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다운 아름다움, 대한민국 최초의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종호

"브레이킹을 잘하는 신체 조건이란 없어요. 모두 주어진 것 안에서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찾아갈 뿐이죠."
BY 에디터 송혜민 | 2024.06.28
땅에서 솟아난 듯 강인하게 뻗은 팔, 단단하게 두 다리를 지탱하는 허리와 날렵하게 하늘을 가르는 발꿈치. 브레이킹을 가까이에서 본 소감은 경이로움에 가깝다. 같은 동작을 수천, 수만번 연습하며 만들어온 나만의 진짜 근육. 그건 시간이 증명해주는 것이어서 쉬이 따라 할 수도 없다. "브레이킹을 잘하는 신체 조건이란 없어요. 모두 주어진 것 안에서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찾아갈 뿐이죠." 우리나라 최초의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수 김종호가 꼽은 브레이킹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다움’이다. 오랜 시간 나의 몸만이 할 수 있는 동작을 찾아 근육을 비틀고, 두드리며 단련해간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근육은 가장 중요한 순간, 선수의 시간을 증명하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던 김종호 선수
우리나라 최초의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던 김종호 선수. 올해로 20년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하나의 문화였던 브레이킹이 스포츠라는 메이저 영역으로 진출했다. 20년차 댄서로서 소감이 남달랐겠다. 상상도 못했다. 그냥 소문 혹은 댄서들의 바람처럼 하던 얘기였는데, 현실이 된 거니까. 우리끼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 대박이다"라는 말을 늘 했었다. 올림픽에서 비보이들을 볼 수 있게 되다니, 현실로 다가오자 얼떨떨했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누군가와 경쟁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만, 비보잉은 스포츠보다는 ‘즐기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브레이킹 종목의 트렌드가 스포츠랑 흡사해지는 중이었다. 큰 대회는 절차도 굉장히 까다롭고, 선수들이 1년 내내 그 대회를 위해서 준비하는 경우도 많거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처럼 몸, 컨디션 관리도 철저히 한다. 최근의 흐름을 봤을 때 브레이킹이 스포츠와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서브 컬처에 베이스를 두고 있으니까 매우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도 있다. 플레이어로서 이 부분이 매우 재미있기도 하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두 가지의 매력을 다 갖고 있는 종목이라 더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어야만 20년 넘게 춤을 출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김종호 선수의 댄서로서 목표는 무엇이었나. 맞다. 비보이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어떤 쪽에 더 비중을 두고 활동하는지 나뉜다. 메이저 대회의 우승을 목표로 하는 비보이도 있고, 재미를 추구하는 비보이도 있다. 실제로 대회도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로 열리고 있어서 마음 먹는대로 자유롭게 스스로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나는 주로 큰 대회에 참여해왔는데, 그럴수록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생각도 갇히게 되더라. 그래서 오히려 작은 대회에 나가면서 리프레시하기도 한다. 2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브레이킹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다고. 스포츠로 들어와서는 훨씬 더 체계적으로 변했다. 태극 마크를 단다는 사실 자체가 책임감도 많이 갖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알던 훈련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촌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짜여진 스케줄로 훈련하는 것부터가 새로웠다. 또 선수촌에는 멘탈 코치가 있어서 정신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렇게 배운 것들이 실전에서도 큰 힘이 되겠다. 분명히 그렇다. 재활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것도 그렇고, 얘기했던 멘탈 트레이닝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긴장이 될 때, 불안감을 컨트롤 해야 할 때 당시에 익혔던 것들을 많이 사용한다.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내 스타일을 더해 훈련을 할 수도 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비보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비보이라는 직업적인 가치 자체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댄서’라고 소개하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주는 것도 너무 좋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전부터 <스트 우먼 파이터>처럼 댄서들이 주목 받는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대중들이 춤이라는 장르 자체를 존중해주고, 좋아해준다는 걸 최근에 많이 느끼고 있다. 김종호 선수가 함께한 <싱글즈> 7월호 특집 ‘Most Beautiful Things Now’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아름다운 것, 헤리티지가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스포츠 선수의 근육은 무엇보다도 그 선수의 시간과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브레이킹으로 만들어지는 근육은 어떤 아름다움이 있을까. 오늘 촬영에서 보여준 동작에는 ‘프리즈’라고 하는 동작이 많았는데, 적어도 20년은 연마해온 자세다. 팔과 코어 근육으로 온 몸을 버텨내야 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전완근이나 어깨, 가슴 등 상체 근육 위주로 발달을 했을 거다. 자세를 취했을 때 두드러지는 근육들은 그 동작을 하기 위해 최적화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주로 상체가 발달된 비보이들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일 테지만, 턴 동작을 많이 하는 비보이는 하체도 발달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던 김종호 선수
비보잉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니까. 김종호 선수는 어떤 것에 강점이 있는 스타일인가. 유연함을 이용하는 편이다. 허리나 무릎을 보통보다 더 많이 꺾고, 각도를 만들어서 표현한다. 드라마틱 해보이는 효과가 있겠다. 그렇지. 원래보다 훨씬 스케일이 커 보일 수 있다. 각도도 달라지고. 이런 것들은 계속 시도하고, 연습하면서 찾아지는 편이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파고들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브레이킹 선수로서 찾은 브레이킹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브레이킹의 아름다움은 나다운 것 같다. 내가 나답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일지 찾아내고, 내 스타일대로 해낼 때 정말 아름답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브레이킹을 잘하는 신체조건이란 없다. 누구나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때 비로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되는 거거든. 이제 브레이킹은 스포츠와 예술이 접목된 형태로 진화하겠지만, 나는 아직도 브레이킹이 예술이라고 믿는다. 남은 올해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국가대표 선발전이 남아있다. 탄탄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잘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서도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다.

포토그래퍼

류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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