는 오버하지 않는다. 무대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니까. 이승윤이 페스티벌에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항상 객석에 난입했다가 올해부터는 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시그니처처럼 만들어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어서. 그런데 올해 어디 갈 때마다 관계자분들께서 언제 내려갈 건지 꼭 알려달라고 하시더라. ‘이승윤=객석 난입’이 공식화된 것 같다. 세상이 이승윤을 가만두지 않는다. 객석 난입은 매번 하기보단 필 받을 때, 예정된 이벤트가 아닌 돌발행동 같은 느낌으로 한다면, 관객분들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 같다. 사실 어떤 것이든 공식화되면 재미가 없지 않나.
이승윤의 싱글즈 7월 호 화보 이미지. 이승윤이 착용한 제품은 프롬아를, 컨템포러리 어카운츠, 이스트쿤스트, 컴퍼램, 앤더슨밸의 제품이다. 이승윤 가방, 이승윤 셔츠, 이승윤 스커트
체크 셔츠는 프롬아를, 화이트 셔츠는 컨템포러리 어카운츠, 데님 스커트는 이스트쿤스트, 슈즈는 캠퍼랩, 가방은 앤더슨벨, 데님 팬츠와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폭죽타임’은 벅차오르면서 터지는 감동과 환희를 사운드로 그려낸 것 같은 느낌이다. 폭죽이 터질 때 뭔가 칠흑 같은 어둠에 붙어 있는 지퍼를 열거나 상처를 내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어둠을 베는 느낌이었고, 베고서 피처럼 뿜어 나오는 형상의 불꽃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때 도화지에 여러 가지 색을 칠하고 그 위에 다시 까맣게 칠해서 날카로운 도구로 까맣게 칠한 부분을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의 그림과도 매우 닮아 있다. 불꽃놀이 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만 멀리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편한 자세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실시간 생중계 플랫폼이 많아져서 집 안에서도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아진 세상인가! ‘검을 현’의 가사는 꽤 어렵고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검을 현(玄)’이라는 뜻도 있고, 특히, ‘검(劍)을 현(絃)으로 쥐고서 노래를 벨 거야’라는 가사는 칼을 기타처럼 쥐고 노래를 베어버린다는 표현인 것 같다. 아무래도 외국어 번안이 정말 힘들 것 같은 곡이다.(웃음) 대한민국 사람들만 가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곡 내용을 설명하자면, 살아가다 보면 나에게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것 같지만 어차피 규격화된 체스판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탁상공론만 펼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체스판 위에서 성스러운 척하며 검을 끌어안고 사느니, 체스판 밖으로 나와서 검을 현으로 휘두르며 살겠다는 또 하나의 역성적인 곡이다. 이승윤의 팬분들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심오한 가사가 꽤 많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멜로디가 제일 중요하다. 멜로디만 가슴에 품고 있으면 된다.
이승윤의 싱글즈 화보 이미지, 이승윤은 마하그리트, 씨피컴퍼니, 트리밍 버드, 플랍플랍, 오르또, 지샥의 제품을 착용하였다. 이승윤, 역성, 이승윤 티셔츠, 이승윤 카디건.
블랙 앤 레드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마하그리드, 팬츠는 씨피컴퍼니, 카디건은 트리밍 버드, 플립플랍은 시에라디자인, 브레이슬릿은 오르또, 시계는 지샥.
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서. 그 노래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잘 구현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음악이다. 8트랙이나 수록된 이번 앨범은 아날로그적인 밴드사운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데, 최근, 밴드의 전성기, 록의 부활 시기라는 ‘그때’가 찾아왔다고들 한다. 정말 실력이 뛰어난 플레이어가 참 많다. 그런 친구들이 자신감 넘치게 음악을 보여주고자 하는 무대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라이브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 곳은 라이브클럽, 페스티벌 등의 공연 무대니까. 모처럼 불어온 이 바람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새롭고 젊은 피들이 헤드라이너로 설 수 있는 ‘그때’가 진짜로 오면 좋겠다. <이승윤의 삐뚜루 우체국> 콘텐츠를 봤다. 보이는 라디오의 DJ 형식인데,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을까? 편지와 선물을 일절 받지 않는다는 지침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오디션 출신이다 보니, 그 직후에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것을 받은 적이 있는데, 너무 감사한 와중에 이게 당연하게 받아도 되는 건지,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모든 것을 받지 않고 있었는데, <삐뚜루 우체국>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편지를 받아보니 너무 좋더라.(웃음) 한 장 한 장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 쓴 편지를 보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페스티벌의 제왕으로도 매우 바쁠 텐데, 콘서트 계획도 있을 것 같다. 번아웃이 오진 않나? 번아웃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올해는 계획이 어느 정도 알차게 짜여 있어서 내년에 번아웃이 올 예정이고… 하하! 사실 이런 속도와 이런 규모로 이런 행보를 계속할 수는 없기에. 하지만 이번 3집 앨범은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최선을 다 하고 싶다.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청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이승윤의 청춘은 어느 지점인 것 같나? 글쎄… 청춘이라는 것을 내가 누리고 산 적이 있던가? ‘청춘’이라는 단어에 몰입한 적이 없다. 청춘일 때는 청춘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듯이. ‘그때 그 시절, 나의 청춘이 참 좋았지. 모든 것이 청춘이었구나!’라고 추억에 잠기는 요즘이다. 마지막으로. <역성>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첫번째 시간이 굉장히 귀하다고 느꼈다. 처음 말을 꺼내보고, 곡에 대해 처음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동시에 고민도 해보고, 나다운 정의를 내려보기도 하고. 이런 인터뷰 시간을 갖게 해준 <싱글즈>에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처음으로 가진 나의 생각들을 공유하게 되는 팬분들 도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아서 마음 편하게 마무리하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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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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